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결국 시선을 붙잡는 것들에 끌린다
친구랑 길을 가다가 작고 귀여운 아이를 보고 인사를 해본적이 있나요? 근데 그 아이가 나 말고 옆의 친구를 뚫어지게 본 적은요? 그렇다면 아마 그 친구가 본인보다.. 좀 잘생겼거나 이뻤을 확률이 높습니다. 성인이 되서 잘생기고 이쁜 이성에게 매력을 느끼는건 당연한거라 생각하지만 아이들조차 그러면 조금 섭섭한 마음이 드는건 사실이네요. 근데 실제로 Dr. Kudith Langlois 가 1987, 1999년에 쓴 논문 ‘Infant Preferences for Attractive Faces : Rudiments of a Stereotype?, Infant Preferences for Attractive Faces : Cognitive Explanation’ 을 보면 2~3개월, 6~8개월 된 아이들은 성인들이 매력적이라고 표시한 사람들의 얼굴을 쳐다본 시간이 더 길었다고 나와있습니다. 생후 몇 개월 되지 않은 아이가 매력적인 사람을 쳐다보면서 속으로 ‘와 진짜 이쁘다. 번호 물어보고 싶다’ 라고 생각은 하지 않았겠지만 시각적으로 ‘매력적’ 이라는 것을 조금 더 오래, 지속적으로 보고 싶은건 인간의 선천적 본성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콜로세움의 면적은 24,000m2 이고 외벽의 높이는 48m나 됩니다. 서울의 도산공원 면적이 29,974m2 로 이와 유사한 수준인데요.
도산공원내 콜로세움과 같은 경기장이 들어선다면 상기 이미지처럼 거대한 면적을 지닌 도심내 명소가 탄생했을수도 있겠네요.
근데 콜로세움 경기장 경기 관람은 무료였던걸 아시나요? 당시 로마제국 황제들이 시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오락과 빵을 나눠주기 위한 수단으로 콜로세움을 이용했습니다. 황제의 권력 지지를 위해 콜로세움에서 검투사 경기와 같은 이벤트를 개최하고 관람하는 시민들에게 빵을 나눠주었죠. 그래서 로마 시인 유베날리스가 당시 사회의 세태 풍자를 위한 시에 ‘Bread and Circuses’ 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습니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그 당시에도 수많은 사람들의 ‘매력적인’ 볼거리에 대한 니즈가 충분했고 그 부분을 정치적인 요소로 활용할 정도로 유용했다고 할 수 있겠죠.
https://www.tods.com/kr-ko/tods-world/tods-for-colosseum.html
최근까지 콜로세움은 이탈리아 패션브랜드 토즈(Tod’s)에서 외관 및 설비 리노베이션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역사적 산물을 보존하기 위해 사기업인 패션 브랜드에서 웹사이트까지 개설하고 그 과정을 상세히 남기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인데요. 과거의 모습과 유사하게 콜로세움이 리노베이션 되면 지금보다 더 쾌적한 환경에서 다양한 관람객을 유치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도 증폭 시키는 부분입니다.
http://buromilan.com/en/project/new-colosseum-arena-floor-rome-italy/
그에 발맞춰 이태리 정부 주관으로 콜로세움의 Arena Floor 공사 사업도 진행중입니다. 기존의 콜로세움은 Arena Floor 가 없이 지하의 내부 골조가 전부 보이는 구성이었는데요. 2021년부터 Milan Ingegneria 라는 건설사에서 건설 사업권을 따내서 해당 공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사진처럼 공연장 바닥 공사가 마무리된다면 유명 가수의 콘서트나 글로벌한 이벤트를 개최할 수 있는 역사적 산물이 살아 숨쉬는 세계에서 유일한 곳이 될 것 같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외관 공사는 290억원이라는 막대한 비용이 들었는데 이는 토즈의 후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Arena Floor 공사 또한 건설비 250억원 가량의 대규모 공사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역사적 산물을 보존시키는 비용으로 약 540억원이라는 엄청난 비용이 발생되고 있는 셈인데요. 국내 숭례문의 복원 작업이 250억원 가량 들었다고 하니 새롭게 무언가를 만드는 것 보다 보존하는게 더 위대하고 대단한 작업임에는 분명해 보입니다.
