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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소유 Aug 02. 2024

휴식 속에서 찾는 나의 시간

Refresh week 3

병가휴직 15일째. 점심에 아내가 모임에 있어서 나는 혼자 밥을 먹었다. 이후 플레이스테이션을 즐기고, 건프라 사자비를 조립했다. 저녁에는 소주 한잔과 한우를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저녁에 아내와 동네를 한 바퀴 돌았는데, 습도가 80%라 그런지 너무 힘들고 땀이 많이 났다.


병가휴직 16일째. 오랜만에 월미도 유람선을 탔는데, 이번에는 11번째 운행한 뉴코스모스호였다. 오랜만에 편의점에서 컵라면도 먹었다. 그리고 부모님과 함께 오리백숙을 먹었다. 부모님께 내가 쉬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니 마음이 씁쓸했지만, 생각보다는 가볍고 괜찮았다.


병가휴직 17일째. 인천에서 1박을 하고 시흥의 신세계 프리미엄 아웃렛에 갔다. 원하던 슬리퍼는 못 얻었지만, 괜찮은 만화책을 얻었다. 집에 와서 다시 봐도 만족스러웠다. 어머니께서 청주로 오는 길에 큰 용돈을 주셔서 마음이 조금 무거웠지만, 괜찮아져서 걱정을 끼치지 않게 되길 바랐다. 요즘 나를 응원해 주는 사람이 많아 앞으로 괜찮을 거라고 믿는다.


병가휴직 18일째. 새벽 네시에 잠들고 피곤한 하루를 시작했다. 갑작스레 점심을 먹자는 연락을 받았다. 그리고 집에 놀러 와서 플레이스테이션을 하자는 제안에 친구가 정말로 놀러 왔다. 플레이스테이션을 즐기며 그저 그런 하루가 마무리되는 것 같았다. 그저 그런 하루여도 괜찮다. 앞으로 건강하자.


병가휴직 19일째. 졸린 눈을 비비며 10시 30분에 일어났다. 가벼운 책들을 읽으며 하루를 보냈다. 속이 좋지 않아 하루 종일 컨디션이 나빴다. 저녁에는 금천동에 가서 식사를 했는데, 금천동에 다녀오면 뭔가 힘이 든다. 그래도 언젠가 편해지리라 믿는다.


병가휴직 20일째. '열한 계단'이라는 책을 읽었다. 과학, 철학, 이상 세 챕터를 읽었는데, 저자의 삶이 대단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대단한 과거의 위인들과 비교되는 나의 현재와 과거를 생각하며 울적한 마음이 들었다. 저녁을 먹고 오랜만에 사무실에 가서 정리하지 못한 흔적을 잘 정리했다. 앞으로는 더 괜찮아질 것이라 믿는다.


병가휴직 21일째. 2박 3일간의 옥계 캠핑 여행을 준비하는 날이었다. 여행자 보험을 가입하고 담당 직원과 확인 절차를 마쳤다. 많은 일이 아내의 도움으로 쉽게 풀렸다. 상담소에서의 상담과 김도인 님과의 통화로 리프레시도 했다. 어려운 일들이 척척 풀리는 하루였다. 괜찮은 하루였다.


병가휴직의 일상은 생각보다 단조로웠지만, 그 속에서도 소소한 즐거움과 성찰의 시간이 있었다. 아내와 함께 보내는 시간, 부모님과의 대화, 그리고 친구들과의 소소한 만남은 내가 겪고 있는 어려움 속에서도 삶의 소중한 부분으로 남아 있었다. 휴식의 시간은 단지 몸을 쉬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마음의 정화도 필요했다. 책을 읽으며 다른 이들의 지혜를 배우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 감사함을 느끼며, 내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모든 날이 특별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 속에서 나를 다시 찾는 과정을 겪었다. 앞으로의 날들이 얼마나 더 밝아질지 모르지만, 나는 이 경험을 통해 조금 더 단단해졌다고 느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을 사랑하고 이해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이제 나는 다시 앞으로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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