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에서 돌아오는 길이
어쩐지 가볍게 느껴졌다.
관희는 여기저기 쑤신다며
징징거렸고,
진국이는 자기 덕분에
살았다고 자랑을 했다.
나도 기분이 좋았다.
나는 어찌하지 못했던 준영이 형을
저 녀석은 스스로 극복했다.
집에 돌아왔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어머니 목소리가 날아왔다.
"어딜 또 싸돌아다니다 이제 와?
얼굴이 또 왜 그래!"
"그냥 넘어졌어."
"넘어지긴 어디서 또 쌈박질하고 왔구먼!."
진국이가 신발을 벗으며 속삭였다.
"어머님 근데 이겼어요. 걱정 마세요"
나는 진국이의 발을 꾹 밟았다.
"으악!"
엄마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일단 다들 배고플 텐데 일단 밥부터 먹자."
밥상이 차려졌다.
된장찌개가 또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진국이는 이번에도 두 공기를 비웠고
어머니는 이번에도 흐뭇하게 바라봤다.
아버지가 신문을 접으며 물었다.
"관희야, 요즘 뭐 하길래 매일 상처야?"
"그냥... 이것저것 해요."
"이것저것이 뭐야, 이것저것이."
관희가 머리를 긁적였다.
부자 간 대화는 예나 지금이나 참 짧다.
나는 된장찌개를 한 숟가락 떴다.
역시나 감동의 맛이다.
'이 맛이지.'
저녁을 먹고
관희 방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진국이는 또 벽에 기대어 졸고 있었다.
그때였다.
관희 폴더폰이 울렸다.
관희가 폰을 확인하더니
귀가 빨개졌다.
"누구야?"
"... 수현이요."
"뭐래?"
"나오래요."
나는 팔짱을 끼고 관희를 바라봤다.
"혼자 가."
"네?"
"혼자 가라고.
이제 혼자 해야지."
관희가 잠깐 나를 바라보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알겠어요."
관희가 나간 뒤
방 안에는 나와 진국이만 남았다.
진국이가 졸다 깨더니 물었다.
"형님, 안 따라가세요?"
"응."
"왜요?"
"걔 인생이니까."
진국이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눈을 감았다.
나도 잠깐 눈을 붙였다.
두 시간쯤 지났을까.
관희가 돌아왔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녀석 표정이 달랐다.
"아저씨."
"왜."
"저 수현이랑 사귀어요!!"
진국이가 벌떡 일어났다.
"오오!! 작은 형님!!"
나는 피식 웃었다.
'잘 됐네.'
근데 이상했다.
기뻐야 하는데
뭔가 알 수 없는 찜찜함이 생겼다.
관희가 씻으러 들어가고
'잠깐.'
천천히 생각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준영이 형 대신 수현이와 사귀는 관희.
역사가 그대로 유지되는 걸까?'
'그러면 주희는?'
영화에서 보면 과거에 무언가
바뀌면 미래도 바뀌던데
갑자기 두려워졌다.
'미래에 주희랑 결혼 못 하는 거 아닌가?'
진국이가 눈치를 챘는지
조용히 물었다.
"형님, 표정이 왜 그러세요?"
나는 한참을 말이 없었다.
"진국아."
"네."
"과거가 바뀌면 미래도 바뀌는 거야?"
"형님 그게 말이죠..."
"말해봐."
"저도 몰라요."
방안은 정적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