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자신의 환상이나 꿈을 이야기할 경우, 그것은 어떤 절박한 문제일 뿐 아니라 또한 그의 은밀한 문제들 가운데서도 그 순간 가장 괴로운 문제인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우리는 다양한 체험을 통해 알고 있다."
-칼 G. 융, <상징과 리비도>, 솔, p.61
브런치에 글을 쓰기 전에 블로그에 먼저 나의 꿈을 글로 올리기 시작했다.
두려움에 멈칫하기를 여러 번, 그러면서도 명상을 하며 지난밤 혹은 언젠가 꿨던 꿈이 떠오르면 글로 남겼다. 모든 꿈을 다 블로그에 올리지는 못했다. 꿈이 보여주는 내 모습이 너무나 내밀한 모습일 때는 그 꿈을 나만의 노트에 간직했다. 꿈이 말해주는 보편적 상징들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글을 쓰고 올리는 행위를 계속하고 있지만 여전히 마음 한구석은 불안하다. 융의 말처럼 꿈이란 나도 모르게 나의 절박한 혹은 은밀한 문제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내가 놓친 꿈의 메시지를 누군가 알아챌까 봐 겁먹은 아이가 지금도 내 안에서 나의 두 손을 붙드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 또 노트북 앞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꿈이 그렇게 개인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느껴질 때가 있다. 누구나 한 번쯤 꿈에서 만나게 되는 상황이나 장면, 스토리들에는 공감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그 공감이 타인의 마음에 닿을 때 그 마음 안에 미세한 진동이 느껴질 때가 있다. 그 순간 함께 느낄 수 있는 그 미세한 진동이 좋아 이렇게 또 글을 쓴다.
오라소마의 '코랄' 느낌이 이런 것 같다. 코랄, 말 그대로 산호는 하나하나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모두 연결된 군집체라고 한다. 그래서 코랄 빛이 상징하는 의미는 연결감, oneness이다. 바다를 대서양, 태평양, 인도양으로 나누지만 사실 바다는 모두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파도 하나하나가 개별적으로 생겨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바다의 몸짓일 뿐인 것처럼 우리도 결코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는 게 코랄의 메시지이다.
누군가와 '통했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 짜릿함을 경험해 본 적이 있는가? 그게 바로 코랄의 느낌이다.
어제였다. 잠에서 깨서도 가슴이 콩닥거렸다.
남편과 둘이 있었다. 어디선가 포자가 날아와 나의 왼 손에 떨어졌다. 깜짝 놀라 손을 털어버렸다. 잠시 후에 왼팔에서 시커먼 버섯이 서너가닥 자라기 시작한다. 깜짝 놀라서 남편에게 버섯을 떼어달라고 말하는데 이 사람이 못 들은 건 지 이쪽으로 통 오질 않는다. 버섯이 무서운 속도로 자란다. 내 살을 파고 들어가는 것 같아 다시 한번 남편에게 도와달라고 소리를 지른다. 그제야 내 목소리를 들은 남편이 와서 버섯을 떼어내려고 잡아당긴다. 얼마나 깊이 박혔는지 잘 떨어지지 않는다. 살점까지 떨어져 나갈까 봐 너무 무섭다. 한참 힘을 주고 나서야 버섯이 팔에서 떨어진다. 차마 눈을 뜨고 볼 수가 없어 두 눈을 질끔 감는다. 천천히 눈을 떠서 팔을 보니 멀쩡하다! 살이 파이고 피가 줄줄 흐를 줄 알았는데 아무 자국도 남지 않았다.
꿈에서 피부는 나와 외부의 경계를 상징한다. 내 몸의 가장 바깥 부분에서 인체 내부를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는 피부답게 꿈에서 피부는 외부의 영향으로부터 나를 보호해주는 것을 나타낸다. 피부병이 생기는 꿈은 나의 내면세계와 외부 세계 혹은 나와 타인의 경계에 어떤 문제가 생겼음을 암시하는 것일 수 있다.
그러면 피부에서 새카만 버섯이 자라는 건 뭐란 말인가?
버섯 하면 떠오르는 건 풍미, 영양가 그리고 나무다. 나에겐 그렇다.
나무에서 자라는 버섯이 떠오른다. 그러고 보니 나무는 참 많은 것들과 공생하는 것 같다. 자신의 몸에 버섯 포자가 붙어서 자라나도, 온갖 벌레들이 틈새마다 집을 지어도, 가지마다 새들이 둥지를 틀어도 나무는 그저 그 자리에 있을 뿐이다. 공생하면서.
내 꿈에 나온 버섯이 혹시 나와 공생을 하려던 것은 아닐까? 상처 하나 남기지 않고 깨끗이 떨어져 나간 버섯, 버섯이 내 팔에 더 붙어있었어도 내 살점을 파고들지는 않았을 것 같다. 꿈에서 버섯을 떼어내지 않았다면 나는 그 버섯과 어떤 공생을 해 나갔을까? 섬뜩하게만 여겨지던 꿈 장면이 갑자기 궁금증을 자아낸다. 꿈이니까 오히려 겁먹지 않고 상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버섯이 조금씩 내 피부로 퍼져나가 온몸을 뒤덮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버섯이 내 몸을 다 덮고 나면 깃털로 변하는 게 아닐까? 엉뚱한 상상도 해본다.
꿈에서 깨어나서 꿈을 떠올리다 보면 후회할 때가 있다.
'겁먹지 말고 그냥 가볼걸!'
후회가 된다는 건 내가 현실에서 두려워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차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꿈을 꾼 나는 내 경계가 무너질까 봐 두렵다. 아니, 내 경계를 너무 허술하게 쌓아놓고 있는 게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 내 꿈을 글로 쓰는 나를 불안해하고 있는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