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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창균 Sep 12. 2022

제2의 청담거리는 어디일까

명품에 대한 추억

명품 좋아하시나요? 물욕이 좀 있으신 분이라면 수많은 명품 브랜드는 다 꿰고 있으실 것 같습니다. 설령, 물욕이 없으신 분이라도 루이비통, 샤넬 정도는 알고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만큼 명품브랜드는 관심이 있건, 없건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분야 중 하나입니다. 필자는 예전에 잠깐 명품 브랜드 MD로 일한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화려하고 럭셔리한 브랜드에서 일을 하면 나 또한 그런 부류의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또한 수백년 역사의 럭셔리 브랜드에서 일하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고요. 물론, 그런 부분도 충분히 있었습니다. 하지만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 비하면 저의 자부심은 굉장히 낮았습니다. 해당 브랜드를 사용한다고 제가 그 브랜드를 만든 사람은 아니니깐 말이죠. 개인의 가치관 차이로 저는 그 일을 짧게 경험하고 그만두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해당 럭셔리 브랜드는 큰 인기를 끌고 있고 주변에서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명품 어디서 사시나요?

명품 어디서 구매하시나요? 최근에 여러 명품 온라인 플랫폼들이 등장하면서 온라인으로 다양한 럭셔리 브랜드를 구매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발란, 머스트잇 등 수많은 플랫폼들이 유명 연예인을 내세워 광고도 하고 전년대비 매출의 급상 등의 기사를 많이 접하기도 했습니다. 코로나와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세태로 명품 브랜드 또한 온라인으로 구매하기 쉬워졌다는 것이겠죠.

하지만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백화점’ 을 방문해 명품을 구매하곤 합니다. 혹은 서울에 거주하고 있다면 청담사거리에 위치한 ‘플래그쉽’ 을 방문해 구매하기도 하죠. 한번이라도 명품 매장을 방문한 경험이 있다면, 직접 매장을 방문해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주는 가치가 분명 있다고 느끼실 것입니다. 물론, 최근에는 어느 백화점이나 유명 명품 브랜드의 경우 대기가 필요하고 심지어 제품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말끔한 정장을 갖춰 입고 손에는 하얀 장갑을 끼고 응대해주는 직원분들을 만나는 순간 서비스에 대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명품 얼마나 팔리나?

그렇다면 과연 명품은 얼마나 팔리는 걸까요? 2021년 기준 한국 명품시장 규모는 141억6,500만달러, 한화로 약 16조7,000억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소위 ‘에-루-샤’ 라고 불리는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의 경우 21년 기준, 에르메스 5,275억원, 루이비통 1조4,680원, 샤넬 1조2,237원 매출액을 달성해 명품 시장에서 약 19%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버킨백으로 유명한 에르메스의 경우 2천만원짜리(모델 중 나름 저가)가 연간 2만6천개 이상 팔려야 나올 수 있는 매출과도 같습니다.

명품 브랜드3사 매출
명품 브랜드3사 매출액 비중


소위 유명 명품 브랜드들의 경우, 주요 백화점내 매출이 적게는 500억원에서 많게는 1,000억원대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들이 내는 임대료는 얼마나 될까요? 브랜드의 등급별로 차등이 있겠지만 평균적으로 S급의 경우 10%대 수준, 그 아래급의 경우 20%대 수준의 마진을 지불합니다. 그렇다면 연간 1,000억원대 매출을 하는 S급 매장이 10% 마진일 경우 연간 100억원의 임대료, 월간 약 8억원의 임대료를 지불하는 것입니다. 





백화점과 청담을 벗어난 디올과 구찌

한동안 SNS에 가장 핫한 장소중 하나였던 구찌가옥, 디올팝업 스토어를 기억하시나요? 국내 명품 브랜드의 경우 보통 백화점과 청담사거리에 위치해 있는데 파격적인 행보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구찌코리아

구찌가옥 건물의 경우 파운드리서울이라는 기업에서 소유하고 있는 곳입니다. 이곳은 ㈜태광 이라는 산업용 제조 업체의 자회사이기도 합니다. 기존에 개인이 소유하고 있던 부동산을 파운드리서울이라는 기업에서 인수하면서 구찌가옥과 파운드리서울 갤러리를 함께 구성했습니다. 2018년 매입 당시 토지가 1.2억 수준으로 총 205억원에 매입한 건물을 신축해 현재 300억 이상 가격으로 예상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디올코리아

디올의 경우 성수동에 팝업스토어를 기획했습니다. 1년짜리 계약으로 이곳은 재마산업이라는 운송업을 하는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부지입니다.

이곳은 원래 주차장 부지로 그 중 일부에 가건축물을 세워 디올의 플래그쉽 쇼룸을 만들었습니다.

기존에 건물이 있던 곳이 아니었고 주차장으로 사용되던 곳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이 곳의 가능성을 재발견한 것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디올의 팝업스토어가 더욱 특이하고 기발한 접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구찌와 디올의 이런 이례적인 행보로 인해 서울 도심내 제2의 하이스트릿 매장을 찾으려는 명품들이 늘어나고 있다고도 합니다.



미래의 명품거리는?

