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프레베르는 시 <아름다움이여>에서 "아름다움이여, 그 누가/ 보다 아름답고/ 보다 고요하고/ 보다 이론(異論)의 여지없고/ 보다 생동감 넘치는/ 어떤 이름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인가/ 아름다움이여/ 나는 종종 너의 이름을 사용해서/ 너를 널리 알리는 일을 하는데/ 나는 고용주가 아니지/ 아름다움이여/ 나는 그대의 고용인일 뿐"이라고 멋지게 노래했다.
그의 말대로 우리 모두는 아름다운 삶의 고용인이다. 아름다운 삶을 모시려고 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문태준 산문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나무가 되지요>
며칠 신록을 찾아 밖으로 나돌았다. 문득 이 글이 생각났는데 도대체 어디에서 본 글이었는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장석주 산문집이었는지 박연준이었는지 문태준이었는지... 먼저 문태준 산문집을 뒤졌다. 찾았다.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나무가 되지요> 58페이지에 '우리는 아름다움의 고용인'이라는 제목으로.
이 글을 처음 접했을 때 그렇군,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는데 며칠 자연을 떠돌던 순간 이 글과 딱 부합되는 지점에 서게 됐다. 읽는 순간은 그토록 깊이 공감을 못했지만, 문득 섬광처럼 휘릭~ 아름다움에 빠져드는 그 찰나 그래 그렇구나. 나는 아름다움의 고용인이구나. 우리는 아름다움의 고용인들이구나.
이즘의 계절 풀잎새 함부로 밟으며 들길을 걷는 걸 좋아한다. 적당하게 등줄기에 땀이 흐르고 땀내와 풀내가 엉키는 그 지점, 냄새로 오는 그 무엇이 내게 있다는 걸 깨닫는다. 보리가 익어가는 계절이면 어김없이 몸속으로 침범하는 감정 한 올이 있다. 그게 어느 부분에 탁 걸려 아련하게 번지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툭 건드리는 그것이 묘하게 나를 휘감는데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 명치 아래로 내려와 스멀거리듯 아려온다. 보리가 익어가는 계절 그리고 보리 곰팡내. 그리운 것들이고 아름다운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