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퇴사, 감당할 수 없어 도망쳤다

by 페어

그때는 2024년 6월 중순이었다.


나는 퇴사했다. 내 능력 밖의 업무를 감당할 수 없었다.

입사한 지 4개월 만에, 도망치듯 회사를 나왔다.


퇴사하던 날, 하루가 길었다.

다행히 대표가 오후 3시에 정리하고 가라고 해줬다.

대표를 포함한 열댓 명의 직원들이 엘리베이터 앞까지 나와 배웅해 줬다.

일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떠나는 나였지만 그 마지막 인사는 고맙게 느껴졌다.


그리고 오늘, 2025년 6월 29일.

그날로부터 1년이 훌쩍 지났다.

그동안 지인들은 내게 묻곤 했다.

“요즘 뭐 하고 지내?"

나는 그저, “놀고 있어. 쉬고 있어.” 이렇게 대답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해 보였다.


'나는 1년 동안 일을 안 하고 뭐 하고 지냈지?

정말로 놀고 쉬기만 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일하지 않고 비생산적으로 보낸 1년의 시간을 찬찬히 되짚어보고 기록으로 남겨보기로 했다.


곧 6월이 마무리되고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는 시기, 나는 집에서 선풍기를 쐬면서 땀을 닦고 있다. 프롤로그를 썼다, 지웠다, 고쳤다를 반복하다 제 풀에 지친 나는 이제 <1년을 놀아보니> 첫 글을 보내주기로 한다. 수박이나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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