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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요유 May 05. 2024

아내가 그냥 좋았다.

있는 그대로 만족하며 살았다.

신혼당시 아버지가 중풍으로 작은방에 누워계실 때였다.


아버지가 아내를 얼마나 예뻐하셨는지 모른다. 우리가 결혼한 후 안방으로 옮기시어 아버지, 어머니, 남동생이 한방을 썼다. 아버지께 죄송했다. 우리는 알콩달콩한 신혼생활을 생 각조차 안 했다. 그저 같이 있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 1년여 연애시절 조선일보 석암 보급소를 운영하면서, 조금은 여유롭게 지내며 공부를 계속하고 싶어 노량진 숭실대학교 야간 학부를 다녔다. 건축업을 손대었던 인천지사장의 사업 부진으로 임의로 보급소를 다른 사람에게 권리금을 받고 팔아버리면서 하루아침에 직업을 잃었다. 계약서 작성이 허술하여 아무런 보상도 못 받았다.


6개월쯤 방황하다가 간판회사 총무계장으로 일하였으나 제대로 급료도 받지 못하고, 태양성냥이라는 상호로 광고성냥, 판촉물 장사를 하였다. 물론 돈이 없어 사무실도 집을 연락 처로 했다. 결혼 후 아내도 집에서 광고성냥(중형)을 붙이고, 황알을 넣는 일을 했다. 판촉물 영업 후 매일 기차 타고 서울 을지로로 주문받은 판촉물을 찾아다가 납품하여 근근이 생활했다.


우리 부부는 4월 4일 결혼했지만 큰 아들을 11월 1일 출산하는 시기를 당기는 사고도 저질렀다. 아마 통행금지가 있던 시절, 결혼 전 12월 연말 송년을 보내며 가진 것 같다. 생활이 어려워도 우리 부부는 이것이 생활이거니 하며 살았던 것 같다. 지금 돌이켜 보면 자식들을 키우며 고생만 한 아내에게 부끄럽고 미안하다. 나나 아내나 모두 남들처럼 호사스럽거나 제대로 살기가 어려워 극히 최소한의 혼수만 마련하고 살아온 것 같다. 서로 믿고 사랑하면 다 되는 줄 알았던 시절이었다. 이렇게 진솔하고 고운 아내와의 만남이 인연이었는지, 너무 감사하다.


부족한 것만 찾았다가는 힘들고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없지만 있는 그대로 만족하며 살았다. 아마 불평과 불만으로 신혼생활을 시작하였다면 그때의 역경을 이겨내고 현재의 우리 부부는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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