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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블루 Nov 19. 2024

Week 1

11월 4일 월요일-브런치스토리에 올릴 새로운 글 주제 찾기

언젠가 들은 팟캐스트의 스피치가 계속 생각이 난다.

이 주제에 관하여 글을 써보고 싶은 마음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매일 하기 싫은 일만 골라서 해보라는 조언이었다.

우리는 하고 싶은 일만 하고 먹고 싶은 것만 먹는다고 한다.

하기 싫은 일과 별로 내키지 않지만 건강에 좋은 음식들을 챙겨 먹으며 삶을 가꾼다면 시간이 지났을 때 분명한 이득을 볼 것이라는 이야기다.

요즘처럼 시간에 쫓긴 적이 없는 것 같다. 

해도 해도 매일같이 쌓여 있는 일 더미에서 꼭 필요한 일 먼저 해내기가 쉽지가 않다.

그런 일은 백발백중 미루고 싶은 일이기 때문이다.

하루 한 가지 가장 빨리 해야 하는 일부터 하고 하루를 시작해 볼 것이다.

새로운 글을 쓸 생각에 마음이 설렌다.


11월 5일 화요일- 대면 요가에서 비대면 요가로 바꾸기

10월은 소파에 등허리 한 번을 편하게 대보지 못한 달이었다.

그렇게 바빴는데 무슨 놈의 요가를 가서 호흡에 집중을 하며 천천히 몸을 움직일 수 있단 말인가..

9월 중순부터 10월 말까지 자동이체로 걸어둔 레슨비만 죽죽 나가고 내 몸은 집에 있고..

이건 아니다 싶었다.

좀 있으면 연말인데 이런저런 핑계로 여전히 레슨비만 요가 스튜디오로 보내게 생겼다.

운동은 해야 하는데 시간은 없고.. 방법을 찾아야지 싶었다.

가만히 보니 클래스를 할 때 스튜디오에 오지 못하는 회원들을 위해서 줌 미팅을 틀어놓고 한다.

그리고 그 녹화본을 스튜디오 웹사이트에 올려둔다.

한 달에 20불을 내면 그 녹화분을 무제한으로 볼 수가 있다.

안 그래도 주차하기가 힘든 곳이고 시간 맞추기도 어렵고 이거다 싶었다.

귀찮지만 오늘의 '개구리 먹기'로 정하고 멤버십을 비대면으로 바꾼다.

바꾸고 나니 레슨비가 5분의 1로 줄었다.

요가를 가지 못해 아까운 마음이 사라졌다. 진작 바꿀 것을 그랬다.

마룻바닥에 요가 매트를 깔고 랩탑으로 녹화된 클래스를 튼다.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으니 소극적으로 하던 동작도 과감하게 도전해 본다.

딱 붙는 레깅스도 집어치우고 집에서 입는 편안한 운동복 속에 내 몸을 맡긴다.

아 자유롭다~ 아하하


11월 6일 수요일-빨랫감 분류하기

바구니에 빨래가 소복이 올라와 있는 것을 보니 빨래를 해야 하는 타이밍이 된 것이리라.

하루 이틀 미루다 보면 더 이상 빨랫감은 바구니에 들어가지 못하고 옆으로 흘러넘쳐 빨래 산사태를 보게 될 것이다. 

오늘의 '개구리 먹기'는 일단 빨랫감 분류하기다.

빨랫감을 분류해 놓으면 그룹이 된 것들을 차례대로 세탁기에만 집어넣으면 된다.

그전에 해야 하는 분류하기가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다.

바구니를 엎은 다음 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아서 분류를 시작한다.

흰옷, 색깔옷, 수건, 속옷, 부엌에서 쓰는 리넨들끼리 그룹을 지어 놓는다.

분류만 했는데도 빨래를 다 해버린 것처럼 홀가분하다.


11월 7일 목요일-사과 몽땅 씻기

아침에 일어나면 아침식사 대신 주스를 만들어 마신다.

요즘에 마시고 있는 주스는 사과와 당근 만을 넣은 주스다.

abc 주스에서 b만 뺐다. 비트는 정말 비위에 맞지 않아 못 먹겠다.

비위에 맞지 않는 것을 몸에 좋다고 억지로 먹고 하루종일 토할 것 같은 기분으로 지내는 것보다 먹지 않는 것이 낫지 싶다.

사과는 10개 정도 들어 있는 것으로 사서 한 번에 다 씻어 냉장고에 넣어 놓는다.(미국엔 세척 사과가 없다.)

이렇게 해 놓아야지 아침에 주스를 갈아먹게 되지, 할떄마다 일일이 씻어가며 하려면 주스를 안 먹게 된다.

무언가를 지속적으로 하려면 할 수 있는 환경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냉장고에 씻어 놓은 사과가 하나도 없다.

귀찮다 몹시... 그래도 큰 볼에 베이킹 소다와 식초를 넣고 사과를 담근다.

뽀독뽀독 씻어 잘 말려 냉장고 과일칸으로 이동시킨다.

당분간 주스 먹기를 거르지 않게 될 것이다.


11월 8일 금요일-잘못 산 물건 리턴하기

이래저래 나의 부주의로 인하여 조금씩 잘못 산 물건들이 있다.

리턴을 해야 하는데 여기저기 따로 떨어져 있는 스토어 들리기가 싫어 갖고만 있는다.

한 달의 리턴 기한이 다 되어 간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물건들을 들고 집을 나서야 한다.

오늘의 '개구리 먹기'다.

부지런히 스토어를 돌아 리턴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시원한 딸기맛 밀크셰이크 한잔 사 먹는다.

속이 시원하다.


11월 9일 토요일- 고양이들 화장실 모래 갈아주기

아 들린다.. 소리가 들린다.

모래가 많이 없어져 고양이의 손이 플라스틱 고양이 화장실 바닥에 닿는 것 같은 소리.

새 모래를 넣어야 하는 시간이다.

무거운 모래를 들들들... 높다랗게 부어주고 평평하게 펼쳐주고

귀신같이 알고 새 모래에 쉬야를 하러 들어간다.

늘 그렇듯 덮지도 않고 우아하게 가버린다.

집사가 덮는 것까지 해야 하나 싶다. 우 씨...


11월 10일 일요일-발행을 위해 글 다듬기

주초에 글을 내보내고 싶은 나와의 약속을 위해 책상에 앉는다.

사실은 소파에 누워 푹신한 담요를 덮고 넷플렉스를 틀고 낄낄거리고 싶다. 

소파대신 책상에 허리를 곧추 시키고 앉아서 써 놓은 글들을 다듬는다.

아무리 유명한 작가도 초안은 자기 자신조차도 봐줄 수가 없어서 '문 잠그고 쓰는 글'이라고 이름을 붙인다고 하지 않는가.

고치고, 덧붙이고, 빼고, 조금 더 부드러운 문장으로 바꾸고 읽고 또 읽고..

문 잠그고 썼던 글들을 예쁘게 씻겨서 세상에 내놓을 준비를 시킨다.

부끄러운 나의 글들이 세상으로 나가서 읽는 이의 마음에 기쁨으로, 눈물로, 때로는 희망과 격려로 안착하기를 바래본다.

일주일의 '개구리 먹기'로 나의 일상이 점점 안정을 되찾아 가는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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