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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이 컬러에 끌리나요?

by Redsmupet
B10 그린/그린

바틀명 : 가서 나무를 껴안아라

바틀을 섞으면 나타나는 컬러 : 그린

기조 : 그대가 뿌린 대로 거두게 되리라.

확언 : 나는 해야 할 것을 할 수 있는 여유와 공간이 있다.

키워드 : 자연, 나무, 공간, 방향성, 의사결정, 진실, 파노라마적 시각, 시기, 우유부단함, 가슴차크라





[나무는 나선형의 시간을 상징한다. 우리가 나무에 주파수를 맞출 때, 나선형의 효과를 받아들인다.] Mike Booth with Carl McKnight, <The Aura-Soma Sourcebook : Color Therapy for the Soul>


당신은 시계의 모양이 왜 둥근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겉모양이 어떻든 시곗바늘은 원을 그리며 돌아간다. 마리 루이제 폰 프란츠는 시계가 처음부터 둥근 모양으로 발명된 게 인간이 가진 순환적인 시간관 때문이라고 말한다. 시간이 원을 그리며 움직인다는 발상, 순환적인 시간관에 대한 원형은 자연에서 유래한 것일 테다. 자연의 속성은 순환이다. 낮과 밤의 순환, 계절의 순환, 식물의 성장과 죽음, 그리고 성장으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순환이 자연의 속성이다.


그런데 이건 좀 이상하다. 우리가 경험하는 시간은 원이 아니라 직선이지 않은가? 과거, 현재, 미래가 빙빙 도는 원을 그리는가? 당신은 현재와 미래를 지나 다시 당신을 찾아오는 과거를 경험해본 적이 있는가?

이렇게 묻고 보니 그런 경험이 불가능하진 않은 것 같다. 아니 우리는 꽤 자주 우리를 다시 찾아오는 과거를 경험하며 산다. "또!"라며 소리 지르고 싶은 순간이 바로 그런 순간이지 않은가.


어떤 이가 있었다. 직장에서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을 견디기 힘들어 직장을 옮겼다. 그런데 새로운 직장에도 자신을 괴롭히던 상사를 닮은 사람이 또 있다. 다시 직장을 옮긴다. 하지만 그곳에도 역시 닮은 사람을 만난다.

이런 이도 있다. 다시는 이런 사람에게 빠지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하며 헤어졌는데, 새롭게 만난 그 사람도 전 연인과 비슷하다. 그 사람과 하는 말다툼이 어쩐지 낯설지 않다. 또 헤어진다. 그리고 또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지? 분명 다른 사람인데 왜 이 관계의 구도는 낯설지가 않지?


우리는 꽤 자주 돌아온다. 현재와 미래를 지나는 커다란 원을 그리며 결국 우리가 출발한 그 자리로.

다행인 건 순환이 '닫힌 원'이 아니라 나선형이라는 것이다. 나선형은 빙글빙글 도는 원이지만 점점 확장되거나 좁혀지는 움직임을 가진다.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것 같지만 사실 우리는 그 자리에서 조금씩 바깥이나 안으로 움직이고 있다.


나무의 나이테는 매해 점점 더 큰 원을 그리며 하나씩 더해진다. 나이테가 만들어지는 간격은 해마다 다르다. 같은 시간 동안이라도 더 많이 성장한 해에는 나이테와 나이테 사이의 간격이 더 넓어진다고 한다. 우리를 이끄는 나선형의 시간도 이와 비슷하다. 성장이 이루어지는 만큼 내가 그리는 나선도 더 큰 간격으로 과거와 멀어진다. 성장이 멈추면 나선형이 같은 자리를 맴돌다 닫혀버린다. 우리의 시간이 나선형이기에 삶은 언제나 과거와 비슷한 상황을 반복해서 가져올 수 있다. 그 상황에 대한 나의 반응이 과거와 같다면 나의 시간은 닫힌 원이 된다. 과거와 비슷한 상황에 대해 내가 다르게 반응할 때 내 시간은 나선형으로 넓게 열린다.


