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에 빠져 있을 때 복근 있는 몸짱이 되고 싶었다. 책에 탐닉했을 때 꼭 책을 출간하는 작가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그런 목표를 두고 나아갈 때 목적을 달성하거나 목표에 근접했을 때 허무함이 찾아왔다. 그 이유가 뭘까. 바로 목표를 두었기 때문이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자신을 스스로 볶게 되고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일종의 허탈한 감정을 느낀다.
음악에 빠진 후 아니나 다를까 목표 설정형 인간인 나는 습관적으로 또 목표를 설정하기 시작했다. '음대에 가볼까? 바짝 해서 입시곡을 빨리 준비해볼까?' 하지만 나는 목표 설정의 끝을 알고 있다. 목적이 없는 목표 설정을 항상 최후엔 방향을 잃고 만다는 것을.
음악 학위를 따기 위해, 남들 앞에서 공연을 펼치고 싶어서, 누군가에게 내 음악을 들려주고 싶어서 음악을 하는 것이 아니다.
음악을 듣고 연주해보는 시간은 그저 나에게 몰입하는 시간이다. 어제 내가 할 수 있었던 곡의 연주가 오늘 조금 더 부드러워져 있으면 되는 거다. 어제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아졌으면 되는 거다. 그러면 그걸로 만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