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 순서에 따른 성격차이
아이가 셋이라고 하면 둘째가 안쓰럽겠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가운데 껴 있어서 불리한 상황이 많다는 뜻이다. 내가 단골인 미용실 원장님은 본인이 둘째라서 서러운 적이 많았다며 둘째에게 잘해주라고 하셨다.
그 말씀을 듣고 나는 우리 집은 강한 둘째에게 모두가 맞춰주는데? 그랬다. 워낙 자기주장이 강하고 까칠한 편인 둘째라서 누나도 동생도 나도 참아주는 일이 더 많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난주에 이런 일이 있었다. 첫째랑 막내가 싸웠다. 첫째에게 들으니 막내가 하지 말라는데 계속 약을 올려서 자기도 모르게 한 대 때려줬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듣고 나도 남편도 "어디 누나한테 까불어?!"라며 막내를 먼저 혼내고 첫째에게는 때리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다. 그러자 보고 있던 둘째가 말했다.
"나도 첫째였으면 좋았을 텐데.. 나는 누나랑 싸워도 내가 혼나고 동생이랑 싸워도 내가 혼나는데 누나는 첫째라서 동생이 혼나잖아!"
그 말을 들은 나는 깜짝 놀랐다. 우리는 모두 저한테 맞춰주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둘째는 억울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있나 생각해보았다. 나는 불편을 강하게 표현하는 둘째에게 맞춰주기도 하지만 혼도 많이 낸다. 칭찬도 많이 받지만 혼도 많이 나니 안쓰럽기도 하다. 그리고 내 마음속에 첫째 딸은 먼저 동생을 귀찮게 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있고, 둘째는 먼저 건드리거나 참지 못한다는 편견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둘째와 첫째 혹은 막내가 싸우면 의례 둘째가 먼저 시비를 붙였을 거라고 추측한다. 그 생각으로 상황을 쳐다보면 그리 보이고 그러다 보니 둘째가 혼나는 일이 많은 것이다.
물론, 싸우면 둘 다 똑같이 혼이 나지만 둘째는 늘 본인이 먼저 야단을 들으니 더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런 상황은 계속 악순환이 되는데 억울한 둘째는 점점 더 강하게 본인의 불편함을 표현하고, 동생에게 까칠하게 군다. 나는 그런 둘째가 마음에 들지 않으니 더 자주 지적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후 한나절 동안 의도적으로 둘째 편을 더 들어주었다.
우리 부부는 둘째는 덜 혼내고 더 칭찬하자고 늘 신경 쓰고 있지만(그렇게 신경을 써도 가장 혼나는.. ㅠㅠ)
더 그렇게 해주었다. 그랬더니 세상에 둘도 없이 다정한 형아가 되었다. 아침에 학교도 데리고 간다 하고, 동생 책도 읽어주고, 동생이 혼나니까 편도 들어주고.. 특히 제 동생에게 야박하게 굴어서 항상 마음에 걸렸는데 이렇게 다정한 형아가 되다니! 안쓰럽기도 하고 다행스럽기도 했다.
그런데.. 역으로 막내가 자꾸 혼날 일을 만든다. 어휴.. 사랑둥이였던 막내는 왜 이런 거지? 관심 끌기 작전이겠지.. 삼 남매 육아는 정말 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