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장

(내가 작은 손으로 썼던 글)

by Julia Jo


아주 오래오래 전의 일인데

요즈음 기억이 밤하늘에 보름달처럼 선명하게 떠오른다.

그때는 학교 소풍을 가도 잔디밭에 작은 돗자리를 펴고서 점심으로 김밥을 먹었던 것 다.

비슷하게 학교를 나와서 고궁이나 왕릉 또는 야외로 가서 도시락도 먹고 글짓기를 써서 선생님께

내야 했다. 그날의 학습을 마치고 집으로 가거나 친구와 다른 곳으로 가서 놀고 그런 시간이었다.


무슨 글을 썼는지 지금 확실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학교에서 며칠 후 별로 기대하지도 않았던 상을 받았다. 내가 써서 선생님에게 제출했던 글이 입상이 되었다. 축하도 받고 집에 상장을 가져가기도 했다. 칭찬도 받았던 기억이 있다. 또 몇 년 후 수채화 그림을 미술 선생님께 내고 집에 재잘 재잘대며 갔는데 또 상을 받았다. 연못가의 나무들을 그린 것 같았는데 물감과 물을 적절하게 잘 배합해서 색을 자연스럽게 표현했다고 칭찬을 들었다.




세월은 흘러서 까마득히 잊었다. 아이들 영어를 가르치는 생활을 하면서 교육자료를 만들고 시간에 쫓기면서 글을 써봐야겠다는 생각은 하나도 없었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원래부터 타고난 재능도 가졌겠지 아마도 소재를 많이 가지고 하겠지 특정하게 정해져 있는 사람만 하겠지 하며 생각했다.


그리고 6년 전 횡단보도를 건너다 당한 교통사고 이후에 모든 일을 중단했었다. 오직 치료 그리고 재활이 일상이었다. 새로운 모임도 1년간 참석했었지만 곧 흥미를 잃었다. 그런데 나의 자아를 깨우는 뭔가가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것과 몸의 재활을 돕는 동작 이외에 또 생각나는 게 있었다.



이제 내가 다녔던 여행지의 이야기와 내가 만났던 사람들과의 대화를 글로 표현해 보자 하는 생각이 나를 깨웠다. 그런데 방법을 잘 몰라서 도움을 받았다. 글은 쓰고 나서 묵혀두며 김치처럼 묵은지로 숙성시키고 수정도 하며 완성시킨다고 배웠다. 그래서 곰곰이 기억을 더듬어서 사진자료나 메모했던 것도 없는 15년 전의 2004년 런던을 갔을 때의 이야기 그리고 다른 여행지에 관한 걸 쓰기 시작했다.


그렇치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흰 여백에 이야기를 채워갔다. 어우러지는 사진과 그림 자료도 필요했다. 여행 중에라도 바쁘게 메모하는 습관을 늘 활용하느라고 뒤쳐지는 행동도 있었다. 만사에 꽉 찬 지식과 풍부한 경험이 필요했다. 책도 시간이 되는대로 많이 많이 읽어야 도움이 되었다. 카페에서도 글을 쓰거나 글을 읽으며 보냈다. 읽어보면 작가마다 색이 다르고 표현력도 다르다는 걸 스폰치가 물을 먹는 것처럼 흠뻑 느꼈다.



글을 쓴다는 건 정신적인 작업인 동시에 또 육체적인 노동이기도 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걸 깨달으며 나는 brunch의 일원이 되었다. 아주 작던지 또는 거대하던지 나의 목표가 있다는 건 행복하다고 지금 생각한다.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을 했을 때 성취욕도 느끼는 것처럼 내 자아가 만들어내는 할 수 있는 일 그것 때문에 세제의 비눗방울처럼 나는 에너지를 스스로 생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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