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성격
내향인과 내성적인 사람은 확연히 다르다. 정확히 말하면 관심사와 선택의 차이다. 내성적인 사람에겐 선택권이 없다. 스스로 타인과의 관계를 만들거나 이끌어 갈 능력 자체가 없는 것이다. 물론, 내면의 욕망과는 비례하지 않는다. 타인과의 관계가 어렵다고, 고독이 편한 것도 아니다. 더욱이 외로움까지 느끼는 사람도 즐비하다. 반면 내향인은 그렇지 않다. 타인과 어울릴 수 있고, 관계를 만든 후 이어갈 능력까지 있다. 그러나 하지 않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필요에 따라 인간을 만날 수는 있지만, 굳이 그럴 상황을 자주 만들지 않는 사람들이 내향인이다. 능력이 없기에 못하는 것과 능력은 있지만 하지 않는 것은 천지 차이다.
글 박진권
MBTI의 공신력이 떨어지는 첫 번째 이유는 바로 현대인들의 메타인지다. 애초에 자기를 일정 수준 이상 인지하지도 못한 상태로 MBTI를 검사한다. 본인이 되고 싶은 유형의 사람에 맞춰서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검사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내성적인 사람이 외향적인 경향을 보이면 그런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그들은 대개 스스로 인지하지 못한다는 사실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도 자기와 똑같은 사람을 마주해도 인식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판단 능력 자체를 상실한 것이다.
사람과 어울리는 게 힘들지만, 사람과 만나는 것은 선호한다. 쉽게 친해지긴 어렵지만 두루 만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조금의 상처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쉽게 포기한다. 몇 년 동안 쌓아온 관계도 쉽게 무너진다. 애초에 견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사회와 구조를 탓하고, 죄 없는 타인을 악으로 몰아간다. 물론, 본인의 잘못과 실수는 완벽하게 잊는다.
내성적인 사람이 외향적일 땐 오히려 만남을 줄이는 게 좋다. 어딜 가나 분란을 자초하는 사람은 스스로가 모를 리 없다.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외면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내가 되고 싶은 성격’을 흉내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성향은 말 그대로 경향성이기 때문에 환경에 따라서 또는 노력 여하에 충분히 바뀔 여지가 있다. 하지만, 개인이 타고난 고유의 성격은 둔기로 머리를 강하게 맞은 것처럼, 충격적인 경험이 없다면 절대로 바뀌지 않는다.
내성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외향성을 올바르게 활용하지 못하겠다면 버리는 게 옳다. 한순간에 쉽게 버릴 수 있는 물체 같은 것이 아니라 힘들겠지만, 충분히 할 수 있다. 관심 없더라도 책을 한 권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렇게 필사도 하고, 글쓰기도 하며 성향을 천천히 변모케 하는 것이다. 내성적인 사람은 사실 많은 선택권이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내면에서 존재 이유를 찾고 단단해져야 한다. 외부로 나가는 것은 그다음 일이다. 유약하고 연약한 상태로 알을 깨고 밖으로 나가면 달걀 프라이가 될 뿐이다. 내성적인 사람들의 완벽한 부화는 결국 내향적인 경향성에서 기인한다. 환경에서 만들어진 성격과 맞지 않는 성향을 그대로 가지고 살 필요는 없다.
인간이 사교적으로 되는 것은 고독을, 고독한 상태의 자기 자신을 견딜 능력이 없어서다. 남들과 어울리는 것뿐만 아니라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도 내면의 공허와 권태 때문이다. (중략) 스스로 정신적 온기를 충분히 지닌 사람은 굳이 무리를 지어 모일 필요가 없다. (중략) 어떤 사람의 사교성은 그의 지적인 가치에 대체로 반비례한다. 그리고 “그는 매우 비사교적이다”라는 말은 “그는 위대한 특성을 지닌 사람이다”와 거의 같은 말이다. - 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