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쉬면서 나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누렸다. 그 시간은 소중했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돈을 벌지 않고 산다는 건 생각보다 무서운 일이었다. 비록 내가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풍족하게 먹을 것 다 먹고 입을 것 다 입고 본가에서 편하게 살 수는 있었지만, 그건 순전히 가족들의 도움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계속 이렇게 살면 안 되는데 하는 마음과 언젠가 자립해야 할 텐데 하는 마음이 쌓여 불안과 걱정이 되었다. 나는 그제야 나는 현실감을 갖고 조금씩 움직여보기로 했다. 다시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찾아보기 시작한 것이다.
막막하고 두려웠지만, 작은 희망 하나를 품고 내딛는 수밖에 없었다. 취업 준비는 쉽지 않았다. 서류를 내고, 면접을 보고, 떨어지고, 다시 도전하는 반복이었다. 때로는 스스로를 의심했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원하는 삶이란 내가 번 돈으로 생활하고 자립하고 글 쓰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돈을 벌어 자립하는 것이 내가 다시 나로 서기 위한 첫걸음인 만큼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일 그 자체였다.
1년을 돌고 돌아 내가 다시 일을 찾게 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을지 모른다. 1년 전에는 왜 일을 해야 하는지 이유를 찾지 못했고 간간히 일자리를 찾으려 했지만 계속되는 실패에 자포자기했다. 그러나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것은 자립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하니 일하는 것의 소중함도 알게 되었다.
편하게 본가에 사는 건, 어쩌면 마흔이 된 나에게는 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자립을 위해서 다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앞으로도 일이 뜻대로 풀리지만은 않을 것이다. 또 떨어지고, 또 실망하고, 또 흔들릴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알고 있다. 일하는 건 내 삶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수단일 뿐만 아니라, 나답게 살기 위해, 내가 선택한 삶을 책임지기 위한 것임을.
돈을 버는 일은 단순히 생계를 넘어 나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다시 힘을 내서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서툴 수는 있지만, 그건 분명히 자립을 향한 발걸음이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나는 언젠가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을 거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