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속 리테일적 요소 파헤치기
***이 글은 오징어게임 초기에 쓴 글로 현재 시점과 숫자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단, 흥미로운 상상은 유효하니 재밌게 봐주세요
요즘 오징어게임이 엄청 대세인데요. 심지어 세계적인 유명 토크쇼인 지미펠런쇼에 오징어게임의 배우들이 출연하기도 했는데요.
넷플릭스에 따르면 21년 10월 13일 기준 전 세계 1억 1100만 넷플릭스 구독자가 '오징어게임'을 시청했다고 합니다. 넷플릭스 유료 가입자가 2억 900만 명인점을 감안하면 2명 중 한 명은 오징어게임을 봤다는 사실이 되는 거죠. 여태까지 넷플릭스의 가장 흥행작인 '브리저튼' 이 8200만 가구가 시청한 걸 감안하면, 비영어권인 '오징어게임'의 흥행은 정말 대단하고 의미 있는 결과가 아닐 수가 없겠네요.
그럼 오징어게임 장면 중 게임이 벌어진 섬으로 표현되는 장소 기억나시나요?
드라마를 보면서 가상의 공간인 줄로 알았던 섬이 한국에 실제로 존재하는 섬이라면 어떠실까요.
바로 '선갑도' 라는 인천광역시 옹진군에 속하는 섬입니다.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무인도 중에서 가장 큰 섬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곳이기도 한데요. 멸종 위기 동식물, 보호대상 해양식물 등 자연의 보고를 품은 천혜의 절경이라는 섬인데, '선도공영' 이라는 사기업의 사유지이기도 합니다. 원래 1970년대에 승봉도 주민 35명의 공동 소유였다가 정부가 핵폐기물 처리장으로 만들고자 1992년에 선갑도를 매입했지만 추진이 어려워지자 1996년 해양수산부 산하 한국 해양연구원에 매각했고, 그 후 2007년 선도 공영에서 매입하면서 회사의 소유가 된 곳입니다. 이 선도 공영이라는 회사에서 선갑도를 채석단지로 이용하려다가 환경 단체 등과 마찰이 생겨서 현재는 중단된 상황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근 섬 매매를 많이 한다는 내용을 전해 들었는데요. 유튜브에 '섬매매'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한번 해봤습니다.
검색만 해도 이렇게 많은 매물이 나와있는 걸 알 수 있었는데요.
이 중에서 제가 마음에 드는 한 곳을 지정해서 한번 가정을 해봤습니다.
경상남도 고성군에 위치한 한 섬이었는데요.
토지면적은 3,1325㎡ (9475.81평)이고 썰물 때는 도보로도 접근이 용이하고 마을과도 인접해 있는 곳입니다. 얼마 전에 경매로 나와서 593,535,700원에 낙찰된 곳이기도 하더라고요. 그럼 전용 평당 6만 2천 원 정도 가격으로 구매할 수가 있겠네요. (참고로 섬 같은 경우는 전용 평당 5~10만 원 정도면 구매할 수 있다고 합니다.) 당장 매입하긴 어렵더라도 얼추 평당 저 정도의 금액이면 섬을 구매할 수 있으니 조금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물론, 섬이라고 전부 개발이 가능한 건 아니고 관련 법령에 따라 절대보전, 준보전, 이용 가능, 개발가능 4가지 유형으로 나뉜다고 합니다. 이 중에서 건축물을 세울 수 있는 건 '이용 가능, 개발가능'이니 무턱대고 아름다워 보이는 자연을 담은 유튜브 영상에 현혹돼 구매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고요.
그래서 섬 내에 가건축물을 지을 수 있다는 가정하에 조금 더 고민을 해보았습니다.
'오징어게임' 을 진행하려면 공간이 필요하잖아요? 드라마 속을 보면 마치 대형 촬영 스튜디오와 같은 넓은 게임을 하는 장소와 참가자들이 묵는 공간 한 곳 그리고 주최자들이 관람하는 공간 및 관리 운영인들이 이용하는 시설 등으로 나뉘는데요. 이 공간을 사실 어림잡아도 최소 1만 평은 있어야 될 테니 섬 전체를 빼곡히 사용한다는 가정을 하면 되겠네요.
그렇다면 일단 큰 건축물을 세워야겠죠? 디테일한 부분들은 생략하고 약 1만 평에 가까운 바닥 면적과 최소 5미터 이상의 높은 층고가 있는 가건축물을 세운다는 가정을 해보겠습니다.
