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도의 테마는 '나'로 정했다.
결혼생활 25년을 기점으로 생각해 보면, '결혼식'이라는 행사를 치르고 나니 처음 보는 세상이 커튼을 열고 나타나 "어서 와.. 결혼은 처음이지?"를 외치며 끝도 없는 당황스러운 세상으로 나를 질질 끌고 들어갔었다. 남자들이 군대 이야기를 시작하면 듣는 이의 심정은 안중에도 없이 자기 연민에 빠져 말을 끊을 생각을 못한 다지만 여자들의 처음 맞닥뜨리는 시댁과의 끝이 없는 에피소드는 더하면 더했지 군대 이야기에 절대 지지 않는 소재이지 않은가?
그런 결혼생활을.. 제대가 없는 군대생활을 25년 해보니.. 결혼 전의 내가 중심이었던 생활을 다시 조금씩 가져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늦으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나는 올해의 테마를 '나'로 정하기로 '나 혼자'다짐했다.
일단 건강에 조금 더 신경 쓰고 싶었다. 일주일에 한 번 겨우 갈까 말까 한 요가 클래스를 3번 정도로 늘리기로 했다. 바닥에 요가 매트를 깔고 동작을 따라 하는 클래스에서 조금 더 도전을 하여 '요가 월'이라는 클래스에 발을 디뎠다. 벽에 죽 매달려 있는 밧줄에 몸을 맡기고 슈퍼맨처럼 날아보기도 하고 대롱대롱 거꾸로 매달리기도 한다. 아이 때 놀이터에서 거꾸로 매달려보고는 처음이지 싶다. "저걸 어떻게 하지? "라는 두려움과 "난 못하지"라는 패배의 목소리가 들리면 고개를 가로저으며 "왜 못해"로 얼른 바꾸고 선생님의 지시대로 차근차근해본다. 동작이 대충이라도 비슷하게 될 때의 괘감은 정말 이루 말할 수가 없다.
클래스 전원이 해낸 마지막 동작을 도저히 할 수가 없어서 창피함으로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저.. 다음에 할게요"라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더니,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선생님은 넌 이거 못하면 오늘 절대 집에 못 간다는 얼굴로 "no"라고 외치며 내 옆에 바로 붙어 내가 그 동작을 기어이 하게 만들었다. 클래스 전원은 박수를 쳤고 화끈 달아오른 표정으로 "떙큐"를 연발하는 나..
마지막 동작을 끝내고 우리는 모두 바닥에 누워 인도의 사원에 가면 들을 수 있을 것 같은 음악을 들으며 눈을 감고 격하게 움직인 몸을 쉬게 해 준다. 선생님은 아로마 향을 입힌 타월을 눈 위로 살며시 덮어준다. 그리고 세상 다정한 손길로 다리를 살며시 눌러 바닥에 닺지 못하고 긴장으로 떠있는 내 몸을 이완시켜준다. 눈 위에 덮고 있는 타월 사이로 눈물이 흐른다. 나와 전혀 상관없는 타인의 부드러운 손길에 왠지 모르는 서러운 마음이 눈물을 데리고 나왔나 보다.
요가매트를 둘둘 말아 어깨에 척 걸치고 나오니 캘리포니아의 뜨거운 태양이 눈물을 말끔히 말려준다.
오늘의 '나'를 위한 시간은 괜찮았던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