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면 시어머니와 얼굴을 두 번 대한다.
나는 홈케어 직원으로, 어머니는 나의 고객으로 만나는 셈이다. 가사도우미와 그녀의 고객님간의 이틀이다.
물론, 정부에서 주는 돈을 받고 있다. 그런 격려금이 이제껏 나를 어머니 옆에 고이 붙잡아두었다.^ 사실, 몇 번이나 '아휴~, 이 일을 계속해?, 아님 그만둬? 했으니까. 돈이 참 좋기는 하다. 얼마 되지 않는 돈 이래도. ^
언젠가, 이런 나를 보고 지인 한분이 몇 마디를 던졌다.
"어머? 지나 씨! 아직도 시어머니 돌보는 거 해?,
“ 그럼요~ 서비스도 하고, 돈도 벌고요~“
“어휴~ 아무리 돈을 받아도 난 그건 안 해~~, 일주일에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어떻게 시어머니를 보냐고~ 아이고~ 아냐~아냐~"
그러면서 또 한 마디를 더 붙였다. "
“자기, 좀 특이해 ~~“
그런가?.. 돈 몇백 불을 더 벌자고, 효도를 좀 하는척하며 시어머니 얼굴을 두 번씩이나 본다고.. 그게 특이한 건가 싶다. ^
뭐, 특이하든, 이상하든 나로서는 좀 고단하지만 크게 불편할 일도 없다. 시어머니 얼굴을 두 번씩이나 볼 때마다 돈이 생기니 말이다.^(돈에 환장한 건 아니고)^.
이제 시어머니와 나는 관계상, 소위'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별것 아닌 것으로 열받고 하던 처음에 비해 좀 진전된 둘의 관계가 되었다.^ 부부도 첫 이혼위기가 오는 게 보통 3년이라는데, 시어머니와 나도 그 기간이 훨씬 지났으니 말이다.
아들 싸랑 지극하시고, 고집불통 시어머니, 며느리란 잘하나, 못하나 항시 불완전한 존재다.(미웠다가 좋았다 하는 식으로) 알고 보니, 시어머니는 원래 그런 존재시다. 이것만 생각하면 된다. 괜히, 어쩌고 저쩌고 해 보았자 골치만 아프다.^
그러니까 나도 시어머니께 편하게 한다. 매사에 '할까요? , 그럴까요?~' 식으로 답을 기다리며 안달하지 않는다. 그냥 친정 엄마한테 부대끼듯 한다. 컨디션이 안 좋을 때는 ‘몸이 안 좋아요~“ 하고 덜렁 들어 눕는다. 할 말이 있으면 그냥 말한다. 살짝~비틀거나 하지 않는다. 눈치로는 백 단이시기 때문이다. ^
얼마 전에 어머니 생신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 말이다. 어머님이 아들 생일날을 달력에다 크게 동그라미를 그려놓았단다. "이 날이 아들 생일~" 어쩌고 하신다. 나도 퍼뜩 내 생일날 동그라미를 리마인드 시켜야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 며느리 생일날에 동그라미는요??? “하며 속내를 확~드러냈다. (물론, 다음장 달력에 큰 동그라미를 확인 후 일단 마무리^).
하지만, 만사 오케이란 법은 없다. 이렇게 속내도 드러내고, 안정권에 접어들었다고 해서 어머니와 내가 항상 '평화'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가끔은 밀고, 당기는 일인데.. '기싸움‘이라는 것을 할 때가 있다.
어머니가 티브이를 볼 때다. 연세 때문에 청력이 약해지셨다. 티브이 볼륨을 있는 데로 높여야만 한다. 작은 아파트라 그런 소음을 피해서 도망칠 공간도 없다. 어쩌다 복도로 피신을 해도 쩌렁~ 쩌렁~ 울리는 건 마찬가지다.
어머니는 아신다. 내가 이 무시무시한 소음을 꺼림칙하게 싫어하는 걸. 그래서 내가 머무는 대부분의 시간에는 주로 성경을 읽거나 운동을 가신다. (간혹, 보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을 때 티브이시청을 할 때도 있다. 그때는 내가 귀마개를 한다.)
문제는 어머니가 확~돌변하실 때다. ^ 리모컨을 잡아당겨 보란 듯이 티브이를 켠다. 이럴 땐 뭔가 꽁~해지신다는 뜻이다.
