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마지막 전환점은 중늙은이 때 온다

고된 시간을 보낸 사람

by 박진권

인생의 마지막 전환점은

중늙은이 때 온다


젊지도, 늙지도 않았을 때 우리는 갈등을 멀리해야 한다. 일평생 갈등 속에서 사는 사람은 노인이 되었을 때 속에 화만 남기 때문이다. 화만 남은 노인은 전철에서 많이 볼 수 있다. 그들은 큰 소리로 욕하고, 남을 밀치고, 새치기한다. 씻지도 않고, 타인에 대한 배려는 조금도 찾아보기 힘들다. 내게서 타인을 잘 조절한다면 갈등도 적다. 갈등이 적으면 화도 줄어든다. 화가 줄어든 상태로 오랜 시간을 보낸 현명한 사람을 우리는 노공이라 부른다.


박진권




고된 시간을 보낸 사람

중늙은이도 아직 희망은 있다. 50년 이상을 굳어진 사상으로 살아왔겠지만, 완전하게 굳진 않았다. 여태까지 녹여본 적 없는 사상에 이해와 배려 그리고 융통성만 가미하면 된다. 이해되지 않는 것을 비난하기보다 외면하는 게 훨씬 좋은 방법이다. 배려 또한 매번 할 필요는 없다. 본인의 체력이나 기분이 괜찮을 때 행동할 수 있기만 하면 된다. 융통성 있는 어른이 되면 더 좋겠지만, 고집스러워도 좋다. 다만 강요는 없어야 한다.


인생의 마지막 전환점이라고 봐도 손색이 없다. 완전한 노인이 되었을 때 깨달을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평생을 수행하는 스님 또한 열반에 오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반대로 일평생 제멋대로 산 사람이 노인이 되었다고 깨달음을 얻는다면, 세상에 종교는 사라질 것이다. 운이 좋아 진리를 터득한다고 해도 죽기 전에 얻은 깨달음은 오히려 후회를 한가득 남긴다. 결국 감회의 눈물을 흘리겠지만, 뉘우칠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중늙은이 때 마지막 기회가 생기고, 그 기회를 잘 활용하면 옳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 50년 이상의 후회를 남은 시간 동안 충분히 해소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중년 전에 미리 깨우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젊음과 건강이 그 생각을 완전하게 막는다.


고된 시간을 보낸 사람은 늙어서 더욱 고약해진다. 온갖 고통을 작은 몸으로 감내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삶 속에선 누구도 힘이 되어주지 않았다. 도움이 절실했을 때도 모두가 외면했기에 악으로 점철된 인생을 살아간다. 벗어나려 노력해도, 현실이 도와주지 않고, 바뀌려고 발버둥 쳐도, 미래가 그려지지 않는다. 화에 그을리고, 타성에 젖는다. 그렇게 비관에 휩싸여 염세주의에 빠진다. 세상과 나라에 쌓인 울분을 국민에게 악의적으로 풀어낸다. 그렇다고 전환기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내면 주변엔 조카도, 자식도, 반려자도 떠나간다. 그 무엇도 남지 않는다. 고통받았다고 해서, 남에게도 똑같은 아픔을 선사할 권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고독은 우리를 최초의 인간 아담으로 만들어 자신의 본성에 맞는 진정으로 행복한 상태로 되돌아가게 해 준다. (중략) 고독을 사랑하는 마음은 정신적 능력이 발달해 감에 따라 생기는 것이겠지만, 나이를 먹어 가면서도 생길 것이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보면 인간 각자의 군서 본능은 나이와 정확히 반비례한다. - 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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