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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 Moon Aug 12. 2019

미국 아이들의 식사예절

배려와 웃음과 대화를 배우는 식사 테이블

얼마 전 시댁 어른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중국 식당을 갔다.

음식을 주문하고 잠시 식당 안을 둘러보는데, 건너편 마주 보이는 테이블에 한 가족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들도 우리처럼 식사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고, 서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었다.  중, 장년으로 보이는 가족들 속에는 10살쯤 되어 보이는 한 명의 남자아이가 끼어있었는데,

그 아이는 연신 싱글벙글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으며 어른들과 눈을 맞추고 간혹 고개도 끄덕이면서 열심히 대화를 하고 있지 않는가. "와~저 아이 하는 행동이 너무 예쁘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테이블에도 곧 음식이 나오고 식사를 하면서 내내 그 아이와 어른들의 저녁식사 풍경을 흘낏 흘낏 쳐다보았다. 어른들과 마주 앉아 뭔가 재미있는 대화를 하는듯해 보이는 그 아이에게 자꾸 눈이 갔다.  "자기 또래도 없는 어른들 그룹에서 대체 저 아이는 무슨 이야기를 저렇게 신나게 할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들의 식사하는 모습은 참 정겨웠다. 맛있는 요리만큼 그들의 대화도 어떤 맛이 있는 음식과도 같아 보였다.


혼자 진풍경을 보기가 아까워 얼른 옆에 있는 남편에게 "어쩜, 미국 사람들은 식사 때면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저렇게 즐거울 수 있지? 게다가 저 아이의 손엔 전화기도 없어! 어른들과 대화를 얼마나 신나게 하는지." 했더니, "음, 저런 모습은 어릴 때부터 훈련이 잘 되어서 그래,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라고!." 하며 남편이 대답했다.

  

그 말이 끝나고 주위를 돌아보니, 부모와 함께 온 작은 아이들에서 부터 누구나 할 것 없이 점잖게 앉아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지 않는가. 딴짓을 하거나, 전화기를 보고 있지도 않았다. 마치 집에서 저녁식사 테이블에 앉아 하루 일과를 나누는 것처럼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한국 사람들의 가족 식사와 비교하자면, (내가 이렇게 말하면 항의할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간혹 집에서나 식당에서 볼 수 있는 그들의 식사 풍경은 미국 사람들의 식사법과 많이 다르다. 주로 식당에서 식사가 나오기 전에 부모와 아이들이 제각기 다른 모습들이다. 


어른들끼리는 대화를 하지만, 아이들은 자리에서 들썩거리는 등 다소 산만하고 요즘처럼 아이들에게 장난감이 되어버린 전화기를 들여다보느라 정신이 없다. 아니면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가족 모두가 말없이 전화기에만 몰두하고 있든지. 주로 둘 중 하나의 모습이 한국사람들의 흔한 식사 풍경이다. 심지어는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자녀들과  함께 나누는 대화가 거의 없을 때가 대부분이다. 어른 따로 아이들 따로일 때가 많다.

그야말로 따분하고 조용한(?) 식사 테이블이다. 


미국 가정의 식사 테이블의 기본적인 분위기란 배려(상대방을 챙기고 도와주는 일)와 웃음, 대화가 기본이며 이러한 식사 예절은 하루아침에 길들여지는 것이 아니다. 어릴 때부터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훈련에서 단련된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우리 속담처럼  전형적인 미국 가정의 아이들은 아주 어릴 때 (2-3살 )부터 혹독한(?) 식사 테이블에서의 예절을 배운다.


식사 테이블에 앉기 전에는 반드시 얼굴이나 손을 씻고, 음식을 준비하는 일에 "혹시, 뭐라도 도와드릴까요?"라고  물어보며, 직접 포크나 수저를 놓는다. 기꺼이 부모와 함께 음식을 만들어 보기도 한다. 음식이 테이블에 차려지고 사람들이 모두 자리에 앉을 때까지 기다린다. 의자에서는 점쟎게 자리를 지키는 일은 기본이다. 식사 중에는 손을 억지로 뻗쳐서 음식을 마구 집어와서도 안된다. "please  pass"라고 하며 음식을 건네받는다.