'오징어게임' 화면 속에서도 여러 개의 공간이 분할되어 있는 걸 알 수 있었는데요. 하지만 여러 개의 건축물을 개별로 짓는 거보다 하나의 공간을 건축하게 되면 들어가는 자재나 공사 기간 또한 줄어들지 않을까요?
실제로 공장, 창고 등의 공간 건축 시 활용되는 공법이 있는데요. 바로 PEB공법이라고 합니다.
PEB(Pre-Engineered-Building : 건물에 기둥이 없애고 천정을 받치거나 외벽을 지탱해주는 철골구조물을 컴퓨터로 계산, 제조하여 시공하는 방법) 이 방법은 일반 철골구조물로 건축하는 것보다 30%의 원가 절감이 가능하다고 하니 비용 절감 차원에서 해당 방법으로 건축물을 짓는다고 생각해보면, 전용 평당 150만 원으로 가정 시 약 1만 평의 공간에 150억이라는 비용이 들게 되는데요. 섬을 구매하는 것보다 공사비가 더 들 것 같아서 다른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해봤습니다.
넓은 공간을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요?
요새는 스튜디오 대관을 찾아볼 수 있는 사이트가 엄청 많더라고요. 필름메이커스, 로케이션뱅크, 아워플레이스처럼 직방, 다방처럼 손쉽게 공간을 대여할 수 있는 곳들이 점점 다양해지는 것 같았어요. 그중에서도 최근에 가수 로제 씨의 'On the Ground' 촬영지가 문득 생각이 났는데요.
SNS에서 스쳐 지나듯 한 장면을 봤었는데 굉장히 이국적이어서 기억에 남았어요. 근데 알고 보니 여기도 국내에 위치한 한 휴게소를 대여해서 사용했다고 하더라고요.
바로 경기도 양평군에 위치한 용두휴게소라는 곳인데요. 기존에는 휴게소로 운영 중에 있으나 촬영 시에 저녁을 활용하거나 대여를 해서 운영을 한다고 합니다. 전체 부지는 4,000평 정도 되고 오픈형 세트를 만들 수 있는 공간은 건물 포함해서 2,000평 정도 됩니다. 하루 이용료는 약 200만 원 정도 선이라 시간당 8만 원 정도 되겠네요. 물론 이런 곳은 사용 기간에 따라서 금액의 변동성이 크게 작용할 수도 있겠죠. 그래서 제가 경기도 및 지방의 대형 공간을 대략적으로 살펴봤을 때 비용 수준을 비교해봤습니다.
지역별로 몇 군데 업체만 찾아보았습니다. 살펴보면 평당 10만 원 초반대에서 20만 원을 넘지 않는 걸 볼 수 있는데요. 더 많은 표준 분포를 확인해보면 명확히 알 수 있겠지만 대체적으로는 서울에서 가까울수록, 실내 공간이 넓을수록 금액대가 높은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럼 과연 섬에서 오징어게임을 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대한 결론을 내려보았습니다.
먼저, 섬을 구매할 수는 있다. 단, 개발 가능 여부가 가능한지 사전에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며 수도, 전기 등을 사용할 수 있는 관리가 되어 있는 섬이어야 한다.
다음으로 약 1만 평에 가까운 스튜디오를 세우는 건? 사실상 정용진 부회장님 정도의 스케일이 안되면 불가능하다. 따라서 기존에 운영 가능한 창고/공장 형태의 스튜디오를 대관하거나 현재 운영 중인 대형 부지의 상업시설을 시간 단위로 대여한다.
결국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게 결론이었죠.
그러던 와중에 최근 강원도 한 호텔에서 실제 오징어 게임을 개최한다는 광고를 보게 되었습니다.
강릉에 세인트존스호텔에서 10월 24일에 오징어게임에서 진행한 게임들을 투숙객, 비투숙객에 상관없이 개최하기로 한 것이었는데요. 안타깝게도 코로나 방역수칙에 위반돼 위 게임은 취소될 것으로 보이더라고요.
그래도 생각 자체와 빠른 실행력이 돋보였다고 생각해요. 요즘 같은 시대에 다 같이 모여서 이벤트를 하는 거에 대한 갈망, 갈증 같은 게 분명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한번 고민을 해봤습니다. 코로나 방역수칙에 저촉되지 않으면서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을 즐길 방법은 없을까?
그렇지 않아도 글로벌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럭스엔 많은 개발자들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와 같은 게임을 구현해내고 있었습니다. 세계적인 인기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는데요. 아직은 이렇게 온라인 상에서 게임을 구현되고 있는 수준이었지만 조금 더 발전되어 일반 대중도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팝업스토어를 활용하는 방안인데요.