콜로세움에서 콘서트를 연다면?
콜로세움은 현재 12유로의 입장료를 받고 있는데요. 만약 위의 복원 공사가 완료된다면, 국가차원에서 막대한비용이 들어간 사업이므로 지금의 입장료를 상쇄하는 수익 창출을 모색할 거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콜로세움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여러 공연 및 이벤트를 개최한다는 가정을 해보았습니다. 만약 콜로세움에서 브루노마스(Bruno Mars), 아델(Adelle)처럼 유명 가수가 콘서트 공연을 한다면..?
https://www.justjared.com/2021/12/06/adeles-likely-ticket-prices-for-vegas-residency-revealed/
[콜로세움 예상 공연 수익]
콜로세움의 수용인원은 8만7천명이라고 하는데 그 중에서 초대권, 취소티켓 등을 제외한 80%만 방문을 한다고 가정하고, 티켓 비용은 평균 20만원으로 보수적으로 가정시, (라스베거스Las Vegas 에서 유명 가수 콘서트시 작게는 $150에서 많게는 $800이상에도 티켓이 팔린다고 함) 회당 공연 수익이 139억 정도로 산출됩니다. 일년동안 12회를 개최한다면 연간 1670억원이 티켓 매출이 될 수 있습니다. 공연장의 수익률을 따져 봐야겠지만 콜로세움의 공사에 들어간 비용 회수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이네요.
현대판 콜로세움 경기장
현재, 콜로세움과 유사한 형태를 지닌 곳이 있습니다. 바로 축구 경기장입니다. 주기적으로 경기가 개최되고 서로의 팀을 응원하면서 아드레날린을 마음껏 뿜어낼 수 있는 곳이죠. 콜로세움과 축구경기장이 갖는 공간적 공통점도 있습니다. 원형 돔의 형태를 갖고 있으며 가운데 경기 구획이 지정되어 있습니다. 관람객은 선수들의 경기를 360도 어디서든 볼 수 있으며 가운데 위치한 코트 너머 반대편의 관람객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선수들의 시합에 열광하면서 반대편 관람객의 반응도 살피면서 함께 에너지를 분출할 수 있는 것이죠.
축구경기장이 라이브 공연이라면 영화관은 이를 언제 어디서나 원할 때 볼 수 있는 현대판 콜로세움 경기장이 아닐까요? 물론, 콜로세움 경기장처럼 피 튀기는 ‘진짜’ 혈투는 없지만 잔인한 가상의 ‘연출된’ 장면은 많이 볼 수 있으니까요.
처음 영화관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중심 상업지역, 백화점, 쇼핑몰 등에 생겼습니다. 특별한 날가족과 함께 혹은 연인과 함께 ‘문화생활’의 필수적인 요소로 ‘영화 관람’ 은 일상에 자리잡기 시작했죠. 그리고 영화 자체가 보편화 되면서 아파트 상업시설 단지나 동네 곳곳에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곳도 쉽게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사람들은 ‘매력적인 시각적 자극’에 사람들은 역사적으로도, 현재도, 항상 갈구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콜로세움의 프레임
그리고 여기서 콜로세움과 영화관이 갖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프레임’입니다.
콜로세움의 프레임은 중앙의 타원형 아레나입니다. 타원형의 프레임에서 매순간 장면을 바꾸고 드라마틱한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그리고 관람객은 지정된 좌석에서 해당 프레임으로 시선을 보내고 상호작용하게 됩니다.
