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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크 Jul 04. 2023

나랑 다른 사람도 가까이하자

가외성의 효과를 활용하자

 살다 보면 나랑 의견이 다르고 생각이 다른 사람이 참 많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대부분이 공감할 만한 사안 같은데도 각자의 의견이 다 다르고, 정말 참신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해서 제시해 봤는데 시큰둥하기도 하다. 그럴 때면 마음이 상하기도 하고, 기분이 나빠질 때도 있다. 그렇지만 나랑 다른 사람에게 피드백과 검증을 받은 생각과 아이디어들은 더욱 정교화되고 아름다운 것으로 발전하기도 하는 것을 느낀다.


 행정학에서 '가외성(redundancy)'이라는 개념이 있다. 일상생활에서는 잘 안 쓰는 특이한 용어라 처음에는 신기하고 다소 어려웠다. '가외성'에 대한 정의 설명부터 조금 어렵다.


 '가외성'이란 일정한 표준이나 한도 밖의 남는 것, 초과분, 꼭 필요하지는 않은 행정처리절차를 의미한다. 가외성을 가지는 것의 특징 3가지는 중첩성, 반복성, 동등잠재력이다. 의사결정을 할 때 앞서 이미 판단한 것을 똑같이 반복적으로 동등한 권한을 가지고 또 하는 과정이 또 있는 것이다. 가령 삼권분립 체제에서 정부가 결정한 사안을 국회가 다시 한번 판단하거나, 사법기관이 다시 한번 판단하는 것이 있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의회가 분리되어 지방자치단체장의 결정을 지방의회가 다시 한번 동등한 권한을 가지고 판단하는 것도 해당된다. 법원의 3 심제나 미국의 양원제 등도 이에 해당한다. 이것은 의사결정의 속도를 느리게 하고 효율적인 행정 처리에는 다소 방해가 되는 것들이다.  


 그러나 행정학자 Landau는 가외성의 효과가 있음을 주장한다. 가외성이 있을 때 오히려 실패가 적은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가령 A는 10%의 확률로 실패하는 의사결정을 내리고, B는 5%의 확률로 실패하는 의사결정을 내린다. A나 B가 독단적으로 행위를 하게 되면 실패 확률은 각각 10%, 5% 이지만, A와 B 모두의 동의를 얻어야 행위가 가능하다면 A, B 모두 실패하는 의사결정을 내릴 확률은 10% * 5% = 0.5%이다. 의사결정의 실패 가능성이 매우 낮아지는 것이다. 여러 행위자도 아니라 딱 한 명의 가외성을 가진 행위자가 더해졌다고 실패 가능성이 급격히 낮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회사를 다니다 보면 나랑 생각이 다른 상사나 동료, 부하직원이 많다. 학교에서 팀워크 과제를 하더라도 마찬가지이고, 하물며 동아리를 운영하거나 작은 자치회를 운영하더라도 생각이 달라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내가 생각하는 생각들이 관철되지 않으면 매우 답답하고, 빨리 일처리를 하지 못해 애가 타기도 한다. 위원회같이 여러 명이서 의사결정을 하는 체제에 있으면 더더욱 의사결정은 느리고 말만 많은 것 같아서 답답하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의사결정이 다소 느리고 효율적이지 못한 것은 있지만 큰 실수가 적고,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데 꼭 필요한 방식이 될 수 있다.


 처음 회사에서 업무를 맡았을 때, 나와 팀장님의 의견이 부딪힐 때가 많았다. 나는 최대한 적극적으로 업무를 추진해 여러 부서의 협조를 많이 얻고 획기적인 업무 변화를 추구했는데, 팀장님께서는 나이가 꽤 있으시고 보수적인 편이라 여러 부서의 입장을 고려해 업무 변화를 점진적으로 추구하기를 원하셨다. 만약 내가 내 독단적으로 업무 추진이 가능했다면 업무 변화를 획기적으로 해냈었을 가능성도 있었겠지만, 아마 여러 부서의 저항에 직면해 업무 추진이 어려웠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다. 팀장님께 결재를 받기 위해 현실적으로 타 부서의 입장도 고려해 절충안을 제시해 중폭의 업무 변화를 이루어내어 타 부서의 저항을 최소화하고 소기의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진로를 결정할 때,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지리학이었다. 만약 내 독단적으로 진로를 결정했다면 지금쯤 지리학자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지만 아직도 취업을 못하고 전 세계를 유랑하고 있을 가능성이 클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와 선생님의 현실적인 조언들과 내 진로 희망을 함께 고려해 도시, 교통 정책을 수행할 수 있는 정책학 분야로 내 진로를 정하게 되어 직업을 현실적으로 얻으면서 내 희망도 추구할 수 있었다.


 살면서 많은 의사결정을 해야 할 때가 많다. 진로 결정, 취업할 회사 결정, 부서 결정, 결혼 선택, 이사, 이민, 취미생활 결정, 인간관계 결정, 연애 결정 등 많은 결정들을 내려야 한다. 인생은 B(Birth, 출생)에서 C(Choice, 선택)를 거쳐 D(Death, 죽음)으로 이어진다는 말도 있다. 그만큼 많은 결정을 하고 살아가야 하며, 한 번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생이 어려워질 수 있어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이때 물론 자신의 주관과 철학도 중요하지만, 자신과 다른 관점에서 사고할 수 있는 사람의 의견을 듣고, 동등잠재력을 스스로 부여하여 그 사람의 생각과 나의 생각을 동일선상에서 객관적으로 놓고 보면서 의사결정을 한다면 훨씬 더 실패가 적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때 유의해야 할 것은 "동등잠재력"이다. 내가 다른 사람의 주관에 끌려가서는 절대 안 되며, 나의 가치관이 너무 강해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무시해도 안된다. 나의 철학과 소신, 생각은 확고하게 있어야 가외성의 원리를 활용해 나갈 수 있다. 나의 생각과 나와 다른 사람의 생각을 동등한 위치에서 객관적으로 두고 두 생각을 모두 적용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지 살펴야 한다. 그렇다면 앞에서 말한 실패 가능성을 곱하는 원리를 통해 인생에 있어 결정의 실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요약하자면, 나와 다른 사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가까이하며, 내가 중요한 의사결정이 필요할 때 그 사람의 의견을 묻고, 그 사람의 의견과 나의 의견을 동등한 가치에서 평가하여 의사결정을 한다면 가외성의 효과에 따라 훨씬 실패 가능성이 적은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그림 출처 : https://www.pngegg.com/ko/png-yhg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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