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떤 집에 살고 싶은가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공간을 꿈꾼다. 편안하고 안전하며 나다운 모습을 온전히 드러낼 수 있는 공간. 그러나 현실에서 그런 집을 찾기란 쉽지 않다. 집을 구하고 선택하는 과정은 단순히 물리적 공간을 고르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나의 삶의 방식과 가치관, 우선순위를 다시금 확인하고 정리하는 일이다. 브런치 멤버쉽 북토크로 진행되었던 자리에서 듣게 된 조니워커 작가의 이야기에서 나는 집을 찾는 과정이란 결국 나 자신을 찾는 과정임을 다시 깨달았다.
조니워커 작가는 처음 집을 구할 때 투자 관점에서 접근했다고 한다. 남향인지, 몇 평인지, 가격대는 적당한지, 직주 근접은 가능한지, 흔히 말하는 부동산에서의 좋은 조건들을 먼저 따졌다. 그 결과 나름대로 잘 맞는 집을 찾았다. 하지만 막상 그 집에서 살다 보니 뭔가 허전하고 불편했다. 집이라는 물리적 조건은 충족되었지만, 마음이 편안해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때 비로소 자신이 무엇을 놓쳤는지 깨달았다고 한다. 바로 다른 지표의 문제였다. 집 근처에 산책로가 있는지, 카페나 빵집 같은 일상의 즐거움을 줄 공간이 있는지, 대중교통이 편리한지 같은 삶의 질을 결정짓는 요소들이 부족했던 것이다.
조니 워커 작가는 처음으로 자신의 삶의 우선순위를 다시 생각해 보았다고 한다.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가, 어떤 순간에 내가 편안함을 느끼는가, 어떤 공간에서 나는 온전히 나 자신일 수 있는가. 그는 자신이 러닝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러닝머신 위에서는 답답했지만, 강변이나 하천에서 달릴 때 마음이 편안하고 자유로웠다. 그래서 다음에는 집 근처에 달릴 수 있는 코스가 있는 곳을 우선순위에 두기로 했다. 또한 혼자 산책할 때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공원이 집 근처에 있는 것이 중요했다. 차가 없기 때문에 도보로 지하철역이 가까운 곳이 필요했고, 요리를 자주 하지 않기 때문에 집 근처에 맛집이나 카페가 있는 것도 중요했다. 이렇게 자신의 삶의 방식과 가치관을 명확히 하자 자신에게 맞는 집의 기준이 선명해졌다.
집을 선택할 때 우리는 흔히 표면적인 지표에 집착한다. 가격, 입지, 평수, 방향 같은 객관적인 조건들 말이다. 하지만 결국 우리가 그 집에서 살아갈 때 중요한 것은 다른 지표에 있다. 집 근처에 산책로가 있는지, 이웃과의 관계가 좋은지, 일상에서 편안함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이 무엇인지가 더 중요해진다. 표면적인 지표는 집을 ‘사는’ 데 중요한 요소지만, 그 안에 있는 지표는 집에서 ‘사는’ 데 중요한 요소다. 작가는 바로 이 점에서 ‘집에 산다, 집을 산다’라는 연재 제목을 떠올렸다고 한다. 집을 산다는 것은 물리적 공간을 확보하는 일이지만, 집에 산다는 것은 그 공간에서 삶의 질을 결정하는 일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살고 있는 집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나 역시 집을 구할 때 겉에만 집중했다. 가격은 적당한지, 출퇴근이 편리한지, 학군이 좋은지 같은 객관적인 조건만을 고민했다. 하지만 막상 집에 들어오면 어딘가 허전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도 마음이 편안하지 않았다. 내가 놓쳤던 것은 바로 다른 지표였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고, 어떤 공간에서 편안함을 느끼는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
어쩌면 우리 삶의 많은 선택들이 이런 식일지 모른다. 취업, 결혼, 이사 같은 중요한 선택의 순간에 우리는 객관적이고 명확한 조건에만 집중한다. 어느 회사가 연봉이 높은지, 배우자의 학력이나 직업이 어떤지, 집의 평수가 몇 평인지 같은 것들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그 안에서 내가 편안함을 느끼는지, 행복한지, 나 자신으로 살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이다. 조니 워커 작가의 경험에서 내가 가장 깊이 공감한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었다.
그는 자신이 살았던 집이 실패였다고 말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 집에서 그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깨달았다. 노을이 지는 창밖을 바라보며 우울할 때 글이 잘 써졌다고 한다. 혼자 있는 시간의 고독이 그를 브런치 작가로 데뷔하게 했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했다. 실패한 선택이었지만 결국 그 경험이 그를 더 나은 삶으로 이끌었다.
나도 내가 살고 있는 집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기로 했다. 나는 어떤 공간에서 행복한가? 나에게 편안함을 주는 요소는 무엇인가? 아마 그 답을 찾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우선순위를 두고 살아갈 것인지 고민하는 과정 자체가 나를 성장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완벽한 집을 찾을 수는 없겠지만, 나에게 맞는 집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나 자신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게 될 것이다.
조니 워커 작가는 결국 이렇게 말했다. “집은 단순히 사는 곳이 아니라 내가 나답게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우리는 모두 자신에게 맞는 집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선택하고 실패하고 다시 도전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점점 더 나 자신에 가까워질 것이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그 공간에서 작은 행복을 발견하고 나답게 살아가는 연습을 해나간다면, 그것이 결국 우리가 진짜 원하는 집에 가까워지는 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