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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 Moon Oct 28. 2023

시카고의 할로윈 데이

미국 사람들은 생일파티처럼 무슨 이벤트하면 무척 열중하며 즐긴다. 그중 하나가 가을의 빅 이벤트인 할로윈 데이다.


9월 중순만 들어서면 가는 곳마다 할로윈 아이템들이 등장한다. 크리스마스트리장식처럼  경쟁은 아니지만 몇 집 건너서 유령의 집들로 변신한 주택 뜰을 보는 일도 연중행사다.


거미줄이 온통 집을 뒤덮고 있는가 하면 , 끔찍한 해골들이 집 앞에 진을 치고 있기도 한다. 또는 집 전체가 얼굴 없는 귀신의 모습을 한 하얀 천들로 나부끼고 있기도 한다. 왠지 이런 집들은 섬뜩해서 도둑도 근접하기 싫을 것 같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할로윈데이 시즌이군 ‘ 하게 된다. 오래전에는 할로윈 데이는 아이들의 '마녀(유령)사냥  놀이'정도였다. 이제는 젊은 성인들까지 ‘할로윈 놀이’에 가담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할로윈은 어마무시한(?) 규모의 축제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들과 성인들의 할로윈 놀이도 많이 다르다. 가령, 할로윈 커스텀을 비교하자면, 아이들은 귀엽고 , 우스쾅스럽거나, 디즈니영화의 주인공 같은 콘셉트들 대부분이다. 


그에 비해, 성인들은 섬뜩할 정도다. 해괴망측한 가면도 말할 것도 없다. 괴물로 변신한 얼굴이나, 협혈귀의 이미지도 많다. 그들의 할로윈은 음흉하고, 공격적이며 , 심지어 파괴적이기까지 하다.


실제로 , 지난 주말에 지인과 카페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갑자기, 사람들 틈에서 검은 가면(총격범이 쓰는)을 쓰고, 검은색  커스텀 복장을 한 두 남자와 딱 맞닥쳤다. 순간, 나도 모르게 '어머!'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곧 바로 두 남자의 옆에 빙긋히 웃고 있는 아가씨를 보고서야 한숨을 놓았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 놀란 탓에  ‘어휴~ 저런 복장을 하고 카페까지 오고 싶어!’ 하고 쓴소리를 했다.(한국말로)


게다가, 시카고의 할로윈 데이는 날씨를 빠뜨릴 수 없다. 10월만 들어서면 이상하게 날씨마저 변한다. 다른 시티는 어떨지 모르겠다. 신기한 건, 시카고는 할로윈인 10월 31일이 오기까지 몇일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같이 음산한 날씨다.


수시로 흐리고 , 비가 자주 내린다. 으시시하면서 사뭇, 기분이 나쁘기까지  할 정도로 날씨가 좋지 않다. 막상 할로윈 당일에는 귀신이 장난하듯, 비와 바람이 세게 불고, 음산한 날씨는 심해질 때가 많다.


이런 날씨는 해마다 변함이 없다. 지금은 온난화 현상으로 그나마 좀 좋아졌다는 것이 시카고 토박이들의 말이다. 할로윈의 궂은 날씨는 시카고의 전통이란다. 정말 검은 여신이 마법을 부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렇게 시카고는 할로윈을 맞이한다. 미국의 어느 시티와 마찬가지로, 어른들에겐 조금은 성가시고, 긴장(?)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예의상~ 어느 집이나 문을 오픈하고, 아이들을 맞이하는  행사기 때문이다.


‘까짓것 아이들이나 있는 집이나 하는 거지 ‘라고 지나칠 일도 아니다. 성질부릴 수 있는 아이들에게 짓궂은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초콜릿과 캔디를 사들이고 조신(?)하게 그들을 맞이해야 한다.^


할로윈데이는 늦가을 행사다. 주황색으로 잘 물들은 큰 호박들은 코믹한 마귀로 분장을 한다. 울긋불긋한 국화꽃들과 낙엽이 뒤덮인 거리와 집들은 할로윈 이벤트의 멋진 배경이 된다.


