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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 Moon Dec 09. 2024

엄마, 춤 한번 출까?

나이가 들면서 희안한 증상이 한가지 생겼다.


댄싱이 좋아졌다. 분위기나 장소가 그럴싸~한 곳이면 저절로 몸이 움직인다. 가령, 집에서 괜찮은 뮤직이 흘러나오면 어깨를 들썩인다. 영화를 보다가도 멋지게 댄싱하는 장면이 나올때는 따라서 춤을 추기도 한다.


여행지에서도 그런다. 재작년 파리로 여행을 갔을때, 디즈니랜드를 방문했을때다. 마침, 무슨 공연을 하는 중이였다.  관객들이 모두 어깨를 들썩거리며 신나게 춤을 추고 있었다. 언니와 나도 '이때다'하고 막~춤을 추었다. 너무 유쾌했다.


가끔은, 영화속에서 엄마와 딸이 춤을 추는 장면을 보게 된다. 흥겹기도하면서 , 부럽기도하다. 분위기에 따라 좀 다르지만 어쩐지  달콤 쌉싸롬한 기분에 빠져들때가 있다. 엄마와 딸의 춤은 좀 그렇다.


그럴때마다, 기회가 되면  '엄마랑 댄싱 한번 춰야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뭘 하고 싶다~'하면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 한, 기어코 하는 스타일이다.(참고로, 여행도 그렇고, 먹는것도 그렇다. 어디를 가고싶다하면 기어코 가야하고, 뭘 먹고싶어~하면 그걸 꼭 먹어야한다)


마침, 그 순간이 왔다. 정확하게 왔다기보다는 '뭘 해 봐야지~'하는 내 고집처럼 하겠다고 작정한 일이다.


엄마와 언니가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날 밤 이었다. 우리 여자 넷 (엄마, 언니, 조카, 나)은 또 뭉쳤다.


해질 무렵에 맞추어 동네 산책로가 있는 언덕으로 걸어갔다. 이 언덕은 집에서 조금 걸어 나가면 산책로가 있는 작은 공원이다. 마치 산을 반듯하게 깎아 만든 것처럼 예쁘고 아담한 곳이다.


언덕을 쭉 걸어서 들어가면 한쪽에는 골프장이 녹색의 카펫처럼 펼쳐져있다.  그 골프 코스를 따라 산책로가 사방으로 연결되어 있다. 우리의 목적지는 언덕끝에 있는 골프장이다.  


오후가 되면 산책을 하는 사람들도 옆길을 통해  그곳에 들어갈수 있다. 그곳에 들어서면 동네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바로 이곳에서 해질 무렵이면, 아름다운 선셋 뷰를 감상할수 있다. 그래서인지 오후가되면 산책을 하는 가족이나 젊은 남.녀들이 몰려들 온다.


나도 매일 이 곳을 걷는데 질리지가 않는다. 걸을때마다 새롭다. 언니도 한번 걸어보더니 너무 좋다며 자주 걸었던곳이다. 그동안 엄마는 언덕이 있는 이곳까지는 올라오지 못했다. 주로 언덕 아랫 길인 평지를 걸으셨다.


우리는 무언가 특별한 추억을 만들고 싶었다. 엄마를 모시고 언덕길에 올랐다. 선셋을 보며 마지막 밤을 즐기자는데 의기투합했다.


언덕위의 골프장은 큰 타원형으로 멋지게 준비된 하나의 무대같았다. 마침, 오렌지빛의 저녁노을이 하늘가에 펼쳐지기 시작했다. ”야~ 넘 멋지다!“하고 언니와 나는 아이처럼 춤을 덩실덩실 추었다.


노을이 우리가 선 무대위를 기막히게 비추어주었다. 뭐랄까.. 노을빛은 예쁜 조명같았다. 노을이 지는 언덕에서 웬 여인들이 춤을 춰? ‘하고 산책하던 가족일행이

멀치감치 우리를 쳐다보기도 했다. 거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엄마는 '아이고~우리 막내, 춤추는거 처음 봐 ~' 하며 신기해했다. 나는 그야말로 무질서한(?) 춤을 추고 있었는데. 늘 고고한척, 점쟎는척하는 차거운 이미지의 막내딸이다. 그런데.. '웃기네.. 쟤가 웬일이야 응?" 하는 표정으로 연신 깔깔대고 웃었다. 두 딸들이 신나게 몸을 흔드는 모습을 보니 엄마도 신이  났다.


"엄마! 춤 한번 출까?!"


이내 엄마도 나의 손에 이끌려 무대(?)위로 나섰다. 우리넷은 서로 손을 잡고, 동그랗게 원을 만들었다. 조카가 그럴싸한 음악을 틀었다. 우리(언니, 조카, 나)는 돌아가면서 엄마와 탱고,  왈츠 비슷한 춤을 추기도 했다. 너무 신나고, 재미 있었다. 거의가 막 춤이였긴하지만.

날이 어두워졌다. 우리는 모두가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이였다. 춤에 달구어진 정신과 몸은 아이들처럼 더 놀고만 싶어졌다.  그야말로 '마지막 밤'이 아닌가. 집앞의 잔디위에 자리를 깔고 앉았다. 하늘에는 별이 총총 떠 있었다.


엄마는 누웠고, 우리는 그 주위로 둘러앉아 한참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저마다 추억 이야기를 꺼내며 웃고 떠들었다. 새삼 이런 놀이가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커피도 화려한 조명도 없는 곳에서의 빈티지한 놀이가 썩 마음에 들었다.


초여름의 서늘한 바람과 노을, 그리고 엄마와의 댄싱은 잊지못할것 같다. 또다시  달콤,쌉싸롬한 기분이 드는건 어쩔수 없었다.


아하~ 마음 먹은 일은, 꼭 해보는거다.  

조카가 내년 가을에 결혼을 한다. 그때  엄마가 다시 오신다. 이번에는 근사한 스테이지로 모실까봐. 그리고 다시한번 물어볼까봐.


엄마, 춤 한번 출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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