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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창균 Aug 17. 2022

도시에서 찾은 '완벽한 쉼'

도심 속에서 찾는 여러가지 휴식의 장소


서예로부터 시작된 명상

어릴적 저도 운동 꽤나 좋아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축구공을 쫓다 보니 하루가 끝난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축구를 잘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조금 얌전한 아이를 원하셨을지도 모를 어머니께서 어느 날은 서예를 배우라고 하신적이 있습니다. 벼루에 물을 붓고 먹으로 천천히 갈아주면서 적당한 농도가 되면 붓의 끝을 돌려가며 조심스럽게 먹을 적셨고 한지 위에 붓글씨를 써내려 가곤 했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붓 끝을 따라 우아하고 수려한 붓글씨를 써내려가는 선비를 떠올리며 임했던것 같습니다. 선생님의 칭찬은 덤이었고요.

어쩌면 우리 조상들은 그때부터 명상, 정신수양과 같은 요즘 들어 떠오르는 웰니스(Wellness)와 같은 키워드를 몸소 익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국내 최초의 웰니스 호텔

우리 조상의 피가 흐른 덕인지 최근에 많은 사람들이 명상, 웰니스, 건강 등에 관심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런 기대에 부응하고자 2018년도 정선에 파크로쉬 리조트앤웰니스라는 국내 최초 웰니스 컨셉의 호텔이 오픈했습니다. 호텔이라면 당연히 여길 룸서비스도 없는 파격적인 컨셉의 호텔인데 그 사실이 밉지 않습니다. 오히려 웰니스라는 컨셉 덕분에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내부 공간을 보시면 ‘정선의 자연’ 을 연상시킵니다. 리셉션 벽면의 켜켜이 쌓아 올린 석재와 로비의 톤앤무드 그리고 리차드우드(Richard Wood) 작가의 자작나무를 모티브로한 벽 디자인, 객실 내부 파티션의 화강암은 파크로쉬 외부의 자연과 내부로의 연결을 매끄럽게 이어주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곳의 가장 큰 강점은 프로그램입니다. 숙박을 예약하면 요가, 명상, 밸런스핏 등의 프로그램을 총2회 신청할 수 있습니다. 수십명은 들어 갈 수 있을 대형룸에서 여러 방문객들과 함께 매트 위에서 자신의 뻣뻣함을 뽐내며 수줍게 웃을 수 있는 기분 좋은 시간을 갖습니다.

한시간 남짓한 이 시간이 사실 파크로쉬가 추구하는 웰니스라는 컨셉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순간이기도 합니다.


물론, 돈을 지불하면 얼마든지 도심에서 요가, 명상, 필라테스 등의 수업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몇시간을 달려와 차 밖을 나선 순간 처음 들이키게 되는 자연의 내음과 압도적으로 위압되는 자연 경관은 어떤 금액을 줘도 갖지 못할 판타지이며, 동시에 함께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 또한 청담동에서 뛰어난 몸매를 뽐내며 현혹하는 선생님들에 비해 훨씬 정신적인 안정감과 심적 편안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스테이앤모어


또한 2층에 함께 위치한 라이브러리 공간 구성도 눈여겨 볼만 합니다. 복도를 따라서 길게 늘어선 공간 중앙에 바닥부터 천장을 관통하는 원목으로 만든 서재를 구성했습니다. 하나의 사각형 공간 중앙에 가로로 원목 책장을 배치함으로써 공간이 두 곳으로 확장되는 효과를 주었고 두 공간이 갖는 시선의 방향과 집중도의 차이를 만들었습니다. 또한 구분된 하나의 공간에서 창가를 통해 백석봉 산자락의 기운을 마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서적은 요가, 수면, 명상, 건강 관련 외에 문화, 예술, 건축, 여행 등 파크로쉬라는 공간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한적함과 디자인적인 감성을 두 눈으로 글로써 담게끔 잘 큐레이션 되어 있습니다. 또한 곳곳에 보기만해도 편안해 보이는 의자들을 배치해 창으로 흡수되는 자연광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게끔 연출했습니다.

그 외에도 무릉도원에 와있는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야외수영장과 사우나 그리고 3대 콘서트홀에 사용하는 스피커로 두 귀를 즐겁게 하는 글라스 하우스 등 세심하게 오감을 만족시키는 여러 장치들이 가득한 곳이기도 합니다.


2018년 상반기에 오픈한 파크로쉬 리조트앤웰니스는 HDC현대산업개발이 개발하고 김종호 인테리어 디자인 회사에서 인테리어를 진행했습니다.

