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삶
나이가 어릴수록 무리에서 벗어나기 싫어한다. 또한, 젊을수록 어떤 무리에 반듯이 속할 수밖에 없다. 자아가 강한 사람들은 무리에서도 개인의 정체성을 유지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들은 자기보다 뛰어난 사람이나, 다수와 다른 사람에게 반사적으로 반감을 품기 때문이다. 그러한 적개심은 본인의 성장을 거세하는 것과 다름없음을 인지하지 못한다. 그렇게 해독제도 없는 열등감이라는 독을 끊임없이 복용한다.
글 박진권
인간이 평생을 호랑이처럼 살아간다면 어떤 모습일까. 반대로 평생을 무리에서 헌신하다가 늙으면 도태되는 늑대의 눈에는 세상이 어떻게 보일까. 청년기에는 늑대처럼 살아야 한다. 도태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고, 무리에서 필요한 부품이 되어야 한다. 그 모든 것을 무시하고,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 늑대처럼 자기의 위치에서 그렇게 살아간다. 틈틈이 호랑이의 삶을 꿈꾸면서 다가올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다.
부족한 능력에 사상만 호랑이라면 괴로운 앞날의 연속일 것이다. 그들은 역설적인 삶을 살아간다. 사람과 사회를 원망한다. 어떤 안건에 대해서 대안 없이 반대만 늘어놓기도 한다. 무리를 혐오하지만 외로움은 느낀다. 심지어 사랑까지 갈구한다. 이들은 평생 호랑이처럼 살 수 없다. 그렇게 살기 위해 조금의 노력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연배가 차고서도 늑대의 삶을 원하는 인간이다. 대개 개인의 쓸모를 회사에서만 찾는 사람이 그렇다. 약소, 중소기업의 고문은 그나마 잘 풀린 늙은 여우다. 최악은 본인을 사업가라고 지칭하거나 시공사에 속해 있다고 말하는 늙은이들이다. 이들의 삶은 길어봤자 30년 남았으면서, 젊은 넋을 희롱하고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치아가 전부 상해 사냥도 못 하는 늙은 늑대가 되었다면 물러날 줄도 알아야 한다. 더 좋은 것은, 민폐를 끼치기 전에 인지하고 늑대의 삶을 내려놓는 것이다. 아무리 이빨이 빠졌다 한들 호랑이가 낫다. 능력이 많이 떨어졌어도, 본인 목구멍에 넣을 음식은 스스로 사냥할 수 있는 호랑이 말이다. 적당히 배부르면 욕심내지 않고 동굴로 돌아가는 삶이다. 사냥할 수 없음을 직감했을 때, 편안하게 눈 감을 수 있는 인생이다. 무리가 없어도 감정의 동요가 조금도 없는 인생을 선망해야 한다. 그게 바로 나잇값이고, 노공의 참된 모습이다. 내 스승님은 입버릇처럼 이렇게 말씀하셨다.
"모두 의미 없다, 그럼에도 나는 추하게 늙고 싶진 않다."
고독은 우리를 최초의 인간 아담으로 만들어 자신의 본성에 맞는 진정으로 행복한 상태로 되돌아가게 해 준다. (중략) 고독을 사랑하는 마음은 정신적 능력이 발달해 감에 따라 생기는 것이겠지만, 나이를 먹어 가면서도 생길 것이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보면 인간 각자의 군서 본능은 나이와 정확히 반비례한다. - 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