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부소유 Dec 12. 2024

<오른쪽>

소설가 이나리 작가의 2014년 문학동네 가을호 발표작


1. 분량과 단락장

A4용지 9페이지, 신국판 22쪽 분량이다. 단락장은 8개 혹은 10개까지 구분된다.


단락장.

-. 아들에게 온 전화. 느닷없이 개를 주웠다고 한다. 주인공은 엉망진창이 되어있을 집을 생각하며 피로감을 느낀다.

-. 과거를 회상한다. 착했던 아들이 삐뚤어진 건 고등학교 때라고 한다. 남편의 빈자리를 체벌과 훈육으로 강하게 키웠지만, 고등학생이 되며 체력이 강해진 아들이 주인공에게 저항하며 폭력을 가했다. 아들은 그 체벌과 훈육이 트라우마로 남아있었다.

-. 주인공은 집의 모습을 걱정하며 무거운 걸음으로 퇴근을 했다. 금발머리 여자애가 발가벗겨진 채로, 피투성이로 널브러져 있었다. 아들은 옆에서 캔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이어서 묘사되는 충격적인 모습. 아들은 암캐 한 마리를 죽였을 뿐이라고 한다.

-. 다시 과거를 회상한다. 날 때부터 남달랐던 아들의 모습. 남편과 주인공은 오른손잡이인데 왼손잡이였다. 오른손잡이로 습관을 만들기 위해 더욱 체벌을 가했다.

-. 주인공은 취해서 아무 말이나 하다가 정신을 잃은 아들을 두고, 여자애를 살펴본다. 잔인하게 죽어서 싸늘하게 식어있다. 시신을 수습한다. 과정이 제법 리얼하게 묘사된다.

-. 아들이 깨어난다. 도움을 요청하자 기꺼이 돕는다. 조금씩 정신을 차리며 당황하는 아들은, 갑자기 고분고분하게 주인공의 말을 잘 듣는다. 이들은 함께 시신을 봉지에 넣어서 박스에 넣고 차량 뒷좌석으로 옮긴다.

-. 이들은 함께 차를 끌고 도심 밖으로 나간다. 주인공은 놀라울 정도로 침착하다. 마치 해본 것처럼.

-. 아들이 어디로 가냐고 묻지만, 주인공은 짧게 욕설을 내뱉을 뿐이다.

-. 갑자기 갈림길이 나오며, 주인공이 어디로 갈까 아들에게 묻는다. 그 물음에 아들이 답하며 소설이 마무리된다.



2. 읽은 느낌

구체적인 설정과 묘사에 몰입되어 읽었다. 아들을 제대로 키우고 싶었지만, 처참하게 무너진 아들을 보며, 담담히 발생되는 문제를 풀어가는 주인공의 모습이 대담하면서도 안타깝기도 하다. 사람은 오른손을 써야 한다는, 혹은 오른쪽을 먼저 선택해야 한다는 약간은 PC적인 사고방식으로 아들을 키웠으나, 실패했고, 그 실패가 밑바닥까지 다가선 다음, 아들이 그 PC를 인정하는 모습 또한 안타까운 상황이다.


3. 배울 만한 점

매우 단순한 설정을 세밀하고, 구체적인 묘사로 들어가서 단락과 단락장으로 구성한 과정이 놀랍다. 결과적으로는 예상이 되는 결과이긴 하지만, 단순한 서사를 밀도 있게 풀어가는 그 과정이 탁월하다.


4. 비슷한 상상

가끔씩, 아주 가끔씩 소설 또는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잔인한 상상을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사람들 사이의 폭행, 폭력, 범죄를 상상하곤 한다. 물론 그것을 실행에 옮기면 세상을 정상적으로 살아가기 힘들겠지만,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저 아무렇지 않게 우리와 함께 같은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소름이 돋는다.


5. 총평

반복, 변주, 그리고 점점 하강하는 과정이 잘 서술되었다. 작은 주제에서 뒤로 이어지는 뒷받침 문장이 잘 구성되어 있다. 주인공의 섬세한 도착증에 몰입되어 도착된 모성애의 섬뜩한 기분을 느꼈다. 주인공은 자연스럽게 앞의 행동을 뒤로 가져가서 도착을 발생시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