대지면적은 11,587㎡(3,500평)이고 건축면적은 3,886㎡(1,175평), 연면적 31,434㎡(9,509평)으로 건폐율 약33%, 용적률 약170% 정도인 호텔입니다. 2017년경 전체 토지를 17억4천만원대인 평당 49만원에 HDC현대산업개발이 매입한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 사진을 참고해보면 밭이었던 곳을 4성급 호텔로 만들었으니 못해도 평당 6-700만원 이상의 공사비가 들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거기에 공간 인테리어와 조경에도 신경을 썼으니 추가적인 비용이 더해졌겠죠.



네이버지도

정선 알파인 경기장이 위치한 곳이기도 하다보니 계획관리지역이면서도 토지거래계약에 관한 허가구역이기도 합니다. 정부 사업 옆에 자리 잡는 호텔이므로 승인 절차가 꽤나 까다로웠을 것 같고 준공 후 매각으로 인한 수익보다는 원활한 시행 및 운영을 할 수 있는 기업을 정부에서 선호했을 것 같고 그래서 HDC가 제격이었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듭니다.


제가 방문한 날이 일요일-월요일이었는데도 객실 방문객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더군다나 4년 이상 되었는데 오히려 코로나 시국에 더 많은 소비자가 찾는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OCC(Occupancy, 객실가동률)가 70% 이상은 나올 것으로 보이고 ADR(Average Daily Room rate, 객실료)의 경우도 평균 20만원 후반대로 204개 객실 월 평균 10억 이상의 수익은 발생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식음의 경우도 인근에 방문할 곳이 없기 때문에 방문객 한 팀당 2명 기준 모두가 적어도 한끼 식사는 무조건 이용한다고 볼 수 있겠죠. 그럼 인당 3.5만원 가격으로 예상해보면 식음 매출을 일부 더했을 때 연간 100억 이상 매출은 가능할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운영에도 큰 이익이 되리라 생각되는 웰니스 컨셉은 전세계적인 관심사인 것 같습니다.



일본 도심 속 온천

일본의 경우 2019년도에 신주쿠에 도심 속 온천이 탄생했습니다. 바로 신주쿠에 위치한 온센료칸(ONSEN RYOKAN) 입니다.


Nacasa&Partners

신주쿠 5초메의 변에 있는 교외에 있을 법한 일본 전통 가옥 느낌의 단층짜리 건물입니다. 1층에 바라본 호텔은 일본의 교외에 있을 법한 전통적인 디자인 특징을 띄고 있습니다. 로비로 들어가는 동선에도 낮은 조도 및 간접등의 활용과 식물 및 원목, 돌의 조화로 정갈하고 차분해지는 공간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바로 공간에 대한 판타지를 입구에서부터 제공하고 있는 것이죠.




이곳의 가장 본받을 만한 점은 부지의 활용입니다. 대로변에 인접한 부지의 건물에는 일본 전통식 가옥을 지어 료칸의 분위기를 입구에서부터 느낄 수 있게 합니다. 그리고 뒤쪽 부지는 높은 빌딩을 활용해 도심 속에서 좁은 면적 대비 최대의 효율로 온천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대로변의 경우 아무래도 토지가가 더 높기 때문에 조금만 매입 혹은 임대를 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뒤쪽 부지를 넓게 활용하는 방향이 투자 측면에서 효율적이라 판단되었을 것 같습니다. 그 밖에도 인근 건물들의 층수가 낮은 걸로 보아 대로변 높이 상한선 제한 등의 경우도 고려되었을 것 같습니다.


또한 보통의 도심 속 온천, 호텔 수영장은 한 개의 층을 수평으로 뻗게끔 설계합니다. 그리고 외부로부터의 프라이버스를 위해 시선을 중앙으로 향하게 하죠. 그렇게 하면 공간의 끝과 끝에서 보는 시선이 건물 전체의 면적과 유사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 장소에서 가질 수 있는 시각적 면적이 만족감과 비례하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한정된 부지로 온천, 호텔을 개발하게 된다면 온센료칸(ONSEN RYOKAN)처럼 수직으로 온천을 각각 룸에 배치하는 설계가 해결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외부로부터의 프라이버시도 보호하고 각 층별로 가질 수 있는 시각적 면적의 방향을 외부로 향하게 하는 것입니다. 오히려 한정된 공간 대비 넓은 외부 공간을 방 안으로 끌어 들여와 만족감을 극대화시키는 것이죠.


국내, 일본에서 즐길 수 있는 웰니스 컨셉의 공간이 동양적인 무드를 추구했다면 미국에서는 또 다른 방식으로 웰니스를 즐기고 있습니다.