영화관의 프레임
영화관의 프레임은 사각 스크린입니다. 하얀색 스크린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영상 미디어를 보며 사람들은 흥미로운 스토리에 빠져들게 됩니다. 영화관도 마찬가지로 지정된 좌석을 배정받고 고정된 자세로 프레임에서 제공하는 이미지를 습득하게 됩니다.
즉, 경기나 영화를 관람하는 관람객의 포지션은 동일 합니다. 좌석에 앉아서 모양이 다른 프레임에서 제공하는 이미지, 경기를 시각과 청각적 정보로 제공받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프레임의 크기나 형태에 따라서 사람들이 받고 느낄 수 있는 만족감의 차이가 발생됩니다. 아무래도 프레임의 크기가 크거나 개수가 많아지면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다양한 프레임의 시도
사람들의 ‘매력적’ 인 프레임을 즐기기 위한 시도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운동경기, 영화라는 컨텐츠 말고도 새로운 형태의 전시나 공연 등이 꾸준히 생겨나고 있습니다.
제주도, 여수, 강릉의 아르떼뮤지엄을 아시나요? District 라는 미디어아트 기업에서 운영중인 전시관입니다. 1,500평 가량의 넓은 면적을 디지털 컨텐츠로 가득 채워서 사람들에게 새로운 ‘매력적’ 인프레임을 전달하고 있는 공간입니다. 전시장은 초자연적인 디지털 이미지로 관람객의 두 눈을 새로운 세계로 안내합니다. 마치 우주에 와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어두운 공간과 화려면 불빛은 어느 곳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신비로운 감각을 선사합니다.
전시 공간은 여러 개의 스크린이 시시각각 변화합니다. 관람객은 두발로 직접 걸어 다니면서 변화하는 스크린을 두 눈으로 감상하고 미로처럼 펼쳐진 공간에서 몸이 이끄는 대로 자유로운 동선을 유지합니다. 이동하는 공간마다 새로운 프레임이 가득해 다채로운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즉, 프레임의 유동성이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CGV 용산아이파크몰의 경우 1개의 스크린 크기가 694m2 (31m x 22.4m)라고 합니다. 그럼 미디어아트 전체 면적을 약 1,500py(평)으로 가정하고 폭 31m 스크린을 10m 간격으로만 배치해도(두께반영 제외) 9개 이상을 설치할 수 있습니다. 그럼 단순 계산 만으로도 CGV 용산아이파크몰 스크린의 9배를 설치 할 수 있게 되므로 사람들의 만족도도 그만큼 혹은 그 이상을 제공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미래의 ‘매력적 프레임’을 가진 공간
저는 이렇게 변화하는 매력적인 경기장, 영화관 그리고 전시관을 보면서 앞으로 생겨날 수 있을 새로운 개념의 ‘매력적인 프레임’을 가진 공간을 상상하게 되었습니다.
