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fresh week 1
병가휴직 2일째, 오후 4시 3분. 아내와 함께 현백에서 쇼핑을 하고 카페에 와서 책을 보았다. 자존감 수업이라는 책을 보며 다시 시작한 일기. 플레이버인 에스프레소 카페는 음악과 분위기가 좋았지만, 사람들의 화이트 노이즈가 공기 중에 너무 울려 좋은 음악이 잘 들리지 않았다. 그래도 괜찮았다. 아내와 함께 오랜만에 여유로운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즐겼다.
병가휴직 3일째, 새벽 12시 38분. 플스를 하다 보니 새벽으로 넘어갔다. 풀무원 메밀소바라면이 맛있었고, 집안 대청소는 힘들었다. 물샤워 후 기타 연습과 커피 한 잔, 그리고 저녁 먹고 산책 후 다시 플스를 했다. 무난한 하루를 보냈다.
병가휴직 4일째, 밤 11시 36분.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피부과에서 한 시간을 기다렸고, 형님 집 앞에서 삼십 분을 기다렸다. 금천동에서 배달 음식을 시키는데 삼십 분이 걸렸다. 휴직 사실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강한 중국 술을 마셨는데 목구멍이 타오르는 느낌이었다. 새벽 3시에 심한 두통으로 힘들었다. 항우울제를 먹고 다시 잠을 청했다. 아쉬웠지만 괜찮았다.
병가휴직 5일째, 밤 11시 12분. 종일 플스를 하다가 중복을 기념해 복대동 서호장어를 갔지만 자리가 없었다. 삼창수산과 뻑장어 모두 자리가 없었다. 그냥 한뜰닭발에 가서 아내와 닭발을 뜯었다. 아내가 다섯 번 이상 맛있다고 해서 뿌듯했다. 종종 먹으러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장어를 못 먹었지만 괜찮았다.
병가휴직 6일째, 새벽 1시 28분. 오늘은 예고된 영화 보는 날이었다. 보고팠던 에이리언 커버넌트라는 대작과 아내의 굿초이스 보스베이비를 봤다. 마무리로 명곡 To find you의 싱스트리트를 보았다. 괜찮은 영화의 날이었다.
병가휴직 7일째, 오전 11시 7분.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를 뚫고 디초콜릿 카페에 갔다. 비 오는 광경을 보며 독서가 잘 되었다. 자존감 수업 책에서 나를 위한 선물을 추천해서 롯데마트를 들러 장난감 구경을 한참 했다. 아내와 협의 후 건담 프라모델 후속작을 구매하기로 했다. 요즘 아내가 햄버거 게임에 중독되어 있다. 그래도 귀엽고 괜찮다.
이렇게 지난 시간을 돌아보니, 우울증과 병가 휴직 기간이 시작되며, 아내와 함께 한 시간이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아내와의 소소한 일상 속에서 느낀 소소한 행복들이 나를 지탱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