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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권 Dec 21. 2024

나보다 돋보이는 사람을 눈에 담는다

최고의 스승


나보다 돋보이는

사람을 눈에 담는다


잘난 사람을 시기 질투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들의 몸짓과 말을 눈과 머리에 담아두는 게 좋다. 메모할 수 있다면, 최대한 상세히 적어두어야 한다. 나보다 뛰어난 그들만의 후천적 이유를 찾아내야 한다. 그 긍정을 인지했다면 스스로에 적응시키는 것이 시기 질투로 그들을 폄하하고 끌어내리려는 행동보다 훨씬 쉽고 생산적이다.


박진권




최고의 스승

누구에게나 좋은 평가를 받는 사원이 있었다. 그는 성실했고, 지각도 잘 하지 않았다. 같은 직급의 사람보다 많은 일을 하고, 불만도 적었다. 당연히 급여는 똑같이 받아 간다. 그는 모두와 잘 지냈지만, 특별하게 친한 사람은 없었다. 대체로 타인의 부탁을 잘 수용했지만, 무리한 것은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거절했다. 그는 성역과도 같은 기운 풍겼다. 그와 척진 사람은 바로 ‘이상한 사람’으로 낙인찍혔다. 7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를 안 좋게 평가한 사람은 단 두 명밖에 없었다. 둘 중 한 명은 해고당했고, 또 다른 한 명은 스스로 나갔다.


조금 더 세밀하게 들어가면 그를 시기 질투하는 사람은 분명하게 있었다. 주변의 좋았던 그를 험담하기가 어려웠을 뿐이다. 그에 대한 험담이 누군가의 입에서 그대로 나오는 경우는 드물었다. 어떤 헛소문은 보통 상황을 기반으로 어떤 일이 생성되는데, 그의 험담은 보통 추상적이고, 감성적이었다. ‘정을 잘 주지 않는다’, ‘감정이 없다.’ 등 어이없어서 웃어 넘길만한 말들이었다. 그의 성역에 조금의 생채기도 내지 못했다.


이 회사는 팀이 너무도 많았다. 동, 서, 남, 북 각 두 개씩 8개 파벌이 있었다. 타 팀을 못 잡아먹어 안달이 난 상황의 회사에서 그는 누구의 미움도 사지 않았다. 이직 덕분에 퇴사하는 시점에서도 백이면 백 모두가 좋게 평가했다. 단 한 명의 사람도 직접적으로 부정적인 말을 남기지 않았다. 좋은 평가에도 시기와 질투를 받지 않은 사람. 그는 스스로 뽐내지 않았다. 그렇다고 자기를 낮추지도 않았다. 해야 할 일만 했고, 하지 않아야 할 일은 멀리했다. 누구를 선동하지도, 동조하지도 않았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 헛웃음이 나왔다.


거울 앞에 서서 나의 눈을 바라본다. 그 눈동자 가득 담긴 그를 떠올린다. 묵묵하게 일하는 그의 등이 나타난다.


괴테조차 이렇게 말한다. 내가 태어나도록 허락받을 때까지 기다리며 머뭇거렸다면 나는 아직 지상에 없을지도 모른다. 어떻게든 나를 부정하고 자신을 돋보이려고 하는 자들이 어떤 행동을 취하는지 보면 여러분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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