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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섭코 May 21. 2020

<5> 유럽에서도 코로나가 퍼지기 시작했다

(*3월 1일의 기록)


2월 초까지만 해도, 덴마크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는 동떨어진 이야기였다.

한국의 상황과 심각함은 어느 지역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이야기, 지인이 감염되었다는 이야기, 마스크를 사기 너무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들이 카톡에 늘 쌓여있었기 때문에 파악할 수 있었다. 아포칼립스 수준이라는 한국 상황과는 달리 덴마크에서는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고 마스크를 쓰기는커녕 코로나 관련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오히려 더 이슈였다. 한국에서 신천지 이슈가 터지며 엄청나게 시끌시끌 해졌을 때도, 이곳에서 만난 현지인들은 '코로나 그거, 한국에서는 이상한 종교단체 때문에 엄청 퍼졌다며?' 정도로만 이야기했고 소수였다. 그마저도 본인들과는 전혀 상관없는 먼 나라 뉴스를 툭 꺼내는 정도의 느낌이었다. 유튜브나 여행 커뮤니티 등에 올라오는 '코로나 때문에 당하는 인종차별' 도 내가 사는 지역이 대학가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느껴본 적이 없었다.

2월 말부터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럽에서도 퍼지기 시작했고, 덴마크에서는 2월 27일 첫 확진자가 발생했다.






 유럽에서도 드디어 시작되는건가, 싶었다. 같은 학교에 있는 다른 한국인들이 다녀온 약국들에서는 마스크가  팔렸다고 했다. 언제 다시 입고될지도 모른다 했다고. 덴마크에 있다가 다른 유럽 나라로 여행을 짧게 하고  친구는 공항에서 엄격한 바이러스 검사를 받았다고 했다. 대한민국 여권 파워 떡락했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오고 가며 마주치는 현지 친구들의 안부 혹은 질문들은 봉준호의 기생충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로 바뀌었다. 폭풍 전야인가 싶었는데, 코로나로 인한 변화는 이뿐이었다.


덴마크 파견 학교에서 보내는 메일들 중에서 코로나 관련한 내용은 따로 없었다. 본교는 유학생들의 현황 파악  유학을 취소하고 돌아와도 된다는 안내, 그리고 학교의 감염자 현황을 알리는 메일이 계속 날아오는데도 말이다. , 다행히도 (원래는 당연한 거지만) 누군가가 대놓고 아시안을 향해 적개심을 표출하거나, 코와 입을 틀어막거나, 기침을 하거나, 코로나라고 외친다는 미개한 사건들은 나와  주변을 포함해 일어나지는 않았다. 경제, 사회적 타격이 있을 만큼 일정 중단  연기가 발생하고 있는 한국에 비교해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덴마크 현지 친구에게 코로나에 대해 주변 반응이 어떻느냐 물었고, 덴마크 사람들은 그닥 신경도 안쓰고 무서워하지도 않는  같고, 그러니 마스크도 안쓰고 다니는  같다고 대답했다. 이러다 퍼지면 어쩌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근처 기숙사에 사는 친구는 '코로나'  주제로 비어 파티를 한다는 초대장을 보내기도 했다.


 개인적인 수준에서는, 아무도 뭐라하지 않지만 괜히 위축되는 느낌  느끼고 있을 뿐이다. 이전에는 대중교통 같은 곳에서 누군가가 빤히 쳐다봐도,  불친절하게 계산을 해도, 길을 물었을  말없이  지나가도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은 혹시 코로나때문에? 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었을 수도, 맞았을 수도 있겠지만 당장 내가   있는 일은 없다. 명백한 차별대우나 폭력이 아닌 이상, ' 사람이 왠지 저를 차별한  같아요'라는 심증뿐인 말은 설득력이 없다. 물리적 피해도 없고,  혼자 위축된 것이고, 그건  단순히 내가 쫄보인 것뿐일 수도 있으니까, 그러니 종합적으로는 괜찮다고   있으려나.  시국에 내가 차별받은  같다, 라고 이야기할  있는 상황들은 어느 수준부터일까? 현지인들도 공포심과 걱정때문에 취하는 행동들일 수도 있는데, 나는 인류애적 차원에서  행동들을 이해해야만 하나? 평소보다  자주 차별이라는 단어를 여러모로 곱씹게 된다.


 가까운 유럽 여행을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래저래, 생각은 많지만 일단 오늘 나는 무사했다. 나도, 다른 모두도 내일도 무사하기를.



(Update!) 무사하자는 다짐이 무색하게 완전히 뒤집혀버린 덴마크 일기도 커밍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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