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하는 사람
특별한 사람은 남들과 다르게 행동한다. 타고난 기질이 그런 사람이 있다. 그러나 평범한 인간들이 그것을 선망할 땐 문제가 생긴다. 머리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과 하는 행동에 괴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질감이 느껴지는 독특함은 타인에게 광기로 보이기도 한다. 기안과 침착맨은 애초에 생각부터 보편적인 사람과 다르다. 보편적인 사람이 기안처럼 행동하면 불쾌한 사람이 된다. 일반적인 사람이 침착맨처럼 행동하면 무례한 사람이 되는 것처럼.
글 박진권
그럼에도 독창적인 사람이 될 수는 있다. 윤리적으로 크게 어긋나는 일을 제외하고 모든 걸 반대하거나, 반대로 하면 된다. 다수의 사람이 누군가를 험담하거나 비난할 때, 쉽게 동조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조사해 보는 것이다. 한 곳이 아닌 여러 언론을 살펴보고, 할 수 있다면 직접 면담을 해본다. 남들과 똑같이 한쪽의 신문만 읽고, 그들과 같이 분개한다면 절대로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없다. 두루 섭렵하고, 직접 판단할 수 있을 때 진정 특별한 사람이 된다.
두줄서기가 권고되는 에스컬레이터에서 모든 사람이 왼쪽 길은 비워둔다. ‘바쁘다’라는 핑계로 그곳은 급한 사람의 전용 길이 되었다. 사실 바쁘면 서둘러 나오면 된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늦었다고 해도, 계단이라는 수단이 아주 멀쩡히 존재한다. 그들과 다르게 에스컬레이터에서는 걷거나 뛰지 않고, 계단으로 걸음을 옮길 수 있어야 한다. 건널목에서 횡단보도를 이용하지 않고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체로 차가 많이 다니지 않거나, 일방통행 또는 왕복 2차로에서 많이 발생한다. 밀봉 되어있는 종량제 쓰레기봉투 위에 쓰레기를 툭 하고 던지고 가는 것과 다 마신 음료의 페트병을 난간 위에 올리고 가는 것은 ‘쓰레기 무단투기’다.
바닥에 침을 뱉는 것, 사람이 많은 곳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과 직후 대중교통 탑승하는 것, 술 마시고 공공장소에서 비틀거리며 부딪치거나 고성방가하는 것, 횡단보도나 지하철에서 우측통행을 지키지 않는 것, 타인의 외모나 성격 또는 재산을 쉽게 비하하는 것, 누군가에게 악의를 가지고 괴롭히는 것, 자기의 뜻과 반대하면 악인으로 몰아가는 것, 남의 것을 탐하는 것, 폭력을 정당화하는 것, 범죄를 미화하는 것, 손가락 열 개로 자판을 두드리며 누군가의 숨통을 조여 죽이는 것. 이런 저열한 짓을 하지 않기만 해도 인간은 충분히 특별한 존재가 된다. 이것보다 개성적인 인간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개개인은 자신이 소망하는 모든 것 중에서 극히 작은 일부분밖에 손에 넣지 못한다. 하지만 수많은 재앙은 누구나 당하게 마련임을 항시 명심하고 우리의 소망에 하나의 목표를 세워 욕구는 억제하고 분노는 제어해야 한다. 즉 한마디로 말해 ‘단념하고 견뎌 내야’ 한다. 그러한 원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부와 권력이 있다고 해도 자신이 초라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호라티우스가 의도하는 바도 바로 그것이다. 일을 하는 틈틈이 항시 글을 읽고 성현에게 물으라. 영원히 꺼지지 않는 욕구에 시달리지 않고, 득 될 게 없는 두려움에도 희망에도 사로잡히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서간집』 제1권 18통) - 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