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화엄사에 피는 홍매는 짙붉다 못해 검붉은 빛을 띠어 '흑매'라 불리기도 한다. 꽃이 보고 싶다며 천 리 길을 달려온 벗들이 있어 하루 시간을 비우고 화엄사에 갔다. 꽃구경을 실컷 하고 사진까지 찍은 다음 보제루에 앉았다가 돌아오려는데, 아내가 절 뒤쪽에 있는 암자에 들르자고 했다. 며칠 전 친구와 함께 갔었는데 암자 쪽마루에 앉아 햇볕을 쬐던 느낌이 너무 좋았다면서 우리를 안내했다."
공상균 산문집 <바람이 수를 놓는 마당에 시를 걸었다>
'암자 쪽마루에 앉아 햇볕을 쬐던 느낌이 너무 좋았다'는 문장이 훅 파문을 일으킨다. '쪽마루에 앉아 두어 시간 햇볕을 쬐었던 느낌' 그게 뭔지 나는 안다. 이른 봄 또는 늦가을, 햇살 좋은 겨울 어느 날이면 달려가는 곳이 있다. 그 쪽마루에 내려앉은 햇볕을 쬐고 싶어 햇살 좋은 날이면 문득, 달려간다. 여유당 마루이다. 여유당 마루 기둥에 머리를 기대고 앉아 있는 오후, 그냥 두어 시간 앉아 있다 오기도 하고 몇 페이지 책장을 넘기다 돌아오기도 한다. 어느 가을 안동 여행길에서 고택 마루에 놀고 있는 햇볕 때문에 오후 일정을 포기한 적이 있다. 그저 무심히 햇볕에 몸을 기대어 오후 한나절을 허비했다.
‘암자 쪽마루에 앉아 햇볕을 쬐던 느낌이 너무 좋았다’ 며 그 쪽마루로 안내하는 마음, 그리고 뒤따르는 마음들. 햇살 한 토막이 기다란 마룻바닥에 꿀처럼 반짝일 어느 봄날 암자를 나도 꿈결처럼 끌어안는다. 그 햇볕을 그 봄빛을 금보다 더 귀하게 여길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어떤 잘못을 했다손 쳐도 나는 믿어주고 용서해 줄 것 같다. 아니 그럴 것이다. 대책 없이 그를 신뢰할 것이다. 이 문장을 옮겨온 이유이다.
우연히 시 한 편을 검색하다가 ‘지리산 달빛 도서관’ 블로그를 발견했다. 거기 올려진 글 몇 편을 읽다가 블로그 주인의 마음까지 읽게 되었다. 여기저기 수소문(?) 끝에 내가 몇 번 다녀온 ‘평사리 아침’ 카페와도 인연이 있는듯했다. 책을 출간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바로 알라딘에 책주문을 했다. 그 책이 공상균 산문집 <바람이 수를 놓는 마당에 시를 걸었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