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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 Moon Feb 12. 2024

어떤 아줌마요?

내 이름을 불러주세요

어쩌다 누군가가 '나를 ‘미스~’라고 불러주면 기분이 확~ 업된다.


주로 샤핑몰의 직원이나 가게 직원이 '미스'라고 불러줄 때다. 이런 땐, 뭘 잔뜩 사고 난 영수증에 지불한 돈이 생각보다 많아도 괜찮다. 마치 공짜로 무언가 '덤'을 받은 것 같은 마음이 든다. 괜히 휘파람도 휘~익하며 한번 불어대기도 한다.


미스‘라고 불리는 것이 이렇게 좋은데 아줌마! 는 어떤가? (미국에선 때론,’미스’가 존칭의 의미로 불리긴 하지만) .


좀 지난 일이다. 어쩌다 단발형으로 포글~포글 하게 파마를 한 적이 있었다. 어느 날, 한인마켓에 갔다. 누군가 내 뒤통수에 대고' 아줌마!'라고 소리를 쳤다. 순간, '어? 이거 뭐지?'하고 뒤를 돌아보았다. 생선 파는 부스에 있는 아저씨였다.


마침, 내 옆에 어느 아주머니 한분도 같이 등을 돌리고 섰다. 내가 눈을 크게 뜨고 "저~아저씨! 어떤 아줌마요?" 했다.


아저씨는 바로 나를 찍었다!, 호호~ 그 아줌마는 내 옆의 아주머니가 아닌 바로  '나'였다!. 내가 무엇을 놓고 갔다고 큰 소리로 '아줌마!'라고 불렀던 것이다. 아.. 드디어 올것이 온건가?' 했다. 무언가 속에서 '불~끈'하고 치밀어 올랐다.^


“어휴~ 미국에서 아줌마가 뭐냐고요! 미세스~하면 괜찮지 않냐고요 아저씨~'하고 버럭 소리를 있는 데로 지르고 지를뻔 했다. 물론, 혼자 궁시렁거렸을뿐이다.  그 후론,  한동안 그 생선 부스 근처도 가지 않았다.^


다시 '미스' 이야기다. 마케팅 전략이든지, 서비스차원이든 '미스'라는 말은 샤핑을 즐겁게 해 주는 건 사실이다.  미스‘도 아니면서 '미스'라는 호칭에 기분이 좋은 건, 아무래도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생긴 현상이 아닌가 싶다.^


이미 결혼은 오래전에 했고, 나이도 제법 먹었다. 한국에 있는 동갑내기 사촌이나 내 절친들 중에는 이미 할매가 된 얘들도(자칭, 할매란다) 있다. 나도 나이로 따지면, 아줌마라면 좀 된 아줌마다. 점점 할매를 향해서 가는 중인 것은 사실이긴 하다.


하지만 내 신분이 이런들, 난 스스로를 절대 아줌마라고 부르지 않는다. 누구는 말했다. '자신을 아줌마'라고 부르는 순간, 진짜 아줌마가 된다고. (아마, 남성의 경우도 그럴 것이다. 조심하세요, 본인을 아저씨라고 부르는 순간 정말 아저씨가 된답니다)


사실이다. 그냥 보이는 데로, 있는 대로 살아가지만 굳이 아줌마로 만들 필요는 없다. 이런 생각으로 살다 보니 나의 호칭은 언제나 '지나'(미국이름)다.


시어머니부터 모든 시댁어른들도 나의 이름을 부른다. 남편도 이봐, 여편네! 대신 내 이름을 열심히 불러준다. 직장에서는 눈치 빠른 여직원들이 '미스 지나'라고 불러준다. 좋다. 나는 누구에게도 그냥 ’나‘일뿐이다.


가끔, 교회에서 꼬마아이를 만날 때도 '하이! 나, 지나 언니야~'라고 뻥을 친다. 조카가 키우는 '심바'라는 개에게도 '야! 지나 누나다~'하고 좀 더 장난을 친다. 이렇게 살다 보면 말처럼 '언니'가 되고, '누나'가 되는 것 아니겠는가? ^


그래도 피할 수 없는 것이 있다. 거울을 보면 씁쓸해진다. 눈가에는 고양이 털처럼 가느다란 주름이 자르르하고 , 웃으면 그 넘의 주름은 더 도드라져서 퍼뜩  웃음을 거두어야 할 정도다.


체력은 떨어져서 목이며 다리도 쑤셔오고, 좀 가파른 계단을 내려갈 때는 나도 모르게 난간을 잡는다든가, 앉았다가 일어서면 어~어하며 휘청거릴 때도 있고 그렇다.. 이런들 저런들 우울한 현실이다. 그래도 생각한다. '이쯤이면 괜찮지 않은가?'라고.  


어느 날,  글이 너무 쓰고 싶었다. 그 꿈을 찾고, 찾았더니 브런치가 턱 하니 내 앞에 나타났다. 오십이 되어서야 브런치에 입문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카메라를 사들여 공부를 하고, 사진 찍는 일에도 열심이다.


겁이 많아 평생 할 수 없을 거라 여겼던 '홀로 여행 떠나기'도 해보았다. '죽으면 죽으리라'는 뚝심 하나로 한 일이다. 유럽은 정말 싫다!라는 이상한 남편을 둔 덕에 그를 따돌리고 홀로 유럽여행에 집중하기로 한 것은 더 잘한 일이고.^


그렇게 떠난 여행에서 인생 친구도 만들고.. 홀로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생겼다. 게다가.. 아직까지 블루진에 스니커를 신으면 그런대로 어울리기도 하고..


뭐, 이쯤이면 괜찮다. 그래, 이쯤이면 괜찮지 않냐고. 자랑할 것도 크게 없지만 , 시무룩할 것도  크게 없다.

이것 하나면 생각하면 나이 먹는 것도 그런대로 담담해질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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