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진권 Jan 24. 2024

저는 시간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핵심만 읽어요




 독서 모임에서 독서 방법에 대한 주제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누군가가 어떤 의도 없이 "다들 어떻게 읽으세요?"라는 이야기를 던졌다. 모임원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책을 읽는다고 말했다. 먼저 책의 구매에 대해서 말이 나왔다. 어떤 사람은 무조건 실물 책으로 읽어야 한다고 했고, 반대로 돈이 아까워서 전자책으로만 읽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실물 책을 고집하는 사람 중 돈을 아끼기 위해 도서관에서 대여하는 사람도 있지, 전자책으로도 보고, 구매도 하면서 동시에 대여까지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책에 직접 메모하는 사람, 인덱스를 붙이는 사람, 공책에 메모하는 사람, 노트북에 메모하는 사람 등 모임원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책을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갑자기 거들먹거리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저는 책을 오래 읽는 게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사람의 집중력은 15분밖에 되지 않거든요. 그래서 저는 핵심만 읽습니다. 필요한 부분만 읽고 덮습니다. 필요하지 않은 문학 장르의 책은 읽지 않습니다. 시간이 없어서요."


 틀린 말은 아니다. 자기 계발 도서를 읽을 때 혹은 공부를 위한 인문 도서를 읽을 땐 핵심을 찾아서 머릿속으로 넣는 게 더 좋을 때도 있을 테다. 그러나 저 치의 행동은 너무 거들먹거렸다는 것과, 다른 장르를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는 데 있다. 한 책을 가지고 오랫동안 사유하는 사람을 무시하는 발언은 덤이다.


 그렇지 않아도 자주적인 자유가 적은 세상살이 독서까지 남의 눈치를 봐야 할 필요는 없다. 책을 거꾸로 읽든, 뒤죽박죽 읽든, 어떻게 읽든 개인의 자유라고 생각한다. 담배처럼 책장을 흩뿌리는 게 아니라면, 어떻게 읽든 그게 무슨 상관인가. 독서에는 위아래가 없다. 자신이 핵심만 잘 뽑아서 읽고, 한 권을 삼십 분에서 한 시간 내에 다 읽는 '속독가'라 하여도 남을 깎아내릴 권리는 없다.


 1988년에 비평 분야 퓰리처상을 수상한 문학비평가이자 서평가인 미치코 가쿠타니(michiko kakutani)는 30년 넘게 서평을 담당하고 만 권 이상의 책을 읽었음에도, 누군가에게 '책 그렇게 읽는 거 아니다'라는 말을 내뱉은 적이 없다. 


 우리가 왜 책 읽기에 빠져들었는지 그 이유를 상기해 보자.





이전 02화 어떻게 읽는 게 그렇게 중요한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