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을 시작하면서 내가 지킨 나만의 약속이 있었다. 바로 1일 1유튜브였다. 영국여행 당시 너무 재밌게 노는 나머지 유튜브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유튜브를 꾸준히 하지 못한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바로 내가 재밌게 노는 영상을 사람들은 보고 싶어 하지 않을 것 같다는 이유였다. 그래서 영상 촬영도 편집도 계속 미루게 됐다. 그때까지만 해도 유튜브를 하는 이유가 ‘나’를 위해서가 아닌 ‘남’을 위해서였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나는 ‘나를 위한 하루 영상일기’를 쓰기로 했다. 거창하게 들리지만 쉽게 말하면 VLOG다. 누가 보든 보지 않든 신경 쓰지 않고 나의 하루를 진실되게 꾸준하게 기록해 보기로 했다. 그래서 매일 걷기 여행이 끝난 후 알베르게에 도착하면 3~4시간씩 편집을 해서 업로드했다. 나에게는 그 시간이 나의 하루를 돌아볼 수 있어서, 거짓 없는 내 모습을 기록할 수 있어서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20일 정도 꾸준히 올리니 유튜브 조회수가 갑자기 올라갔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 시작한 날 구독자는 80명이었는데 30일 차에 1000명을 넘어섰다. 매일 올리는 영상 덕분에 구독자들은 나와 함께 산티아고를 걷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분명 하루에 영상 하나를 편집해서 올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남이 아닌 나를 위해서 이야기를 기록할 때 나의 이야기는 빛을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