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8일 월요일- 매거진으로 썼던 글 연재북으로 다시 만들기.
나는 절대로 브런치북 연재는 못한다 했다.
'1일 1 개구리 먹기'의 시작도 매거진으로 했다.
매일 하나의 개구리를 먹으며 2주 동안 매일 토막글을 썼다.
그런데 괜찮았다. 아니 꽤 괜찮았다.
습관으로 자리 잡는 느낌이 들면서 하루가 꽉 찬 느낌으로 다가왔다.
용기가 생기니 '토막글 정도면 뭐...?' 하며 브런치 북 만들기를 시도했다.
더 늦기 전에 만들어 연재를 시작해야 됐기에 오늘의 '개구리 먹기'로 정했다.
매거진에 올린 글을 브런치 북으로 바꾸려면 처음부터 다시 써야 해야 했다.
매거진에 올렸던 Week 1 글을 사진으로 찍어 다시 베낄 생각이었다.
브런치 작가들은 모두 알 것이다.
글은 다시 쓰면 다시 쓸수록 무한정으로 새로운 문장이 만들어진다는 걸..
내용만 같을 뿐 거의 다 새로운 문장을 만들게 됐다.
7개의 작은 글을 다시 쓰면서 시간이 꽤 오래 걸려 완성이 됐다.
처음으로 브런치 북 연재를 시작하게 됐다.
끝낼 수 있을까? 아직 잘 모르겠지만 그냥 가보는 거다.
Just do it!
11월 19일 화요일-내던져진 옷더미 정리하기
오늘의 '개구리'다.
그 작은 옷방에 들어가서 옷을 찾아 입을 수가 없게 되었다.
참 이상하지.. 잘 정리가 되어 있는 곳은 사용한 물건을 다시 제자리에 똑바로 넣게 되는데..
조금이라도 흐트러져 있는 곳은 더 어지르게 되니 말이다.
일의 발단은 정리가 되지 못한 여름옷 더미가 조금 있었다.
나중에 잘 넣어둬야지 했는데 외출했다 돌아오면 옷을 벗어서 걸지 않고 그 옷더미에 휙 던지게 되는 것이었다. 그것이 조금씩 쌓이기 시작하니까 에라 모르겠다 나중에 정리하지 뭐 하는 마음으로 계속 더 쌓아두게 되었다.
사회 심리학에서 이야기하기를 새 차나, 오래된 차나 그것에 상관없이 지저분한 차는 유리창을 깨고 뭘 훔쳐갈 확률이 더 많다고 한다. 꺠끗히 세차가 되어 있는 차는 도둑도 망설이게 된다는 사람의 심리가 있다고 한다.
벗어 놓은 옷 중 깨끗한 옷은 다시 잘 펴서 걸고 빨아야 할 옷은 빨래 바구니로 넣고 여름옷은 여름옷만 모아둔 곳으로 잘 개켜서 넣어 두었다.
깨끗해진 2평 남짓한 옷장 방이 이불 펴고 자도 되게 생겼다.
어떤 여배우가 예능프로그램에 나와 옷을 도로 잘 걸지 않아 항상 산처럼 쌓인다고.. 했더니
엠씨로 나와 있던 서장훈이 한마디 했다.
'니가 뭐가 바쁘다고 입고 나갔다 온 옷 하나 걸 시간이 없냐?
그냥 그 자리에 다시 걸면 절대 어질러질 일이 없을 일을...
옷장 방에 들어갈 때마다 서장훈을 생각하며 옷을 도로 잘 걸어둔다.
11월 20일 수요일- 블랙 프라이 데이 쇼핑 리스트 작성하기
다음 주 목요일은 미국에서 가장 큰 명절인 떙스기빙 데이다.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지정된 연휴이고 대부분의 학교는 일주일을 통째로 쉬기도 한다.
목요일은 떙스기빙 데이라 가족들과 미국의 명절 음식을 해 먹으며 있지만 그다음 날인 금요일이 되면 일 년의 가장 큰 세일 행사인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을 하기 때문에 미국 전체가 난리가 난다.
백화점을 비롯하여 스토어 들은 새벽 6시부터 문을 열기 때문에 새벽쇼핑을 나가는 희한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이제는 온라인 쇼핑을 많이 하기 때문에 예전처럼 인파에 휩쓸리며 쇼핑을 나가지 않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시계를 맞춰두고 벌떡 일어나 컴컴한 새벽에 이게 뭐 하는 짓이냐 하며 쇼핑에 나갔었다.
이때 지인들에게 줘야 하는 크리스마스 선물과 그동안 사고 싶었던 물건들을 할인을 받아서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미리 사야 할 물건의 리스트를 작성하여 목요일 밤 12시부터 온라인으로 주문도 하고 직접 가봐야 할 곳은 어디인지 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따로 시간을 내어서 꼭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이건 무조건 오늘의 '개구리 먹기'다.
