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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블루 Sep 05. 2023

1. 브런치 세상

허가받아야 들어와 살 수 있다는 곳

집은 시공사에서 지어 줬지만

인테리어는 직접 해야 한단다


들어와 보니 오만 사천 채의 집이 꽉

마음껏 구경하라고 집집마다  대문은 활짝

편지도 두고 갈 수 있고

손님이 많은 집에는 봉투도 두고 올 수 있단다


쑥스러워 확 들어서지도 못하고 문간에서만 얼굴 뺴꼼히 내밀고 들여다보다가

인테리어가 마음에 드는 집에는  편지를 남기고 온다

봉투가 많이 쌓여 있는 집에는 편지만 남기고 오기가 민망해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그냥 나오기도 한다

집에 와보면 따뜻한 답장이 와 있기도 하고 묵묵부답 일 때도 있고


새로 이사 온 동네가 낯설어 외롭고

아무도 찾아오지 않아 빈집 지키다 눈물이 나기도 하지만

한 사람이라도 찾아와 준 것이 고마워

열심히 집안 단장을 해본다

다음에 들렀을 때 그대로네 하며

실망하지 않도록


친구가 생겼으면 좋겠다

그의 집에 새로움이 더해졌을 때 제일 먼저 찾아가 칭찬해 주고 싶고

내 집 단장을 끝내고 쑥스러워 집안에  틀어박혀 있을 때

그가 찾아오면 맨발로 뛰어나가 기쁨에 찬 얼굴을 그에게 보이고 싶다


새로 이사 온 동네에 정 좀  붙여볼까 하는 마음에 온종일 동네를 쏘 다니다

해 질 무렵 집으로 돌아오니

내가 없을 때 두고 간 편지 한 장

고마운 마음에 얼굴도 모르는 그에게 밤새 답장을 써본다

그의 집에 편지를 두고 오며 조금씩 익숙해져 가는 동네에

발걸음이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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