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니어링의 소박한 밥상
서평: 박진권, 제호: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 저자: 헬렌 니어링, 출판: 디자인 하우스
헬렌 니어링은 조리를 가장 적게 한 요리가 가장 맛있고, 건강한 요리라고 말한다. 그녀는 조리 시간이 길어질수록 신선한 재료가 재로 향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단출한 식사를 지향했을 때부터 아침 식사는 하지 않았다. 일주일에 한 번은 금식했고, 매년 돌아오는 봄마다 열흘쯤 사과만 섭취했다. 그렇게 위의 노동을 줄인 것이다. 그녀는 볶거나 데치는 것을 최소화한 요리법을 무수히 만들었다. 그러나 맛은 조리한 것에 뒤지지 않았다고 회상한다. 그녀의 음식을 먹어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조리법을 물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대단한 조리법이 없다는 것을 안 지인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조리는 파괴하는 것이요, 재로 만드는 것이다. 음식을 조리하면 정말로 음식이 죽을 수 있다. 까맣게 불에 그을린 음식이야말로 죽은 음식, 화장한 음식이 되는 것이다. 오래 조리하면 재밖에 더 남을까. -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
헬렌의 밥상 철학과 나의 독서 철학은 비슷한 부분이 있다. 무조건 많이 먹는 게 좋은 것이 아니듯 한 권의 책을 읽어도 천천히 음미해야 한다. 한쪽으로 치우친 식단이 위험한 것처럼 책도 골고루 읽어야 한다. 최대한 조리를 하지 않은 음식이 건강하다고 말하는 헬렌처럼 작가의 생각을 과하게 윤문한 책은 피해야 한다. 그래서 신문사나 잡지사의 기고 글을 좋아하지 않는다. 작가의 원 생각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헬렌은 위의 휴식을 위해 열흘 정도 사과만 먹을 때가 있다. 나 또한 머리의 휴식을 위해 열흘 정도 독서를 하지 않기도 한다. 위가 소화를 하듯 뇌도 곱씹는다. 아직 덩어리로 남아있는 지식을 뒤로한 채 무분별하게 글을 읽는다고 한들 제대로 소화될 리 없다. 뇌에도 휴식이 필요하다.
소로는 말하지 않았던가. “단출하게 하라. 욕구를 절제하면 짐이 가벼워질 것이다. 잔치하듯 먹지 말고 금식하듯 먹으라” -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