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승무원은 아무래도 사람을 많이 만나는 직업이고 항공사의 경우 외모가 경쟁력인 사람들이 많을거라는 편견 때문인지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 일하다보면 이성에게 대시 받는 경우가 많지 않냐고. 나의 경우는, 오래전 20대 미혼일 때의 일이긴 하지만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는 것이 대답이다.
보통은 승객들로부터 연락처를 물어올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서비스 때 잠깐씩 나누는 업무적 대화가 대부분이라서인지 그런 적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모든 승객이 그렇게 연락처를 물어올만한 상태(?)의 연령, 성별, 개인 취향(?)이 아니기 때문인 이유도 있을것이다. 승객의 절반은 여자, 그 나머지 승객이 남자라고 할 경우에도 그 중의 대부분은 기혼이거나 연령대가 차이나는 경우일테고 그 나머지 소수 중에서도 여자친구가 있거나 눈 앞의 승무원이 아무리 예뻐도 자기 취향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일테고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찾아가거나 있는 자리에서 용감하게 연락처를 물어올 경우는 거의 없다.
글쓴이인 나의 외모나 매력지수가 별로인거라는 추측 아래 내 주변의 동료들만 봐도 승객으로부터 연락처를 물어오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가끔 같이 비행하는 팀원이 승객으로부터 연락처를 받거나 물어오면 바쁜 일터가 순식간에 깔깔대며 웃고 서로를 놀리는 장난스러운 분위기로 바뀌곤 했다.
그렇다는 대답도 할수도 있겠는데, 이유는 동료들 사이에서 나는 꽤나 인기있었기 때문이다. 동료라 함은, 긴 비행을 같이 한 남자 승무원, 또는 행선지에서 자주 보는 항공사 직원이나 엔지니어, 케이터링 팀 직원, 또는 기장 부기장 등.. 내 연락처를 물어오거나 오프 때 밥 먹자며 예의를 갖추는 경우도 있지만 회사 포털에서 연락처를 찾아서 전화나 문자가 오거나 무턱대고 호텔 방으로 전화를 걸어오는 황당하고 무례한 경우도 있다. 유부남 기장 중에는 자기 동생이나 친구, 아들을 소개해주고 싶다는 사람도 더러 있어서 정작 만나진 않았지만 기분이 좋았다. 나의 진가를 알아봐줬다는 사실에 업무 외에도 연락하고픈 마음이 들 때도 있었지만 난 그러기엔 너무 일과 사랑을 구분지어 사는 경향이 있었다. '게으름'의 다른 변명이기도.. 유부녀 6년차에 돌아보니 조금 아쉽..
어찌됐건 궁금증은 풀리렸으나. 그나저나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은 보통 마음에 두고 있는 여자의 직업이 승무원인 경우가 많았다.
... 대쉬하시라, 다만 시공간을 넘어선 연애를 각오하고 다소 진지하게 시작하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