며느리에게 괜히 심드렁~해지는 것이다. '뭐지? 왜 저러신가?‘ 하고 깊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이때 티브이 소리란, 며느리를 향해 던지는 시어머니의 언성 높은 잔소리 같다.^마음속에 ‘욱 ~’하는 소리를 티브이 볼륨을 세게 올리는 것으로 대신한다.^
처음에는 며느리는 속을 끓어가며 감내해야했다. 할 수 있는 것이란 , 모른 척하며 귀마개를 하거나, 방으로 도망가는 일이었다.
나중에는 .. 나도 뭔가를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음식을 하는 도중, 전화기에서 재빠르게 유튜브채널을 찾는다. 뉴스를 틀고, 볼륨을 높인다.(그래야만 나도 들릴 수 있기에^) 뉴스에 집중한다. 어머니도 티브이에 몰입한척하신다. ^
내가 이런 시위(?)를 시작하고부터다. ^ 티브이 소음은 잠깐이다. 어머니는 얼마 지나지 않아 티브이를 '툭'하고 꺼버린다. 나도 몇 초 후에 슬그머니 뉴스를 꺼버린다. 고객인 어머니집에서 독단적인 행동은 곤란하니까.^
또 여름엔 어떤가. 어머니와의 '온도차'때문에 한바탕 '기싸움'이 일어난다. 에어컨이 돌아가고 있음에도 키친에서 음식을 하다 보면 이마에서 땀이 날 정도가 된다.
어머니는 희한하다. 벗겨질 듯 한 헐렁한 난닝구 하나만 걸치고서 "추워~추워~" 하신다.^ 에어컨 작동을 당장 오프에 갖다 놓는다. 추운 건 둘째 치고, 그 넘의 전기요금 때문이다.
'아휴~ 어머니! 전기요금, 제가 페이 해 드릴게요~'라고 해도 막무가내다. 그래서 아예 작정을 했다. 아주 무더운 날은 어머니집을 가지 않는다. 결근을 하는 셈이다.
어머니는 "못 이기는 척, 모른척하시며 전화를 하신다. ”왜? 결석이냐! 너 돈 벌어야 한다면서! “
“ 그러게요~. 은퇴연금 모아야 되는데.. 나중에 부족하면.. 아들 은퇴연금을 제가 빼먹어야 하거든요…”^^ 한다.
‘아들연금’이란 말에 어머님은 덜컥 "알았어~알았으니까 에어컨 니 맘대로 켜~" 하신다.
그런 후... 어머니와의 합의를 보았다.^ '에어컨을 가동하되, 시원해지면 잠시 오프 한다. 음식을 할 때는 계속 작동을 시킨다. 그때 에어컨 바람이 싫으면 어머니께서 옆방 동생네 집으로 피신을 가신다.^
뭐, 이렇게 일단락되는 것으로 끝나면 정말 쌈박하다.하지만.. 그것도 아니다. 티브이의 소음이나 여름날 에어컨 바람과의 실랑이는 그때뿐이다. ^ 부부싸움처럼 가끔씩 툭~ 툭 치고 나온다. '기싸움'은 어머니와 나 사이에 피할 수 없는 루틴 같은 것이다.
최근에 알았다. '그래도 ‘기싸움'이 원만하게 진행되는 데는 한 가지 이유가 있다는 것을.
시어머니와 내가 맞아떨어지는 한 가지 성격이다. 삐져도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어머니와 기싸움, 일단 끝나면 서로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을 바로 나눈다.
'야~북한 놈들은 왜 미사일을 자꾸 쏜다냐?! “라고 어머니가 먼저 한 마디를 뚝 던진다.
"그러게요! 고 녀석들 ~골치이~ 아픈 인간들이에요 ~"라고 빨리 답을 한다.
어머니의 대화 내용의 정도에 따라 나도 강렬하게 반응 해 준다^.
어머니와 나의 기싸움은 매번 이런 식으로 끝난다. ‘삐지지 않기는 ’‘아찔하게 원수가 될 듯 , 말 듯 한 순간에서 우리를 지켜 주는 유일한 키‘다^
기싸움.. 당장은 좀 괴롭다. 지나고 보면 그 순간이란 쓰릴도 있고, 재미도 있다. 너무 '평온'하다 싶으면 좀 답답할 때가 있거든요.^ 인간관계란 약간은 들쑥, 날쑥 해야 서로 발전도 있고 그렇다.
이렇게 전쟁과 휴전을 거듭하면서 시어머니 생활, 며느리 생활을 서로 말해주는 일도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 시어머니와 기싸움, 줄다리기만 잘 하면 뭐, 해 볼만한 일이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