최근 주말에 한남동, 가로수길, 성수동 등을 나가면 정-말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코로나가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로 낮에는 사람들이 이제 'With 코로나' 를 외치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곳에 위치한 장소이면서 야외형 공간임에 동시에 참여자들 간에 이격거리를 띄울 수 있는 곳이 없을지 고민해봤습니다.
가로수길 초입에 위치한 인사동 쌈지길과 유사한 형태의 건물이 있는데요. 이지스자산운용이라는 쌈지길을 기획했던 운용사에서 보유하고 있는 자산이기도 합니다. 사실, 초기부터 지금까지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인데요. 작은 평수의 여러 유닛을 개별로 MD를 해야 되다 보니 백화점처럼 집객이 부족한 환경에서는 브랜드들이 임차를 하길 꺼려하는 곳이 되었습니다. 물론 임대료로 엄청 저렴하진 않겠죠?
굉장히 새로운 포맷으로 아기자기한 여러 브랜드들이 들어와서 운영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있는 곳임에는 분명하지만, 코로나와 맞물려 한동안 공실이 많은 곳이었습니다. 근데, 제가 주말에 다시 찾아가 보니 사람들이 엄-청 많더라고요. 이제는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죠.
바로, 가로골목 게임!
가로골목 공간 전체를 활용해서 오징어게임 이벤트를 해보는 겁니다.
가로골목은 지하 2층-지상 5층의 공간으로 연면적 약 720평의 상업시설인데요. 각 층별로 오징어 게임에 부합하는 콘텐츠를 기획해 보았습니다.
각 층별로 게임을 준비합니다.
1F 부터 5F까지 가능 동선을 활용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진행하고
RF 에서는 벤치에 앉아 달고나 게임을 진행합니다.
그리고 B1F로 내려와 줄다리기를 진행하고 2명씩 짝을 지어서 각 층별 룸에서 구슬치기 게임을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오징어 게임은 1F에서 진행하는 것이죠.
공간이 인사동 '쌈지길'에서 영감을 받아 거의 유사하게 지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길을 따라서 걷는 행위를 잘 활용하면 '오징어게임' 의 여러 가지 게임들을 잘 구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가로 골목 전체를 하루 동안 대관을 한다면 얼마 정도 비용이 필요할까요?
이런 사항은 협의를 해봐야 정확히 알 수 있겠지만, 어떤 회사에서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는지가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만약 넷플릭스에서 실제로 사용할 계획이 있다면 저라면, 금액을 막론하고 우선 진행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어떤 회사에서 어떤 목적으로 대관을 했고 그 파급력이 얼마나 대단한지에 따라 그다음의 대관 수익이 결정되기 때문이죠.
한 예로 성수동에 카페 쎈느라는 곳이 있습니다. 여기는 예전 공장 건물을 리뉴얼해서 카페 및 패션, 라이프스타일 소품을 판매하고 있는데요. 장소가 주는 압도감으로 오픈 당시부터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루이뷔통 팝업을 진행을 했었습니다.
카페 건물을 완전히 루이뷔통 스타일로 바꿔서 신상품을 론칭하는 장소로 활용했었는데요.
공간이 갖고 있는 넓은 파사드와 1-2층이 뚫려있는 구조적인 장점을 잘 활용해 많은 인기몰이를 한 팝업스토어였습니다. 그리고 얼마 안돼서 오메가에서도 같은 장소에 팝업스토어를 진행했습니다.
007영화 오픈에 맞춰서 마찬가지로 외관의 이미지를 잘 활용한 팝업스토어를 진행했는데요.
이 예시를 보더라도 어떤 브랜드가 처음 공간을 활용하냐에 따라 그다음 대관 수익이 정해진 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어찌 되었든, '오징어게임' 팝업스토어가 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유치해야겠죠? 저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참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
이상으로 '오징어게임' 을 보고 나서 든 여러 가지 생각을 제가 접하는 일과 연관해서 생각해봤습니다.
섬을 구매한다던지, 가건축물을 짓는다던지, 다른 사이트를 찾아 오징어게임 기획을 해본다던지처럼 상상으로만 생각하던걸 글로 적어보니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재밌는 요소들이 많지 않나요?
다음에도 인상 깊은 영화, 드라마, 일상에서 접하는 평범한 요소들과
부동산, 리테일 등 제가 몸담고 있는 업계와의 연관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