날이 어두워질 무렵이 되면, 대부분의 집문간에는 불이 켜진다. '캔디 준비되었어요, 환영해요~'의 뜻이다.

아이들은 바람이 부는 음산한 거리로 등장한다. 잔뜩 멋을 부린 할로윈 커스텀을 하고 , 손에는 어여쁜 바구니들 든 채 총총걸음을 한다.


유령들이 나올 것 같은 집들도 넘고, 넘는다.  'Trick or Treat'을 노래처럼 지르는 아이들의 소리로 동네는 시끌 벅적 소란스럽다.

 

친절한 동네 어른들은 몇 시간이고, 계속해서  문을 오픈하고, 아이들을 맞이한다. 그럴 때마다 아이들은 언성을 높여 할로윈 주문 소리를  던진다.


Trick or Treat!

(캔디 좀 주면, 장난 안 걸죠 ~)


이 말은, 따지고보면 협박적이다. 하지만 날이 날이니만큼, 그냥 애교로 봐주는 셈이다. ‘그래~그래~ 즐기렴' 하고 캔디를 바구니에 담아주는 어른들의 베푸는 날이다. 아이들은 주인공이요, 동네 어른들은 아이들의 기분을 맞춰주는 들러리가 되는 셈이다.


사실, 캔디주는 일은 의무적이진 않다. 그래도 시카고 이웃들은 할로윈 이벤트에 적극적이다. 오래전에는 혹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 (가령, 집 안에 불을 끄고 , 캔디도 주지 않는 일) 집 문에 계란이나 화장실 휴지를 던지는 일이 종종 있었다고 한다. 덧붙이자면, 야유를 보내거나 문을 발로 쾅쾅 치기도 하는 일들도 있다.


할로윈데이에 일어난 뒷 이야기도 심상치 않을 때가 있다. 이 날은 분위기 때문인지 섬뜩한 사건들이 다음날 뉴스를 타고 들리기도 한다.


아이들이 유괴되거나 납치될뻔하기도 하고, 누군가 괴한에게 살해되기도 한다. 심지어, 어느 해는 아이들이 집집마다 다니며 받은 캔디에 독극물이 들어가 있었다는 소문등이 나돌기도 했다.( 그런 이유로, 받은 캔디는 아이들이 먹지 않도록 주의를 준다고 함)


이런 잡다한 소문에도 매년 할로윈 데이는 늦가을, 으스스한 바람을 타고 온다.  시카고의 날씨는 정말 할로윈 스럽다.^ 그래서 시카고의 할로윈은 더 할로윈스럽다고 하는 건지도.



나는 어른이기도 하지만, 특별히 할로윈 이벤트는 좋아하지 않는다. 


아, 캔디주는 일은 괜찮다.^ 우리 동네에 성깔 있는 개구쟁이 녀석들이 있다. 가끔, 우리 집 초인종을 이유 없이 눌러대고, 도망치는 아이들이다. 


괜히, 우리 집이 녀석들에게 찍히면 곤란하다.^ 동네 아이들이 이런 성질을  부릴까 봐..아무래도 열심히 캔디주는 일은 해야겠다^


어릴 적, 나도 마녀(귀신) 놀이를 신나게 즐겼던 기억이 있다. 시골에 갈 때다. 밤이면, 온 동네의 아이들이 으슥한 어귀에서 마녀놀이를 했다. 어린나이에 무슨 귀신의 존재를 알았을까? 동화속에 나오는 요술을 부리는 요정 정도로 공상을 하지 않았을까싶다. 


할로윈의 이벤트가  종교적이지 않다는 말이 있다. 그냥.. 이 날은 일 년에 한 번 '아이들의 상상속에 있는 까만 요정을 그려보는 날'이라고 붙이면 어떨까?. 나도 어릴 때, 그 놀이를 그런 마음으로 즐겼던 것처럼.


시카고의 할로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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