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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 Moon Feb 19. 2024

'fake' 사양합니다

요즘은 가짜'가 정말 많다.


가짜라면 우선 명품 백, 시계, 액세서리 등 수도 없이 많다. 나는 명품을 더 이상 사지도 않고 , 별 흥미도 없어서 굳이 가짜를 살 일도 없다.


오래전이다. 소위 짝뚱이라는 명품백을 딱 한번 샀던 적이 있다. 그것도 직장의 친구들이 서울만 갔다 오면 짙은 브라운 바탕에 패턴이 잔뜩 들어간 명품 백 짝퉁을 들고 나타나는 일이 마치 유행이었던 적이 있었다.


그땐 짝뚱백이 그런대로 진품처럼 훌륭해 보였다. 나도 잠깐 그 멋에 끌려 서울에 간 김에 짝퉁 명품백 하나를 샀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이 딱 봐도 짝퉁 같아 보였다. 더 이상 들지 않았다. 그 후론, 진짜를 사지 않아도 좋아!, 하지만 가짜는 싫다!로 마음을 굳히게 되었다.


'가짜'는 뭔지 프래쉬 하지 않고, 플라스틱처럼 진부하며, 금방 싫증이 난다. 그래서 나는 '가짜'가 싫다. 하기사 가짜'를 좋아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만은..(뭐 짝퉁명품은 좋아들 하는 사람이 많다만)  그것도 무엇이냐에 따라 다르다.


내가 이것만은 '가짜는 안돼!라고 하는 것이 있다. 꽃과 카드다. 이 두 가지는 항상 진품이어야 한다. 그러니까 꽃은 생화여야 하고, 카드(생일, 땡큐, 감사카드 등등)는 전자카드가 아닌 손으로 쓴 카드여야 한다.


우선, 꽃 이야기를 하자면, 우리 집에는 가짜꽃 (조화)은 없다. 가끔 생화가 있거나, 드라이플라워가 있다.  꽃의 생명은 길지 않지만 살아 있어 생생하고, 향긋하다. 짧은 생명이기에 아름답기도 하다. 그래서 꽃은 파릇파릇 살아있는 것이어야 한다.


한 번은 시댁 어른들의 패밀리 묘에 들른 적이 있다. 도착한 직후, 나도 모르게 얼굴을  확~ 찡그리고 말았다.

묘를 가득 둘러싸고 있는  총천연색의 조화가 현란하고, 무질서하게, 그것도 보기에 흉측한 플라스틱 화분에 꽂혀들 있었다.


묘지 담당을 하다시피 하는 남편이 한 일이다.  그는 오래가고, 눈에 팍, 팍 띄는 꽃들로 진열을 해 놓았다고 자랑을 했다. (참고로, 그는 플라스틱 꽃이 영구적이라, 돈도 절약할 수 있는 데다 무척 예쁘다고 하는 사람 중의 한 사람이다)


가족 어르신들이 기부만 꾸준히 하신다면..  '묘지 담당 제가 한번 해볼게요!' 당장 조화들 치우자고요!‘라고 하마터면 소리칠뻔했다. 하지만 어른들은 실용적인 플라스틱 꽃을 좋아하니 소리쳐 보았자 소용이 없는 일이었습니다.^


다음으로 카드 쓰는 이야기다.  왠지 좀 더 열을 올려서 해야 할 것 같다.^ 여기서 '가짜 카드'란 전자카드를 말한다. 혹시 여러분도 전자카드 받아보신 적 많으시죠? 무슨 생일이며, 성탄절, 새해가 다가오면 지인들이 약속한 듯이 보내는 '전자카드 '말입니다.  


내가 특히 싫어하는 것이 이런 '가짜 카드'를 받는 일이다. 카드란 마음이 담겨있는 것이다. 그래서 생일, 감사, 축하등의 이벤트에 맞는 카드를 사고, 손으로 쓴 카드를 직접 주기도 하고, 부치기도 한다. 나는 이런 일을 정기적으로 하고 있고, 무척 즐기고 있다.


나의 희망사항처럼, 우리 가족은 카드 쓰는 일은 열심히 하고 있다. 우리 집 남자는 일회용 그릇과 조화를 애찬 하는 사람이지만, 종이 카드를 주는 일에는 나름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와이프가 'fake ' 은 싫다는데 어쩌겠는가?


그리고 나에겐 조카가 있다. 나는 그 아이가 서울에서 온 첫 해부터 손수 쓴 카드를 주고, 카드 쓰는 일을 일러주었다.


" 알아 둬~, 이모는 가짜카드 안 받아~ 손으로 쓴 종이카드만 좋아해~" 했다.       


조카는 카드를 사는 대신에 항상 예쁜 그림을 그린 카드를 주었는데, 난 그것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조카사랑은 이런 것에서 나타납니다만, 그래도 기특했다. 여전히 그녀는 (이제 숙녀가 되었다) 강짜 이모의 뜻을 따라 손수 쓴 카드를 열심히 쓰고, 주고 있다.^


향긋한 내음의 프래쉬 한 꽃을 사는 일이나 연애편지를 쓰듯 손으로 쓰는 카드는 나의 감성적인 놀이다. 내가 영국 여행에서 돌아와 티 세트를  당장 구입하고, 주일아침이면 느긋하게 우려낸 티를 마시는 일도 그렇다.


티 한잔을 위해 몇 개의 여벌의 컵과 잔을 준비해야 한다. 좀 불편하고, 번거롭지만 이런 일들엔 아날로그식의 운치가  있어서 좋다.


그나저나 이런 나에게 조용히 저항(?) 하는 어른이 한분 있다. 여전히 전자식의 각종 꽃이며, 카드를 보내는 분이시다. 시사촌 언니뻘이다. 그녀의 짜가 사랑은 지극하다.


생일축하뿐 아니라, 새해, 성탄, 추수감사절, 부활절 등등 수시로 각종이벤트가 생길 때마다 딩~동하고 전자카드나 꽃을 보낸다. 영혼 없는 '카드와 꽃' 홍수 속에 산다고 해야 될 정도다. 벌써 몇 년째다.


그래서 정중하게 고백했다.

“ 언니~ 죄송합니다만, 전자카드, 꽃 사양합니다~”


글쎄.. 워낙 꽃 그림을 좋아해서 완전 스톱은 힘들 것 같은 예감이 들긴 하는데.. 그래도 뚝~하게 사양은 사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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