'다르게 반응하는 것', 이것이 그린 컬러가 말하는 성장이다. 다르게 반응하려면 다르게 볼 줄 알아야 한다. 못 보던 것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새롭게 그 상황, 그 관계, 그 패턴을 보게 되면 나선형으로 도는 시간이 우리를 비슷한 곳으로 데리고 왔을 때 그 상황이나 관계, 패턴을 다루는 방식을 바꿀 수 있게 된다.

"직장을 몇 번을 옮겼는데, 어딜 가나 꼭 거지 같은 놈이 하나씩 나타난단 말이야!"라는 생각이 어느 순간 "혹시 그 거지가 나인가?"로 바뀔 때 우리는 반복되는 상황을 다른 방식으로 다룰 수 있게 된다.


나선형을 그리는 원이 다음 원으로 넘어가면서 생기는 간격, 그것은 그린 컬러가 상징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마음의 공간. 공간은 우리에게 여유를 준다. 여유는 종종 마법을 부린다. 그린의 마법은 우리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 이 마법을 통해 우리가 지금까지 보지 못하던 걸 볼 수 있게 된다. 숨은 그림 찾기처럼 꽁꽁 숨어있던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진실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된다. 나에 대한 진실이든, 세상에 대한 진실이든 그 무엇이든. 또한 그린의 마법은 타인의 마음이 지금 얼마나 기쁜지, 얼마나 아픈지 공감할 수 있게 해 준다. 공감은 우리를 세상과 연결해준다. 그러면 우리의 마음은 우리가 연결된 세상만큼 넓어진다. 공간이 넓어질수록 마법의 힘은 더 커진다.


나선형으로 순환하는 시간은 계절의 순환이기도 하다. 봄에서 여름을 지나 가을에서 겨울로 가면서 땅에서 나는 모든 것들이 죽음을 맞이하는 것 같지만 봄은 또 돌아오고 새로운 봄에는 새로운 씨앗들이 싹을 틔운다. 겨우내 꽁꽁 언 땅만 보고서 여기는 죽은 땅이니 짐이나 쌓아두자고 적재물들을 잔뜩 쌓아놓기 시작하면 그곳은 정말 죽은 땅이 된다. 봄이 되어도 씨앗이 싹을 틔울 공간이 없으니 씨앗은 흙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당신의 마음에 찾아오는 봄은 어떤가? 당신의 봄에는 씨앗이 싹을 틔울 땅이 있는가? 혹시 당신도 그 땅에 무언가를 잔뜩 쌓아놓은 건 아닌가? 당신의 땅 속에 아직 한 번도 싹을 틔우지 못한 씨앗들이 궁금하지 않은가? 얼마나 많은 씨앗들이, 얼마나 다채로운 씨앗들이 땅 속에 있을지 궁금하지 않은가? 호기심이 인다면 땅에 쌓아둔 적재물들을 하나씩 치워보자. 봄이 오기 전에.


그린 컬러가 끌리는 당신은 봄 같은 사람이다.



"당신이란 존재는 당신이 하는 일로 정해지며, 따라서 슈퍼마켓에서 육류를 자르는 평범한 일을 하고 있다면 당신은 운명의 부름을 받지 못한 것이 되어버리고 만다. 이것은 실수다. 왜냐하면 성격은 당신이 하는 일이 아니라 그 일을 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같은 정육업자라도 저마다 다르다. 그들에게 저마다의 다이몬이 있기 때문이다." 제임스 힐먼,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p.492



KakaoTalk_20201029_211330743.jpg 당신 참 나무같은 사람이에요!



KakaoTalk_20201030_114533134.jpg 당신에게 손을 얹고 당신의 소리에 귀 기울이면 졸졸졸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려요.



KakaoTalk_20201030_115002440.jpg 당신의 넓고도 부드러운 공간 속에서 쉴 때 제 마음에도 졸졸졸 시냇물이 흐르기 시작합니다.


KakaoTalk_20201029_213559912.jpg 당신이 만들어 주는 공간 속에서 저의 모습을 찬찬히 들여다봅니다.


KakaoTalk_20200916_212509046.jpg 지쳐서 균형잡기 힘들 때 당신은 저의 지팡이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당신 덕분에 한발 한발 다시 걷기 시작합니다.



<Photo by 홍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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