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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아쑤아 Oct 17. 2022

K장녀로 자라지 말거라!

출생 순서에 따른 성격/ 첫째 이야기

나는 K장녀이다. 평범한 가정에서 큰 어려움 없이 자랐지만, 어릴 때 엄마가 많이 편찮으셔서인지 애 어른 같은 마음을 쓰며 자랐다. 연년생 남동생을 엄마처럼 챙기며 때리면서 공부시키고, 대학 가서는 동생 옷을 내가 다 사 입혔다. 부모님이 시키지도 않으셨고, 부담을 주지도 않으셨지만 나는 알아서 하는 맏딸로 자랐다.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부모님이 '잘하겠거니' 믿어주시는 것이 좋으면서도 답답했던 것 같다. 나도 내 마음대로 좀 하고 싶은데 그 '믿음'을 저버릴 수 없어서 모범생으로 자라지 않았나..


첫째가 딸로 태어나자 나는 우리 딸은 조금 철딱서니 없게 자랐으면 싶었다. 나처럼 알아서 동생 챙기고, 엄마가 힘드시진 않나 살피고 그런 애 어른 말고 떼도 쓰고 이기적이기도 한, 그 나이의 어린아이로 자랐으면 했고 첫째라는 부담을 주지 않으려 신경 쓰면서 키웠다.


그런데 둘째는 매우 까칠하고 떼쟁이 시절이 길었다. 나는 둘째와 씨름하며 힘들어하는 일이 잦았고 그 사이에서 딸은 어쩔 수 없이 모범생으로 자란 것 같다. 남편 말로는 내가 셋째가 생긴 것을 알고 엉엉 울면서 그랬단다.

"라파(첫째)한테 미안해서 어떻게 해~" 

나는 기억나지 않지만 셋째가 생겼을 때가 둘째가 한참 떼를 쓰던 시기였고, 그래서 딸이 엄마와 동생 사이에서 힘들 거라고 내가 생각했었나 보다. 10살 전까지는 너무 순하기만 하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참아주는 역할을 맡는 것 같아 마음이 쓰였는데, 지금은 당차고 자기가 원하는 것은 표현하며 자라니 걱정은 하지 않는다.


아무리 엄마 신경 안 쓰고 자유롭게 자랐으면 하며 키워도 '첫째'라는 자리의 책임감은 피할 수 없나 보다. 딸이라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큰딸은 동생들을 알아서 챙기는데 처음에는 그 모습이 안쓰러웠다. 하지만 조선미 선생님이 그럴 때는 '고맙다'라고 하는 거라고 하셔서 그렇게 인사해주고 있다.

'네가 이렇게 해주니 엄마가 편하다. 고마워. 하지만 하기 싫을 때는 안 해도 돼.'라고..


자기 위치의 책임감을 갖는 것, 그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힘들 거라는 것도 나의 생각이지 딸은 뿌듯함을 느끼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나쁘기만 한 일도, 좋기만 한 일도 없기에 어느 상황에서든 긍정을 바라볼 수 있는 것! 그것이 삶에서, 특히 육아에서 많이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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