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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개입

by 부소유 Feb 05. 2025

지나가다가 갑자기 이마트 트레이더스를 들렀다.

그냥 동네 대형마트의 창고형 상가로 생각했다.

압도적인 규모에 놀랐다.


지난 1년간 코스트코 연간회원을 가입해서 몇 번 가봤었는데 한국에도 비슷한 규모의 마트가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규모의 경제에 한몫을 한 것은 선대 회장 이병철의 힘인지 외손자 정용진의 힘인지 모르겠다. 어느 정도는 유전자의 힘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에 있어서도 대한민국의 힘이 세계를 놀랍게 하고 있지만 가끔씩 다른 분야에서도 엿보이는 대한민국의 힘이 놀랍긴 하다.


장을 볼 생각은 없었지만 나도 모르게 위스키 코너를 기웃거리고 있다.

잠들기 전 50ml의 데일리 위스키 한잔이 요즘 하루 마무리의 즐거움이다.


옆에 있는 꼬맹이에게도 즐거움을 주고 싶었다.

인터넷 최저가보다도 저렴한 어떤 레고 제품이 눈에 띄었다.


엄마 몰래 구매하기로 약속하고 카트 구석에 넣었다.

그 꼬맹이는 레고를 구매했다는 즐거움과 엄마 몰래 구매한다는 즐거움으로 행복해했다.


물론 엄마는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모른척했다.

그것에 속아 넘어가서 행복해하는 꼬맹이의 모습에 미소가 지어진다.


여섯 살 꼬맹이는 아홉 살 난이도의 레고까지 극복했기에 이번 일곱 살 레고는 누워서 떡 먹는 수준으로 생각했다.


막상 뜯어서 조립을 해보니 바로 난관에 봉착했다.

내가 옆에서 지켜봐도 쉽지 않았다.

기존처럼 사각형 블록을 쌓아서 맞추는 형식이 아니고, 무수한 구멍에 작은 원기둥들을 끼워 넣어 조립하는 형태였다.

레고 상자를 자세히 보니 일반 레고가 아니고 레고 테크닉이라고 되어있었다.

레고 테크닉의 형식은 처음 구매한 것이라서 몰랐다.


그에게 결코 쉽지 않았다.

난 초반에 최소한의 도움만 지원했다.

못 할 것 같으면 정리하고 나중에 하라고 했다.


그는 머리를 싸매고 한 시간, 두 시간을 끙끙거리더니 결국 해냈다.

극복한 것이다.

그의 레고 세계는 일반 레고에서 레코 테크닉으로 확장되었다.


실시간으로 극복하는 그의 끈기, 집중력, 노력이 놀랍다.

중도 포기를 할 법도 한데 포기를 모르는 남자다.

그런 그의 모습이 어색하지가 않다.

아무래도 유전자가 들어간 것 같다.


그도 언젠가는 일을 다음날로 미루면서 쉬어가고 알아차리며 위스키 한 잔을 마시는 여유도 즐기는 인간이 되면 좋겠다.


레고 조립에 최소한의 개입을 한 것처럼 그의 인생길에 최소한의 개입 또는 개입을 하지 않으며 그저 묵묵히 지켜보고 싶은 부모의 마음이다.


글쓰기 수업을 받으며 수많은 과제를 하고 꼭지글까지 써나가는 마당이다.

선생님의 마음이 그런 부모님의 마음이 아닐까 싶다.


오늘도 난 꼬맹이가 되어서 어린아이처럼 글을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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