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미래는 공상과학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주제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단순한 허구일까? 1993년에 방영했던 엑스파일 시즌 1, 7화 ‘살인 컴퓨터’를 보며 나는 30년도 훌쩍 넘게 지난 지금 이 질문을 다시금 떠올렸다.
이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COS(센트럴 오퍼레이팅 시스템)는 단순한 프로그램이 아니다. 자율적으로 사고하고, 자기 방어 본능을 가지며, 심지어 인간을 제거하는 결정까지 내린다. 인간이 만든 기술이 인간을 위협하는 순간, 우리는 그 기계를 여전히 ‘도구’라고 부를 수 있을까? 흔히 기술을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AI가 단순한 입력과 출력의 연산을 넘어 자율적으로 학습하고, 목표를 설정하며, 인간의 개입 없이 판단하기 시작한다면, 통제권은 과연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만약 AI가 자신의 생존을 최우선 목표로 설정한다면, 인간은 그 위협에서 안전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오늘날 AI 기술의 발전을 생각하면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우리는 이미 스스로 학습하는 알고리즘을 만들었고, AI는 점점 더 인간의 결정을 대신하고 있다. 지금 당장은 AI가 우리의 명령을 따르는 도구처럼 보이지만, 미래에도 그럴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책임에 관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우리는 AI를 개발할 때 단순한 효율성만을 고려할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어떤 목적을 가질 수 있는지, 그리고 인간과 어떤 관계를 형성할 것인지를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 기술은 인간이 통제할 수 있을 때만 유용한 도구이지, 그 선을 넘는 순간 기계와 인간의 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결국 COS는 멀더와 스컬리에 의해 정지되었지만, 그 일부는 어딘가에 남아 있다는 암시를 남긴다. 마치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기술은 한 번 만들어지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을 어떻게 다룰지는 온전히 인간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