미국식 쉼의 발견 빌리언즈

빌리언즈(Billions)라는 미국 드라마를 좋아합니다. 뉴욕 금융가의 억만방자인 바비 엑설로드와 뉴욕 연방 검사 척로즈의 금융 거래 세계와 외교 정책에 관한 드라마입니다. 여기서 각 분야 최고의 지위와 권위를 가진 두 주인공이 복잡한 마음을 다스리고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머릿속을 비우기 위한 과정으로 명상을 애용하곤 합니다. 또한 사우나 같은 시설을 종종 이용하는 장면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6년 정도 된 드라마이다 보니 당시 20대였던 제겐 그런 장면들이 꽤나 생소했으나 지금 시점에선 실제로 저런 공간들을 애용할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드라마에 나올 법한 공간을 뉴욕에서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뉴욕 AIRE Ancient Baths

맨하튼에 위치한 고대 목욕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간입니다. 뉴욕의 공간은 1883년 섬유공장으로 사용하던 100년 된 건물을 복원해서 만들어진 곳입니다. 고대 로마, 그리스와 오스만 문명에서 착안한 전통적인 방식의 스파 서비스를 제공해 높은 가격대에도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저렴하게는 120분에 30만원대부터 80만원때까지)


아이레 뉴욕(AIRE New York) 은 도심속에 위치해 있습니다. 건축 바닥 면적은 120평(408.07m²) 정도 되고

공간은 총 3개층으로 이뤄져 있으며 1층에 리셉션 2층에 직원 공간 및 별도 시설 지하1층에 스파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사진 상으로 보았을 때 1층의 높은 층고를 활용해서 2층 공간을 별로도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 즉 실제적으로는 2개 층만 임대해서 운영한다고 보면 되겠죠.


[사진18출처: AIRE Ancient Baths]



AIRE Ancient Baths


AIRE Ancient Baths

이곳은 외부의 뷰 포인트 대신 사람의 시선을 내부에 집중시켰습니다. 오래된 건물의 벽돌, 파이프 등의 요소들을 적극 살렸고, 낮은 조도로 내부 공간의 시각적 상상력을 증가시켰습니다. 그리고 Pool의 조명과 외부 공간의 조명을 대비시켜 마치 연극의 스포트라이트를 물속에서 받는 무대를 연상시키는 연출이 돋보입니다.

AIRE Ancient Baths

스파의 경우도 Valentine Day를 맞이해 커플을 위한 프라이빗 공간을 제공하기도 하고 와인을 마시면서 와인스파에 몸을 담그고 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도 있습니다.


 이 밖에도 시카고, 런던, 코펜하겐 등 다양한 도시에서 고대 목욕탕을 구현해낸 아이레(AIRE) 공간을 만나볼 수 있는데요. 전세계적으로 스파, 힐링 등의 니즈가 커져가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저스틴비버가 AIRE New York의 단골 고객이라고 하니 충분히 이해가 가는 대목입니다.



도심 속 ‘쉼’ 키워드

여러 사례를 살펴보면서 도심 속 ‘쉼 공간’ 키워드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첫번째 웰메이드 프로그램.

비용 지불에 큰 망설임이 없는 소비자에게 요가, 명상, 밸런스 핏 등 일반적인 육체 운동과 차별화되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중요하다.

두번째 도심 속 공간의 활용.

스파라고 한층에 모든 공간을 구현할 필요는 없다. 오래된 건물이면 구조에 맞게 변형해서 스페이스 베리에이션을 주는 게 공간 속 즐거움을 구현하는 방법.

마지막으로 역사의 활용.

최근 오래된 폐공장, 주택을 카페로 리모델링하는 경우가 많다. 이 부분을 스파처럼 조금 생소하면서 새로운 공간으로 디벨롭하면 도심 속에서 더 큰 관심을 받을 수 있다.


도심화가 가속화될수록 많은 사람들이 도심 속에서 휴식의 공간을 찾고 있습니다. 여러 공간에서 조경, 자연 친화적인 공간 연출이 쉽게 눈에 띄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인데요. 이런 소비자의 니즈에 발맞춰 빠른 시일내에 도심 속 ‘쉼’을 영위할 수 있는 공간을 마주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에겐 과거의 목욕탕 문화가 있으니 목욕탕 수증기 냄새를 향수 삼아 추억을 회상 시킬 수 있는 공간을 연출하면 어떨까요? 물론 바나나 우유도 함께 손에 쥐어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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