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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권 Dec 23. 2024

매일 아침 하늘을 올려본다

여유 있는 사람의 조건


매일 아침,

하늘을 올려본다


평일 8시, 휴일 9시 나는 매일 아침 하늘을 올려본다. 지쳤을 때도, 지각했을 때도, 기분이 좋거나 나쁠 때도, 비가 오거나 눈이 와도 아침마다 하늘을 꼭 바라본다. 여유 있을 때만 보았던 하늘을 시간이 빠듯해도 한 번은 무조건 본다. 대단한 이유는 없다. 매일 아침 침구류를 정리하듯, 매일 아침 하늘을 올려본다.


박진권




여유 있는 사람의 조건

지하철역으로 가는 길, 직장인들은 분주하다. 그들은 마치 누군가에게 쫓기듯이 빠른 속도로 걷는다. 횡단보도가 10초 남으면 헐레벌떡 뛰고, 전철이 해당 역 접근일 땐 뒤에서 좀비 떼가 쫓아오는 것처럼 달린다. 서로를 밀치고, 누르고, 기대고, 짜증 섞인 소리를 내뱉는다. 그들은 아마도 여유가 없을 것이다. 매일 좁은 공간에서 같은 인간에게 치이고, 상황에 쫓기는 사람에게 여백은 없다. 현생 살기도 바빠 하늘을 볼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새벽 출근이 익숙했던 때가 있다. 당시의 나 또한 하늘을 바라볼 여유는 없었다. 전철 또는 자차로 출퇴근할 때마다 사람이 싫어졌다. 회사에 도착해서도, 이상한 인간을 마주하면 인류애가 박살이 났다. 예민한 상태로 5년이 흘러 완전한 염세주의자로 거듭났다. 누구도 믿지 않고, 어떤 사람에게도 정을 주지 않았다. 인간의 선함에 대한 생각은 완전히 접은 것이다. 이지니 작가님의 《무명작가지만 글쓰기로 먹고삽니다》를 읽었을 땐 어쩐지 속이 울렁일 정도의 거북함을 느꼈다. 이지니 작가 글 쓰는 이유 중 하나 타인에게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어쩐지 위선적으로 느껴졌다.


“본인이 걸어갈 길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 보인다. 자기의 길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계속해서 확인한다. 착한 아이 증후군 같은 글쓰기만을 찬양한다. 염세적인 글은 타인에게 좋지 못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말한다. 어쩐지 거만함이 묻어있는 책이다.”


나는 이지니 작가를 150자의 짧은 글로 신랄하게 비판했다. 어쩌면 비난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지금도 이 책에 대한 평가는 크게 다르지 않다. 책 제목과 하고자 하는 말이 명확하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가에 대한 평가는 수정하고 싶다. 그녀는 자기의 길을 잘 걷고 있다고 말이다.


여유가 생길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억지로라도 하늘을 한 번 올려봤다. 타인의 무례함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철학책을 읽고, 싫어하는 힐링 에세이도 읽었다. 철학으로 인해 숨겨진 여백을 찾을 수 있었다. 힐링 에세이를 읽고 말 그대로 치유를 받았다. 어떤 이는 말한다, 철학은 쓸모없다고. 쓸모로 바라본 철학은 확실히 가성비가 떨어진다. 그러나,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접하는 철학은 어떤 책 보다 유용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돈을 많이 벌어도 불행하고, 타인을 끊임없이 만나도 공허한 사람은 철학의 부재 때문이다. 나는 철학을 읽은 후부터 매일 아침 하늘을 볼 수 있었다.


명성을 얻기가 가장 어려운 저작은 철학책이다. 철학책이 약속하는 교훈은 한편으로 불확실하고, 다른 한편으로 물질적 이득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철학책을 주로 보는 독자는 순전히 경쟁자라고 할 수 있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명성을 얻기가 이처럼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명성을 얻을 만한 작품을 완성하는 사람들이 작품 자체에 대한 애정과 즐거움 때문에 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명성을 얻어 격려받을 생각을 했다면, 인류는 불멸의 작품을 거의 또는 전혀 갖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 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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