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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틀넥을 입게 될 줄이야

by 오제이 Mar 10. 2025


유년 시절 겨울철 교복은 흰 터틀넥이었다. 그 시절에는 보통 '폴라티'라고 불렀는데, 알고 보니 그것은 폴로 선수들이 즐겨 입던 터틀넥을 '폴로 티'로 부르던 것이 잘못된 발음으로 퍼진 것이라 한다. 나는 이런 사실도 모르고 폴라티의 '폴라'가 북극을 뜻하는 말이겠거니 하고 여지껏 살아왔다.


나는 예나 지금이나 목이 조이는 옷을 잘 입지 못한다. 중학교 시절 터틀넥 교복부터 고등학교 시절 넥타이를 매는 것까지 모두 불편하고 공포스러웠다. 보통 목이 조이는 데 공포를 느끼는 사람은 어릴 적 트라우마가 있기 마련인데, 나는 그런 경험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목이 조일 때 느껴지는 그 희미한 호흡곤란이 매우 신경 쓰이고 답답할 따름이다.


그 불편은 최근까지도 이어졌다. 작년에 있었던 할아버지의 장례식에서 삼일 내내 꽉 조이는 와이셔츠에 넥타이까지 메는 바람에 거의 실신 직전까지 갔던 것 같다. 사시 넥타이를 조금 풀고 있으면 괜찮긴 하지만, 마침 내가 맡은 일이 문 앞에 앉아 손님을 응대하는 일이라 가끔 교대를 해 쉴 때 말고는 줄기차게 넥타이를 조이고 있어야 했다.


그런데 불과 몇 달 전, 그러니까 올해 겨울을 맞이하면서부터, 나에게는 큰 변화가 생겼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음에도 스스로 터틀넥을 사 입고 다니게 된 것. 이건 개인적으로 굉장히 놀랄만한 사건이다.



일의 발단은 이렇다. 올겨울은 예년과 달리 유난히도 추웠다. 그럼에도 코트나 패딩을 새로 사는 건 낭비 같아서, 나는 목도리나 장갑 같은 방한 용품만 새것으로 교체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때 마침 눈에 들어온 것이 넥워머였다.


손흥민 선수도 끼고 다니는 걸 보면 그만큼 활동적이고 효과가 좋다는 뜻이겠거니 싶어 선뜻 구매했다. 목 윗부분에 둘레를 조절할 수 있는 끈이 달린 가벼운 제품을 찾았다. 매일 쓰는 제품에는 무난한 게 좋은 법이니 때 타도 티 나지 않는 검은색 제품을 골랐다.


어린 시절 교복으로 입던 딱 붙는 터틀넥과 다르게, 넥워머는 공간이 넉넉해 목에 불편함이 없었다. 게다가 보온성이 탁월해서 언제서부턴가 목도리 대신 넥워머만 하고 다니는 날이 많아졌다. 결국 욕심이 생긴 나는 훨씬 따뜻하고 부드러운 넥워머를 추가 구매했고, 어느새 바라클라바의 세계로도 입문해버렸다.



그리고 겨울이 거의 끝나가는 지금, 나는 터틀넥을 입고 있다. 불편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잘 입고 다니는데, 일주일에 5일 이상은 입고 지내는 것 같다.


절대 변하지 않을 것 같았던 취향도 세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목도한다. 세상에 결코 확고부동한 것은 없음을, 만물이 변화무상하며 나 역시 그 대자인의 일부임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성숙이며 성장 아닐까 싶다.







오제이의 <사는 게 기록> 블로그를 방문해 더 많은 아티클을 만나보세요.

https://blog.naver.com/abovethesurf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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