11월 21일 목요일- 김밥 싸기
김밥을 싸려고 사다 두었을 것이다.
냉장고 저 뒤에서 발견한 시금치 한 봉지..
겨우 살아있는.. 완전히 잊어버린 것 같다.
다른 건 생각할 겨를이 없다 '개구리 먹기'로 낙찰.
부랴부랴 시금치를 데쳐서 양념해 냉장고에 넣어두고 다른 볼일을 봤다.
느지막한 오후에 계란지단 조금 부치고 당근과 소시지를 잘라 팬에 볶아낸다. 단무지를 길게 자른다.(잘라놓은 김밥용 단무지는 맛이 없다.)
이 정도 재료만 넣으면 가장 깔끔한 맛의 '집 김밥'이 완성된다.
사 먹는 김밥은 이상하게 깨끗한 맛이 나지 않는다.
식탁에 앉아 김밥을 말아 참기름을 척 바르고 썰어 한 접시씩 담아주니 식구들의 눈이 반달이 된다.
너무 좋아서...
심폐소생을 한 시금치 한 봉지의 행복이다.
11월 22일 금요일-밀린 일기 쓰기
한 8년 전부터 다시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일기라고는 하지만 5줄 정도 되는 노트에 간단히 적는다.
어떤 날은 그날에 한 일을 적기도 하지만 어떤 날은 마음상태만 적기도 한다.
어쩌다 한 5년 전쯤의 일기를 보면 지금보다 한참 젊은 내가 신기하다.
그 속에는 지금 생각해 보면 별것도 아닌 일로 머리 싸매고 누워있는 내가 있기도 하고, 지금은 연락이 끊어진 지인과의 만남도 있다.
내가 안쓰럽기도 하고 요놈이 이런 용기도 있었나 하며 기특해하기도 한다.
일기는 쓴 사람이 안 쓴 사람보다 치매에 덜 걸린다는 기사도 있었던 것을 보면 일기 쓰기가 정신없이 시간에 떠밀려 삶을 살아내야 하는 우리들에게 하루 한번 정신을 차리고 다음일을 모색할 수 있도록 해주는 유일한 도구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바쁜 날이 계속되면 며칠씩 밀리기도 하기 때문에 한 번씩 날을 잡아 '일기 따라잡기'를 한다.
오늘이 그날이다.
11월 23일 토요일- 대학원 원서 살펴보기
대학원에 가기로 했다.
지금 이 바쁜 와중에 공부까지 시작한다면 감당이 될까 싶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건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슬기로운 의사 생활' 드라마 중 송화가 익준에게 묻는다.
'익준아, 넌 널 위해 뭘 해? 넌 너한테 뭘 해주냐고?
나는 말한다. 나는 날 위해 공부를 해... 나는 나한테... 하고 싶은 공부 하게 해 줄 거야..
이런저런 일들이 오롯이 나를 위한 일만이 아니기 때문에 나를 위해 나만을 위해 공부를 할 것이다.
원서 접수일이 일주일이 지나갔다.
차근히 살펴보고 꼼꼼히 준비하자.
앞으로 '개구리 먹기'를 할 일들은 화수분처럼 나올 것 같다.
11월 24일 일요일 -머리 자르기
미용실에 가야 하는 일이 '개구리 먹기'가 될 줄은 몰랐다.
예전엔 미용실에 가는 일이 그렇게 즐거웠었다.
잡지책을 뒤적이며 나의 머리가 변신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몇 시간씩 거울 앞에 앉아 있는 일은 가장 재미난 일이었다.
이제는 미용실에 가는 일이 미루고 미루다 어쩔 수 없이 꼭 가야 되는 일이 되어 버렸다.
지난여름에 손질한 머리는 처녀귀신만큼 자라 있었고 머리끝은 마녀가 타고 다니는 빗자루였다.
일요일의 미용실은 한가했고 모두들 자신의 담당 미용사에게 머리를 맡긴 채 얌전히 앉아 있는다.
갑자기 혼자 웃음이 났다.
머리카락이 뭐라고 다들 이곳에 와서 자신의 머리카락을 최대한 멋지게 보이려 머리를 내맡긴 채 앉아있단 말인가..
남의 시선을 굉장히 의식하는 사람에게 이런 질문을 해 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만약 세상의 모든 사람의 눈이 안 보인다면 너는 그런 머리 모양을 하고 그런 옷을 입을 것인가?'
우리 브런치 작가들은 알 것이다. 사람들 틈에 있어도 머릿속은 딴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우리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잡생각이 많은 사람들일 것이다.
그러니 그 생각들을 글로 써서 뱉어버리지 않으면 못 견디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2시간쯤 지나니 단정해진 거울 속의 나를 본다.
빨리 집에 가서 연재글 올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