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가족에게 당하는 배신은 치명적이다.
상처받았을 때 돌아가 치유받아야 할 곳에 아픔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시절 기훈은 그런 이유로 분가를 결심했다.
그러나 그는 집이 없었다.
머물 곳이 없었으며 먹을 것이 없었다.
그는 곧 자신의 취약함을 온몸으로 느꼈다.
벗어날 수 없는 아픔과 고통.
기훈은 자신에게 아픔을 준 이들과 공존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마음속에 슬픔이 아닌 분노가 싹을 틔웠다.
그리고 그 깊은 분노는 복수를 낳았다.
그 집을 떠남으로써,
그들과 연락을 끊음으로써
자신의 복수가 완성된다고 믿었다.
그렇게 가슴속 작은 비수를 품은 채
그는 성인이 될 날만을 기다렸다.
현재 기훈이 갖고 있는 고질적 문제인
사람에 대한 불신, 처절한 독립성은
그 시절의 복수심이 남긴 가슴의 흉이다.
기훈은 서른이 넘어서야 복수에 성공했다.
그러나 그토록 매섭던 칼날도 세월 앞에서 별수 없이 무뎌졌다.
가족의 안부를 염려하고 기념일을 챙기는 자신을 보며
그는 그저 헛헛한 마음만 삼킬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