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미쳐있었던 근력 운동도, 책에 대한 탐닉도 시들해진 무렵, '나는 좋아하는 게 없어. 마흔이 넘었어도 진짜 자신이 좋아하는 것도 모르는 바보'라며 스스로를 비난했다.
그러다 우연히 바이올린 스케일이 눈에 들어왔고 첼로와 바이올린을 배울 용기를 갖게 됐다. 바이올린을 켜는 딸 아이를 유심히 지켜보며, '어쩌면 나도?'에 대한 의문을 실현해온 짧지만 강렬했던 이번 여름의 시간들. 바이올린과 첼로의 선율에 나를 온전히 맡겼다. 한때 근력운동에 그랬던 것처럼, 책에 그렇게 완전히 빠졌던 것처럼 악기할 때만큼은 모든 걸 잊고 순수히 몰입했던 시간이었다.
아이들더러 놀고 있으라며 악기 연습을 조금씩 했다.
김두엽 화가는 어느 날 우연히 사과를 그렸다. 아들이 '아주 잘 그렸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그녀는 기분이 좋았다. 아들의 칭찬 한 마디에 매일매일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십일 년 넘게 많은 사람들이 사랑받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내 나이 마흔세 살, 어느 날 갑자기 운명처럼 바이올린이 내 인생에 들어왔다.
'엄마로서 취미를 갖는 시간과 돈이 과욕은 아닐까?' 하루에도 수없이 의구심이 들기도 하지만, 이번에 몰입할 새로운 세계가 음악의 세계는 아닐까 꿈꿔보는 설레는 나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