가까운 일본 도쿄의 경우 한국의 청담거리와 유사한 긴자에 수많은 명품 브랜드가 들어서 있고 그 외에 오모테산도, 시부야 등에도 같은 브랜드들이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꽤 오래 전부터 한국의 경우 백화점, 청담사거리 외에는 다른 명품브랜드 매장이 없었습니다. 그만큼 백화점에 대한 명품의 의지가 컸다는 이야기이도 합니다. 위에 대략적으로 계산한 연간 최대 100억대의 임대료를 지불한다는 건 명품 브랜드에서도 분명 큰 고정비일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광고 효과를 가져가면서 다른 지역에서 홍보 및 매출을 올릴 수 있는 한남동의 구찌, 성수동의 디올 매장이 브랜드 입장에서는 오히려 효율적인 방안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백화점의 발렛 서비스나 다른 명품 브랜드를 함께 볼 수 있는 네이버링(Neighboring)이 잘되어 있는 등의 장점이 있지만 백화점에도 늘어나고 있는 2030 소비자들의 특징은 성수동처럼 새로운 상권에 더욱 흥미를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청담사거리를 대신할 새로운 명품거리는 탄생할 수 있을까요? 저는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가능을 넘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남동의 꼼데길 기준으로 네이버부동산에 나와 있는 매물로 전용 160평이 5,800만원 정도의 월세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2022.08 기준) 면적을 300평대로 확장해서 월 1억원의 비용을 지불한다고 가정해도 연간 12억의 임대료를 지불하는 것입니다. 단순 임대료의 총량을 비교하면 당연히 한남동에 명품 플래그쉽을 하나 더 만드는데 백화점에 매장을 하나 더 내는 것보다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물론, 매출수수료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일반 상권의 건물주가 거의 없다는 게 큰 이유겠죠. 브랜드 입장에선 보장되지 않은 매출 대비 높은 고정 임대료를 내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구찌가옥이 입증했고, 성수동의 디올 팝업스토어가 크게 흥행함으로써 명품 브랜드들의 시선도 분명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한남동의 경우 강남과는 한강으로 구분 지어져 있음과 동시에 나인원한남, 유엔빌리지 등 초고가 주거 단지가 밀집되어 있기도 합니다. 꼼데길에서 이태원역으로 이어지는 길에 대한 개발도 활발이 이뤄지고 있고요. 도쿄의 오모테산도 같은 느낌은 한국의 한남동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성수동의 경우 최근 급속도로 떠오르는 상권임과 동시에 강남과도 가까운 입지적 이점이 있습니다. 또한 뚝섬역, 서울숲역, 성수역에 이르는 광범위한 상권적 입지를 갖고 있기도 하고요. 하지만 아직 명품 브랜드가 선호할만한 건축물의 스펙 즉, 넓은 바닥면적, 층고, 신축 등의 요소를 갖고 있는 곳이 소수이긴 합니다. 따라서 당장의 명품거리가 조성되기에는 물리적 한계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한남동의 입지적, 환경적 이점에도 불구하고 출점 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면 저는 명동 상권이 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 명동의 골목, 내부 상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롯데백화점 맞은편의 대로변 상권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최근 오픈한 명동 애플스토어를 아시나요? 건물 1,2층을 플래그쉽으로 활용해 국내 애플 매장 중 가장 큰 공간을 운영하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명동을 찾는 발길이 뚝 끊겼지만 명동 애플의 경우 항상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있습니다. 해당 계약은 꽤 오래전에 진행되었지만 코로나와 상관없이 브랜드의 파급력으로 고객을 집객시킬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예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 양옆에 위치한 대형 빌딩이라면 명품 브랜드에서 탐낼만한 자리라고도 생각합니다. 물론, 바로 앞에 롯데백화점 그리고 인근의 신세계백화점이 위치해 있지만 건물의 파사드를 광고판으로 생각한다면 이만큼 효과적인 장소가 있을까요?


롯데백화점 일부 파사드(41m)와 애플 양옆의 건물들의 파사드(18m, 36)는 다음과 같습니다. 6차선이 지나는 거리 한켠에는 백화점이 위치하고 한켠에는 애플이 위치한 곳이 있을까요? 더군다나 애플 양옆의 건물은 리모델링한 건물이기도 합니다.


물론, 기존 백화점에서 운영을 하고 있는 명품 브랜드의 경우 너무 근접한 장소로 인해 출점 자체를 망설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떠오르는 온라인 플랫폼들은 어떨까요?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은 바뀌어져가는 소비자들의 소비 행태로 인해 큰 사랑을 받고 있으며 머스트잇 280억, 트렌비 400억, 발란 100억대 이상의 누적 투자금액을 받고 있습니다. 이들의 오리지널리티인 온라인 외에 오프라인 공간을 펼칠 수 있는 곳이 바로 명동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롯데, 신세계처럼 기존 유통사와 대비해 최근 떠오르는 명품 브랜드 소비 행태를 대변하면서도 명동의 대로변 파사드를 장식한다면 브랜드 측면에서 또 다른 이슈 메이킹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치며…

예전에 잠깐 명품 브랜드에서 일을 했을 땐, 과연 명품 브랜드는 지속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갖곤 했었습니다. 당시 저에겐 지극히 사치품이란 인식이 강했고 그 흥미는 새로운 브랜드에 의해 충분히 대체될 수 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수십년, 수백년 동안 사랑받아온 명품 브랜드가 있듯이, 사람의 소비 행태는 그렇게 드라마틱하게 바뀌지 않는 것 같습니다. 럭셔리가 주는 환상과 이미지는 사람들에게 고급스러우면서도 신비로운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 같습니다.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는 아름다움과 기품 그리고 그런 것들을 지향하고 꿈꾸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럭셔리는 영원할 것이고 계속 진화할 것 같습니다. 가까운 시일내에 색다른 곳에서 색다른 모습으로 럭셔리 매장을 만나볼 날을 기다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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