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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소유 Aug 05. 2024

휴식과 성찰의 기회였다.

Refresh week 4

병가휴직 22일째, 청주에서 동해 옥계로 떠나는 날이었다. 이사를 준비하느라 바빴고, 짐을 다 챙기고 나서야 버스를 타러 갔다. 생각보다 버스가 늦게 와서 여유롭게 탑승할 수 있었다. 45인승 버스에 아내와 나 둘 뿐이었다. 이천에서 여덟 명이 더 타고 옥계에 도착했다. 동해 해변에 처음 가서 허리까지 물에 담가보았다. 텐트를 치고 해변에서 음악을 들으며 독서를 했다. 다만 조금 더워서 손 선풍기를 쉴 새 없이 사용했다. 바쁘게 온 것 같았지만 괜찮았다.


병가휴직 23일째, 텐트에서 깊게 잠을 잤고, 열두 시가 다 되어 기상했다. 아내가 갑자기 아프기 시작한 것 같다고 했다. 그래도 '시그널의 빨차카페'에서 수제 햄버거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좋은 경치를 보며 맛있게 먹었다. 독서를 하다가 아내가 못 버티겠다고 해서, 급히 텐트로 돌아와 그녀를 눕히고 삼십 분간 손을 눌러주었다. 다행히 저녁에 복귀 버스가 있어서 추가 1박은 포기하고 그냥 돌아왔다. 거기 더 있고 싶었지만 괜찮다. 날씨도 점점 나빠지고 있었다. 역시 집은 편하고 좋다.


병가휴직 24일째, 쉬는 동안 기른 수염을 정리하고, 두 달 동안 기른 머리도 손질했다. 다음 주에 삼촌을 만나기로 약속했다. 병원에서 원형 탈모 주사를 맞고 집으로 돌아왔다. 무료하게 플스 게임을 하고 있던 중 아내가 요리 중독의 리오도 다 깼다며 이제 배고프다고 했다. 분주하게 저녁 준비를 마치고 늦은 저녁을 먹었다. 뭔가 우울한 하루였다.


병가휴직 25일째, 청주병원을 방문했다. 보름 전보다 원활하게 주차했지만, 진료실 대기자가 많았다. 현대사회의 정신적 치료를 찾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구나 싶었다. 상담소에서 내가 매겨본 가치의 순위에 대한 상담을 했다.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사는 것이 1위였다. 그 외의 다섯 가지에 대해 자유롭게 생각을 말했다. 집에 가기 전에는 오랜만에 친구들과 반가운 티타임을 가졌다. 집에 와서는 말복이라 한우를 구워 먹었다. 역시 한우는 진리다.


병가휴직 26일째, 대전에 아내 친구의 돌잔치가 있었다. 돌잔치는 언제나 그렇듯 별로 흥미롭지 않았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5년 만에 송도 펜타포트 록페스티벌을 갔다. 여러 아티스트의 공연을 보며 좋은 에너지를 얻었다.


병가휴직 27일째, 공연의 피로를 안고 늦게 일어났다. 어머니와 얘기를 나누고, 아내와 모래 시장으로 가서 고쌈비빔냉면을 먹으러 갔다. 기대했던 구월동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네 권의 책을 샀다. 중고지만 거의 새것 같아서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부모님과 함께 영화 '택시운전사'를 관람했다. 송강호의 연기와 영화 모두 명작이었다. 하룻밤 더 자고 싶었지만, 늦게 청주로 돌아왔다. 아내가 무척 피곤해 보였다. 고생이 많았다.


병가휴직 28일째, 오랜만에 집에서 하루를 보냈다. 아버지와 카톡으로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누고, 답답한 마음을 소설책으로 달래 보았다.


병가 휴직을 하며 보낸 시간은 나에게 휴식과 성찰의 기회였다. 청주에서 동해까지 여행을 떠났던 날,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자유로운 순간을 만끽할 수 있었다. 아내와 함께 해변에서 보낸 시간은 소중했고, 그곳에서의 작은 불편함조차도 추억이 되었다. 그러나 여행 중 아내의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는 예상치 못한 일이었고, 우리는 일정을 급히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의 안락함은 다시금 마음을 안정시켜 주었다. 그 후에도 나는 일상 속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찾으려 노력했다. 오랜 친구들과의 만남, 가족들과의 영화 관람, 그리고 중고서점에서 발견한 책들은 일상에 작은 활기를 불어넣었다. 동시에 병원을 방문하고, 상담을 통해 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도 가졌다. 정신적 문제로 힘들어하는 자신을 인정하고, 치료를 받으며 한 걸음씩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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