"음식에 대한 투정"은 삼가고 식사 도중에 트림을 한다든지, 후루룩 쩝쩝거리는 등의 소리는 내지 않는다.  테이블에 앉은 모든 사람과는 일상의 대화를 즐거이 나눈다. 여기에서 아이들은 듣고, 말하는 법을 배운다. 단순히 "네", "아니요"로 끝나는 말이 아니라 질문을 하고 자기 생각을 말하는 대화법이다. 


식사가 끝난 후 자리에서 일어날 때는 의자는 반드시 테이블 쪽으로 밀어 넣고, 마지막으로 식사를 준비한 가족이나 사람 또는 식당에서는 웨이터에게 눈을 맞추며 공손히 "thank you"라고 말한다. 자리를 떠나기 전 "이건 제가 치울게요"라고 하며 테이블을 정리하는 일을 돕는다.


가정에서 이러한 식사 테이블 예절을 익힌다는 것은 어릴 때부터 사람과 장소에 대한 예절을 배우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어느 집을 가도 아이들에서부터 10대 청소년, 20대 젊은이들은 음식을 차리는 일에서부터 식사가 끝나면 설거지 하는 일까지  적극적으로 돕는다. 특히 남자아이들은 쓰레기 치우는 일은 도맡아 한다. 이러한 모습은 마치 그들이 가지고 있는 품성처럼 느껴져 은근한 미소를 머금게 하기도 하면서, 감격스럽기까지 한다.


식사 테이블에서 함께 만들고, 먹고, 담소를 나누고, 감사하고,  정리하는 일을 도우며 배려하는 법을 

배운다. 

 



몇 년 전, 아는 지인의 집에 초대된 적이 있었다. "로라"라는 그 친구에겐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명의 남매가 있었다. 떠들거나 큰 소리 한번 내지 않았다. 함께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다소곳이 앉아 음식을 먹고 식사가 끝나자, “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네고 각자 자기 접시와 포크를 싱크대로 가져다 씻는 것이 아닌가! 그 모습에 남편과 나는 감탄을 했다.  

"어떻게 아이들이 저렇게 의젓하죠? 무슨 비결이라도?" 

"아기 때부터 눈물 나도록 가르쳤어요! 심지어는 제대로 할 때까지 벌을 주고 밥을 굶길 때도 있었어요~ "라고 하면서 처음에는 아이들이랑 무척 힘들었다는 것이 로라의 고백이었다.


미국에서 태어난 시댁의 아가씨는 2살도 안된 아들이 식사 도중 심술을 부리다 먹던 음식을 카펫에 그만 흘렸다. 그것도 초대된 친지 집에서였다.

아가씨의 입에서 당장 "브라이언! 휴지 가져와서 닦아!"라고 불호령이 떨어졌다. 

순간,  아이는  옆에 있던 아빠에게 " 나 어떡해요~ 도와주세요~"라는 동정 어린 눈치를 보냈지만 아빠 역시 "얼른, 치워야지?" 하는 눈짓을 할 뿐 선뜻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다. 

누구도 자기편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린 아이는 잠시 주춤거리다, 벌떡 일어나 휴지를 가져와 바닥에 흘려진 음식을 닦는 것이 아닌가!

2살짜리 아이에게 무섭게 훈련을 시키고 있는 것을 보고,  한편으로는 놀래기도 했지만 "와~  대단한 훈련이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때부터 이런 훈련을 통해 식사예절을 배우는 미국 아이들에게  식사 테이블이 갖는 의미란  음식은 맛있게, 대화는 즐겁게 하면서 서로 친숙함을 나누는 시간이다. 사람들을 위한"희생(봉사)"과 "감사"의 의미를 배운다. 이러한 습성은 후에 성인이 되고  평생을 통해서 훌륭한 생활지침이 된다. 사회성이나 인간관계에 있어서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지켜야 하는 것을 가르쳐준다. 또한 다른 사람에게도 모범적인 삶의 모습을 보이게 될게 당연하다.


하루의 일과는 식탁 테이블에서 시작되고 끝난다. 그만큼 먹는 즐거움은 우리 삶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좋은 식사예절을 가진 사람은 또한 어디서나 배려와 나눔, 감사하는 것이 몸에 밴 "훌륭한 매너를 가진 사람"이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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