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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 Moon Nov 10. 2024

엄마와 딸의 특별식은  요상한 음식이라는데


엄마가 시카고에 있는 동안은 제법 와일드(?)한 음식들을 마음껏 먹을 수 있었다.


나는 와일드한 음식들을 좋아한다. 와일드한 음식이란  좀 요상한(?)것들이다. 그 남자 (남편)의 표현으로는 '흉측한 것'들이다. 그가  '어떻게 그런 걸 먹어?' 하며 치를 떨며 경계하는 음식들이다.


예를 들어, 흔한 순대를 비롯하여 닭똥집, 족발, 닭발, 곱창, 돼지 껍데기 볶음, 소머리국밥, 뼈다귀 해장국 등등이다.


그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종류의 음식들을 먹는 순간,  흉측한 인간이 되는 셈이다. 다소 강한 표현이다.  뭐, 어쩌겠나. 나는 이런 음식을 좋아하는 여자니.


그래서 주기적으로, 이런 음식들이 막 땡길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무슨 영양을 섭취하듯, 꼭 먹어야 한다. 나에겐 특식이고, 별미인 셈이다. 주로 내 식으로  요리를 해서 먹는다.


삼겹살은 지글지글 구워서 먹어줘야 되고, 족발도 여러 양념장을 넣고 푹 삶아 만들어낸다. 존뜩한 족발을 뜯는 맛은 일품이다. 돼지껍데기도 여러 양념을 진하게 해서 매콤하게 볶아 먹는다.


그중에서도 먹고는 싶은데..  선뜻, 요리를 해서 먹기가 힘든 것이 있었다. 마켓에 갈 때마다

'아~ 저걸 언제 먹어보나? 하고 "눈독을 들인다. 하지만  굳이 해 먹지를 못하고 미루고 있던 음식들이다. 닭똥집, 닭발 요리다.


한 팩에 양도 무지 많다. 혼자 먹자고 많은 양을 샀다간 몇 달을 먹어야 할 판이다. 게다가 이걸 먹자고 사 들인다면 그 남자가 질색팔색을 하며 나를 야만녀라고 생각할 것이 뻔하다. 뭐, 그런 건 크게 신경 쓸 일은 아니다마는. 단지, 나는 이 두 가지 음식을 멋지게 요리해서 마음껏 먹어보는 것이 일이고, 행사였다.


그런 나에게 동지가 생긴 것이다. 엄마다!.(물론, 언니도) 어느 날,  엄마랑 언니와 미국 마켓에 가서 장을 보는 날이었다.  육류가 즐비하게 놓여 있는 곳을 들렀다. 엄마가 대뜸,


"어? 미국마켓에 닭발과 닭똥집이 있어~ 게다가 돼지 껍데기까지~~호호" 했다. 엄마는 (언니도) 무슨 진기한 물건을 발견한 것처럼 좋아라 했다. (참고로, 닭발과 닭똥집이나 돼지껍질은 주로 멕시칸, 러시아 마켓에서 구입할수 있다)


"야~ 가격도 싸잖아~" 이런 사인은 무조건 사야 된다는 뜻이다.


마켓의 닭발, 닭똥집, 돼지껍데기


엄마의 놀라운 발견(?)에 우리 셋은 닭발과 닭똥집, 돼지 껍데기를 여러모로 살펴보고, 비교하면서 그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세가지 (닭발, 닭똥집, 돼지 껍데기)가 영양과 미용에도 좋으며, 여성관절에도 도움이 된다는 등,  풍부한 콜라겐 성분에 대한 이야기며, 어떻게 요리해서 먹을까에 대해 진지하게 의견을 나누었다. ^


우리의 결론은, 무조건 세 가지를 한꺼번에 맛보는 것이었다!.


맛깔스럽게 먹는 요리법을 연구하고, 거기에 첨가되는 재료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요리사로 나선 엄마의 적극적인 의사에 따라 닭발, 닭똥집, 돼지껍데기를 몽땅 샀다.


 다행히도, 엄마와 딸 셋은 음식 취향이 비슷하다. 누구 한 사람이라도 그 남자(남편)처럼, '야~ 그런 걸 어떻게 먹어?' 한다면 곤란할뻔했다.


사실, 세명의 여자가 이런 음식을 좋아하게 된 배경이 된 사람은 아버지다. 어릴 때에 아버지는 시장에서 이런 흉측한 음식들을 자주 사 오셨다. 아버지가 스스로 터득한 레스피(각종 채소와 양념이 아무렇게나 가미된)를 제공하면 엄마나 언니가 요리를 했었다. 어린 나의 입맛에도 엄청난 특식이었다. 그때부터 '흉측한 것이  맛있다'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주방장인 엄마를 도와 두 딸은 기가 막힌 닭발과 닭똥집, 돼지껍데기 요리를 완성했다. 매꼼, 새꼼하게 볶아낸 닭요리와 익혀서 초고추장에만 찍어먹는 돼지껍데기의 새로운 맛은 일품이었다.


우리 세 여자는 우리만의 특식을 그(남편)가 일을 간 정확한 타이밍에 맞춰 뚝 딱 해서 먹었다. 예의상~ 우리끼리 먹어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 닭발을 들고 제대로 먹으려면 그가 없을때가 좋다. 먹는 우리야 '노 프라범' 이지만 그가 냄새에 인상을 쓸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우리는 일방적으로 우리의 특식을 비공개로 먹어야 했다.^


이런 음식들은 좋아하는 사람끼리 앉아서 먹는 일이 재미있는 추억거리 같다. 아무튼, 흉측한 음식들, 우리편에서는 특식인 음식을 엄마 덕분에 실컷 먹을 수 있었다. 소원 풀었다고 할까.. 정말 그랬다. ^ 


엄마가 서울로 돌아가면.. 혼자서 이런 걸(흉측한 음식들) 먹어야 하나? 그게 좀 고민이다.  왜냐면 흉측한 음식들은 여럿이 먹어야 더 맛있고, 재미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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