과거의 영화관에는 상영관이 1개만 존재했었다면 세월이 흐르면서 기술의 발전, 비용 절감 등으로 한 장소에서 여러 상영관을 보유할 수 있게 되었고 각각 다른 컨셉으로도 운영이 다양화되고 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미디어아트와 같은 곳도 이렇게 ‘복합시설’ 로 써 구현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쉽게 설명하면 ‘국립현대미술관’의 사기업 버전인 거죠. 국립현대미술관은 여러 개의 전시실에서 각각 다른 전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통합권을 통해서 2-3개의 전시를 함께 관람할 수도 있고, 이건희 컬렉션과 같은 전시는 별도로 예약을 받아서 입장을 하기도 합니다. 영화관에서 여러 상영관을 운영하는 것과 유사한 개념인 거죠. 그럼, 미디어아트 기업도 여러가지 컨셉의 전시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1개의 관에서 미디어아트 전시를 한다면 다른 관에서는 또 다른 개념의 전시를 운영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예전 일본 오다이바의 팀랩보더리스 전시를 본적이 있는데 그곳은 한번 들어가면 2-3시간은 더 보낼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엑티비티가 함께 가능한 공간이었습니다. 미디어아트를 보면서 차를 마실 수도 있어 트렘폴린을 하며 뛰어 놀 수도 있었죠. 이런 컨텐츠를 여러 개의 관으로 나눠서 서비스를 제공하면 어떨까요? 팀랩보더리스에서는 관이 달라지는 개념보다는 1개의 큰 공간에 1개의 주제 아래 색다른 액티비티를 주는 개념이었다면, 제가 생각하는 방향은 각 관마다 ‘별개의’ 컨텐츠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Flow
한 가족이 있습니다. 총 4명의 식구로 이뤄져 있고 1남1녀의 가족이 전시를 보기 위해 1관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그곳은 사방이 어둡지만 현란하고 화려한 미디어아트가 온 공간을 수놓고 있습니다. 마치 우주의 한복판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죠. 사방으로 은하수처럼 반짝거리는 별들이 쏟아지고 태양 및 각종 행성들이 그래픽 아트로 공간을 수놓습니다. 이곳에서 약 1시간 정도 관람을 마친 가족은 2관으로 옮겨 갑니다. 2관에 들어선 순간 달콤한 냄새가 진동합니다. 1시간의 걸음으로 허기진 이들을 위한 현란한 디저트가 가득합니다. 온 벽면이 웨스엔더슨을 연상시키는 강렬한 색감의 사진과 그림으로 가득하고 그 앞쪽으로는 방금 그림에서 나온 듯한 키치한 도넛과 디저트들이 디피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유롭게 디저트와 커피를 마시며 벽면에 전시된 여러 개의 그림 및 사진을 관람하게 됩니다. 그렇게 배를 조금 채우고 3관으로 이동합니다. 3관은 들어서자마자 자욱한 안개가 가득합니다. 그리고 바닥에는 방금 해변에서 퍼온 듯한 모래가 가득하고 체험하기 위해선 신발을 벗어야 합니다. 어디선가 파도소리가 들려서 쫓아가보면 1관에서 본 거대한 미디어아트의 파도 이미지가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서울 중심에서 강릉의 시원한 바다 이미지와 소리 그리고 향까지 재현합니다. 그리고 한 켠에는 파라솔이 준비되어 있고 그곳에 편하게 앉아있거나 누워 있을 수 있습니다. 편하게 쉬고 있으면 심지어 노상 판매 직원이 간단한 디저트, 과자 등을 들고 판매하기도 합니다. 테이트모던에서 보던 인공 태양이 하늘을 가득 채워 일광욕을 하는 기분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네 식구는 서울에서 잠깐 시간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물론, 모든 관을 나왔을 때 전시관에서 즐겼던 디지털아트 그림과 디저트, 인공 태양 이미지 굿즈 쇼핑은 덤이고요.
마치며…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매력적인’ 시각적 자극에 반응합니다. 황금비율인지 초롱초롱한 눈망울 때문인지, 자연과 가까운 형태일수록 끌리는지 그 이유는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직관’적으로 끌리는 ‘프레임’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습니다. 남녀노소 통틀어서 모두가 공감하고 찬사를 보낼 수 있는 ‘매력적인 프레임’은 과거 콜로세움의 경기장에서부터 현재의 디지털아트까지 그 변화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부동산, 공간이 있습니다. 물론 메타버스도 있겠지만요. 디지털 아트 공간 기획에는 많은 제약 사항이 있습니다. (면적, 층고, 기둥, 동선 등) 이를 잘 반영해서 컨텐츠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 장소의 선정이 그만큼 중요합니다. 아무리 좋은 영화를 만들어도 대형 시네마에서 보는것과 핸드폰으로 보는 건 분명 ‘감흥’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두발로 디딘 땅 위에 지속적으로 발전할 새로운 변화와, 신선한 자극을 기대해 봅니다. 그리고 언젠간 콜로세움 경기장에서 아델의 콘서트를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