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도록 멀리서
내면이 단단하고 심지가 굳건한 사람은 모욕을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해당 비방이 사실이 아니라면, 그것에 감정이 동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설령 사실이라 할지라도 스스로 고치면 된다고 생각할 뿐 불쾌함은 따라오지 않는다. 그러나 일반인은 그렇게 하기 어렵다. 바로 터뜨리거나, 속으로 삭힐 뿐이다. 전자의 장점은 화병이 생기지 않고, 모욕의 정도를 일시적으로 낮출 수 있다. 그러나 모욕의 빈도가 잦아지고, 기간은 늘어날 것이다. 후자의 장점은 대응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타인의 눈요기와 소문의 확산을 막는다. 다만, 이것 또한 모욕감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리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없다.
글 박진권
대부분의 불쾌한 감정은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만큼 급속도로 사그라진다. 단순한 말은 그만큼 깊이가 없기 때문이다. 악의에 의한 불쾌한 감정은 조금 다르다. 그 감정이 화로 진화할 수도 있고, 증오로 발전해 또 다른 악의를 표출할 수 있다. 뜬소문은 말 그대로 떠다니기 때문에 근원지를 찾기 어렵다. 운 좋게 찾아내도 심적 증거만 커질 뿐 명확한 증거는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누군가는 심적 증거를 피해망상으로 정의 내릴 수 있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생각보다 많기에, 억울함은 해소되지 않는다.
이런 헛소문은 대처해도, 하지 않아도 곤욕이다. 단순한 모욕은 그 자리에서 똑같은 단어와 문장을 구사하되, 흥분하지 않은 상태로 대처하면 생각보다 쉽게 해결할 수 있다. 명확하게 악의에 의해서 행동하는 악의는 치밀하기에 단순하게 해결하기 어렵다. 가장 좋은 방법은 평소의 행실로 그 소문을 헛소문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 정도의 인망을 쌓지 못했을 땐, 일관된 무시와 소문과 반대되는 행동으로 무마할 수도 있다. 사실 어떻게 대처하든, 상대의 악의는 계속해서 커질 것이다.
정치를 잘 한다면, 내 편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고독이 두렵지 않다면, 상대가 개처럼 짖든 말든 신경 쓰지 않으면 된다. 똑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면 함무라비법전으로 상대를 가격하는 것도 오답으로 볼 수는 없다. 도움을 청하고, 상대의 처벌을 기도하는 것, 진심 어린 대화로서 상대가 뉘우치길 기대하는 것 등 무슨 행동을 하든 악의를 가진 상대는 당신을 음해할 것이다. 당신보다 더 맛있는 먹잇감이 나타나기 전까지 평생.
절망적이라 해도 방법이 없다. 악마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우리는 어쨌든 살아야 하지 않겠나. 소중한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며 이 방법, 저 방법 사용하면 최대한 살아 내야 한다. 최악의 상황에서 스스로 삶을 끝내는 그 숭고하고 용기 있는 어려운 결정보다는 차라리 사적제재를 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이런 사태에 있어서 진리는 단 하나다. 그냥 사는 것. 일단 살면서 방법을 강구 하는 것이다. 상대가 지쳐 쓰러질 때까지.
모든 불쾌한 일은 오히려 될 수 있는 한 가볍게 넘겨 버릴 수 있도록 담담하고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좋다. - 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